공산주의의 역사
리처드 파이프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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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것은 2001년에 나온 같은 출판사의 구판이므로, 인용의 내용은 2014년판과는 다를 수 있다.

64-66
역사의 관점에서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한 사건을 보면 그들의 무모함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볼셰비키의 지도자들 중에서 국가경영의 경험을 쌓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처지에서 가장 광대한 국가를 통치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 기업을 경영해본 적도 없으면서 신속하게 국유화를 진행하는 것과, 그에 따라 세계에서 다섯째로 큰 경제를 운영하는 책임을 맡은 것 등에 겁먹거나 주저하는 법이 없었다. 한편 공산주의의 이념상으로는 러시아 인민의 압도겆 다수가 부르주아와 지주들이었으나 실제상으로는 대개가 농민들과 지식인들이었다. 이처럼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을 볼셰비티는 자신들의 대변하는 산업노동자계급의 적들로 보았다. (중략) 이것은 새 정권이 독재정치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음을 뜻한다. (중략) 레닌은 이것을 깨닫고 무자비한 독재를 자행하는 데 하등의 거리낌이 없었다. (중략) 그는 반대자들을 물리치거나 주민들을 위협하기 위하여 무제한의 테러를 즐겨 사용했다. 그렇게 한 까닭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 무관심한 때문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의 연구를 통해 과거의 모든 사회혁명이 실패한 것은 중도에서 멈췄거나 적대계급을 관용하여 생존 후 재편성할 수 있도록 놓아둔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잘 쓰는 형용사인 총체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하여 새로운 질서의 터를 닦아놓아야 했다.

135
북유럽과 미국에서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모스크바 당국은 진보주의자들과 길동무(fellow travellers, 주로 지식인들로 구성)들 가운데서 유용한 제휴세력을 얻었다. 길동무란 공산당에 입당하지는 않은 채 당의 목표들을 널리 선전하고 장려하는 자를 말한다. 그들은 공산당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당의 명령에 따라 말한다는 의심을 사는 당원들과 달리 그들은 개인적 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155-156
공산주의는 어느 곳에서나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태어났다(중략). 한 가지 방식은 소련군이 강제로 강요하는 것이다(동부 유럽의 경우). 다른 것은 통상적으로 소련의 도움으로 정치문화는 물론 사회구조가 1917년 이전의 러시아를 닮은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방식이다. 이들 국가의 정치문화는 사유재산 및 법치주의 등의 확립된 기존 전통이 없고, 독재체제를 대물림하는 특징을 띠었다.

171
차르 시대의 유산인 소련의 독재체제는 국민들이 순종하거나 순종하는 척하는 한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하여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에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지적이고 정신적인 순종을 백성으로부터 얻으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갈망은 유교에서 발원한다.

193-194
마르크스주의는 잘못된 역사철학과 비현실적인 심리학적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의 기초적 주장에 따르면, 그들이 폐기하려고 하는 사유재산제도는 일시적인 역사적 현상으로 원시공산주의와 선진공산주의 사이에 위치하는 말하자면 간주곡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명백히 거짓으로 밝혀졌다. (중략) 이에 못지않게 잘못된 마르크스주의의 원리가 하나 있다. 바로 인간성은 쇠를 두들겨 펴듯 얼마든지 마음먹은 대로 만들 수 있으며 따라서 억압과 교육을 합친 방법을 사용하면 욕심과 의지가 깨끗이 없어져 일반사회 속에 용해되는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중략) 공산주의 정권들은 통치의 일상적인 수단으로서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들에게 가진 것들을 몽땅 포기하고 개인적 이익을 국가에 바치라고 강요하려면 공권력은 무한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했다. (중략) 경험에 의하면 그러한 정권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다. 러시아, 러시아의 속국들, 중국, 쿠바, 베트남,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에 모두 그러한 정권들이 들어섰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엄청난 인명의 손상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권들의 수립목적인 평등이 파괴되는 데까지 미쳤다.

206
욕심은 타고난다. 다른 사람의 욕심에 대한 존중은 태어난 후 배운다. (중략) 만약 개인의 재산권을 정부 혹은 일반사회의 타인들이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 개인은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배려를 잃을 뿐만 아니라 매우 탐욕스러운 본능을 발달시키게 된다.

206
마르크스의 학설은 자본주의가 해결할 수 없는 내부모순을 겪으며 그것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파괴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자본주의는 현실에 민감하고 스스로 조절할 능력이 있었고 또 경험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모든 위기들을 용케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반면에 공산주의는 엄격한 원리이고, 유사종교로 바뀐 유사과학이며, 정치적으로 경직된 정권 속에서 구현되어 있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자체의 잘못된 개념들을 밝혀낼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고 결국 도깨비(공산주의가 가져온다고 하는 허구의 이상적 세계)를 스스로 포기했다. 만일의 경우지만 공산주의가 다시 소생한다는 것은 역사에 반항하는 일이 될 것이고 확실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부활시키는 일은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을 정의하자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상이한 결과를 기대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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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8-10-09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년대에 공산주의 사상에 경도되었던 사람들이 정치와 언론 권력의 핵심에 올라섰으니,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쪽 지식들이 필요할 것 같다. 너무 짧고 간결하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전체상을 머리에 넣는 데에는 무척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