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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평점 :
존 버거의 포토카피.
포토카피는 '복사하다' 는 뜻이다. 존 버거는 이 책에서 사람을, 순간을, 의미를 복사하듯 글로 옮긴다. 이 책은 존 버거의 또 다른 책인 '본다는 것의 의미' 나 '말하기의 다른 방법'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에 연장되는 멋진 책이다.
존 버거 책의 매력은 항상 군더더기가 없고 가장 적절한 시간에 가장 적절한 단어로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첫느낌은 조금 달랐다. 비유적인 표현도 많고 최대한 자세히 상황을 묘사하려는 듯 보였다. 이질감을 느끼며 책장을 여러장 넘기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포토카피.
존 버거는 '보는 것은 말하는 것에 선행한다' 고 말해왔다. 말하는 것의 다른 방법. 말 하는 것의 덧없음 혹은 그 뒤의 말해지지 않은 빙산의 드러나지 않은 나머지 부분과도 같은 부분들에 대해 얘기해 왔는데, 이건 또 다른 그의 '말하기(표현하기) ' 위한 시도이구나 싶었다.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영어권 미술 평론가이기도 한 예사롭지 않은 관찰력과 심미안의 소유자인 존 버거가 만나서 포토카피하는 인물들 한명 한명에 대한 묘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에서 일견 가장 쉬워보이는 '묘사' 에서, 3-4장을 채 넘어가지 않는 짧은 순간의 묘사에서 삶과 삶의 의미를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존 버거의 눈을 빌려서.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시작했던 이 책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존버거의 책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 되어 마음에 깊이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