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와정 살인사건 2 - 시마다 소지의 팔묘촌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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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서도, 시마다 소지의 소위 신본격이라는 책들을 읽으면, 책장을 넘기게 해주는 '재미'와 곤란에 처한 왓슨역의 이시카와에 대한 '동정' 은 나로 하여금 시마다 소지의 책을 꾸준히 사게 만든다.

<점성술 살인사건>, <마신유희> 에 이어 <용와정 살인사건>이다. 처음 시마다 소지를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접했을때 미타라이 시리즈라며 열광했는데, 그 이후의 미타라이 시리즈에 미타라이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마신유희>에서도 그랬지만 <용와정 살인사건>에서도 '거 참, 작가가 소설 쓰는거 하고는..'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 사람들, 사람의 몸을 봉제인형마냥 이리저리 해체하고 붙이고,, '이건 아니잖아- ' 라는 마음이 금새 들지만, 어쨌든 페이지는 계속 넘어간다. 빠르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이 많다. 박식하고 직관적인 미타라이는 교코쿠도를 떠올리게 하고, 이시카와는 세키쿠치를 떠올리게 한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요코미조 세이지의 <팔묘촌>도 떠오른다.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도 생각난다. 이런 소재의 책들을 읽을수록 다케마루의 책이 얼마나 잘 써졌는지를 되새기게 된다. 좀 멀리가긴 했지만 최근에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까지 생각났다. 천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보니, <점성술 살인사건> 처음 50페이지 못지 않게 지루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가 뒤에 복병처럼 많은 분량 자리하고 있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츠야마 30인 살인사건'이라는 엽기사건이 일어났던 마을에 가게 된 이시카와가 용와정이라는 여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 <용와정 살인사건>은 작가가 너무도 가볍게 사람을 찢어발기고 다시 붙이는 점이 매번 적응이 안되지만, 그런 분위기와 소설스런 설정들이 어우러져  시마다 소지 특유의 재미를 준다.

<마신유희>의 결말이 시마다 소지 치고도 너무 허무맹랑해서 별로였다면, <용와정 살인사건>의 정신없는 결말은 그래도 꽤나 맘에 든 편이다. 그나저나 점점 역할이 줄어드는 미타라이씨... 다음에 나올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서는 아예 빠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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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3-2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드디어 리뷰가!!!저도 사려고 대기중입니다.^^

전설책방 2008-04-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모 출판사가 옵션을 걸어놔서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질 않네요...

하이드 2008-04-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떤 출판사랍니까?! 애들 풀어서 전화와 메일테러라도 ...불끈 ^^
 
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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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로 유명한 니노미야 토모코가 '음주가무연구소'란 타이틀로 연재했던 만화와 '한잔하러 가자' 라는 만화 1,2 그리고, 작가의 결혼담이 합쳐진 한 권의 책입니다.

매 화는 작가의 음주주사행태와 다음날의 반성으로 이루어집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지 않도록 조심하자...술 마실 때는 온통 좋은 사람이지만( 혹은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지만" 핸드백을 경찰소에 가져다 주는 좋은 사람은 없다.." 등등

UFO 어쩌구 하는 밴드까지 만들어 매일 술을 푸는 만화가가 만들기에 가장 적절하고 올바른 연구소가 바로 '음주가무연구소' 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한 술 하지만, 주사보다는 ( 아니, 이렇게 말하면, 들고 일어날 나의 술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술 자체를 즐기는지라,  니노미야만큼의 주사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나름대로 평탄하고 굴곡 없는 인생의 길에 있었던 자잘한 웅덩이들과 과속방지턱이 '술' 이 아니였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술 마신 다음날의 반성보다는 망각을 자기합리화를

술 마신 다음날 침대 위에서 눈 뜬 것에 감사하며, (다행히(?) 노숙의 경험은 없습니다. 집에 처 넣어 주느라 고생한 모든 술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지갑 속의 영수증을 보고(언젠가부터, 술마시고 필름이 끊겨도, 기특하게도, 남의 것을 들고올 지언정, 무엇 하나 안 잃어버리고 다 챙겨 오는 관계로) 전날밤을 재구성합니다. 계산도 안 한날은 (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마저 힘들긴 합니다만.. 그리고 나서는 옷을 들춰보고, 몸 이곳 저곳에 어디 멍든곳 없나 확인합니다. 언젠가 한 번, 아니 두 번, 어쩌면 더 많이 많이 술 마시다 말 그대로 죽을뻔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그래도 그런 살면서 한 번 할까말까 한 죽을뻔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라도 있자는 마음이지요. 어느 술 마신날 아침 전날의 술친구와 통화하면서, '너 괜찮냐!'며 소리지르는 친구에게, 등이 좀 뻐근해. 라고 했다가, 시멘트 계단에서 뒤로 그대로 누워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셔츠를 걷어보니, 등에 시퍼렇게 들어 있는 멍... 그러고보니, 전날 뒤로 날았던 기억이 나는듯도... 하지만 전혀 나지 않고. 뭐, 어쨌든 주변에서는 죽었는줄 알고 사색이 되었다는데, 그런 드라마틱한 경험을 기억은 못 해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자. 가 타협점인게지요.

리뷰에 책 이야기는 없고, 술이야기만 있냐? 라고 한다면, 사실 이 책에 리뷰할 건 별로 없습니다만. 이라고 대답해야겠는데요, 확실히 음주가무연구소에 나오는 각종 주사와 회환과 술자리와 술친구들 등의 이야기들에는 마음이 사무쳤습니다만, 뒤의 반인 '술 한잔 하자' 는 그야말로 만화 같았고( 아주 나쁜 뜻으로) 마지막에 실린 결혼담에서는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거든요.

책 산 돈이 아까운 건 아닙니다. 이 책은 내가 샀어야 할 책이니깐요. 이벤트 하던데, 안주거리세트가 1등상이더군요. 욕심납니다... 무튼, 토요일 밤, 비소리를 안주삼아,  어제 마시다 남은 와인 홀짝이며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이 만화를 보고 나니, 사케가 무지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다음번에 일본 갈때는 맛있는 사케를 많이 마시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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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나라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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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너선 캐롤의 <웃음의 나라>는 한마디로 참 재미있는 책이다. 특이한 소재와 줄거리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 감탄하게 하는 작가가 있는 한편, 이야기 그 자체로 독자에게 성큼 다가오는 작가가 있다. 조너선 캐롤은 후자이고, 조너선 캐롤의 마셜 프랜스도 후자이다. 영어 교사인 토마스는 그가 읽고 가르치는 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마셜 프랜스의 책을 읽을때만 유일하게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의 소시민적 삶에 유일한 세가지 느낌표가 있는데, 유명 영화배우 아버지, 그가 수집하는 가면, 그리고 마셜 프랜스이다. 역시 마셜 프랜스의 광적인 팬인 마리오네트 만드는 색스니를 만나 프랜스의 전기를 쓰러, 프랜스가 머물렀던 마을 게일런으로 들어가서 프랜스의 딸과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그 동안 한 번쯤 생각해봤을법한 여러가지를 질문한다. 심각한 스포일러가 되므로, 다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가지, 책날개에 나와 있는 작가소개를 대신하는 글을 옮기자면 ' 사람들은 책의 어디까지가 사실에 닿아 있는지, 어떤 캐릭터가 나와 가장 닮았는지 궁금해한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내게 그건 관심 밖의 일이다. 몇년 동안 나는 책 표지에 작가 사진을 싣지 않아 왔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중략) 여러분은 작가를 읽고 싶은 건가, 작품을 읽고 싶은 건가? ' 편집자나 작가의 신상소개를 밝히지 않는다는 작가의 뜻에 따라 생략되어 있는 작가 소개.(그러나, 알라딘 책소개에는 다 나와있다;;) 무튼, 이쯤되면 좋아하는 작가의 전기문을 쓰러가는 주인공의 행방이 의미심장해지지 않는가? 백만가지 작가의 백만가지 이야기가 있으니깐. 나 역시 작가의 삶을 작품에 대입시키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후자에 가깝다.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장 인상깊은 등장인물은 마셜 프랜스이다. 열광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그와 그녀와 그들의 '마셜 프랜스'. 책속에서나마 오랜만에 보는 순수한(?) 작가에의 애착이 부러워져버렸다. 나의 마셜 프랜스는? 마르께스? 보르헤스? 아무려나.작가의 펜끝이 살아 있는 글들이 모여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이런 소설들은 두고두고 뒤적이며 그 이야기 속에 빠졌다가 나왔다가 하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조너선 캐롤의 이야기는 판타지적, 초현실적 성격을 띄고 있지만, 그의 소설을 그 장르로 분류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일상의 판타지?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잊고 쉬이 빠져들 것이다. 캐롤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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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 - 하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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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짜리 책을 읽고 읽지 않았어도 좋았을뻔한. 이라고 말하기는 좀 억울하긴 하지만, 술술 읽어내리고 나서 혹평하기는 미안하지만, 아직까지 미미여사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sf인가 하며, 읽기 시작했던 이 책에서 나는 그닥 미야베 미유키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레벨 7까지 가면 돌아올 수 없어" 라며, 처음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던 '레벨7'은 뭐랄까, 굉장히 시시하고 흔해빠진 이야기였고, 여러가지 사건과 등장인물을 하나로 모으는 장치는 나쁘지 않으나, 소설의 다른 장점들과 어우러지지 못한 뛰어난 플롯은 단점들을 부각시킬 뿐이다. 하나도 놀랍지 않은 반전과 반전의 반전. 악인도, 선인도 당췌 인과성이 없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인간에 대한 관찰력도 무디고, 마음 깊이 이해가는 캐릭터도 하나 없다. 이야기의 진행과 사건들도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이래서야...

"젊은 남녀가, 의문에 쌓인 어느 맨션에서 눈을 뜨며 사건이 시작된다. 둘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기억상실 상태다. 기억을 되살릴 만한 단서는 팔에 새겨진 'Level7'이라는 문자뿐.

책 뒤표지가 자극적일수록, 그 책은 그게 다일 가능성이 높다. 는 걸 다시한번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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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뭔가요?'라는 왠지 책 디게 안 읽을 것 같은 애들이 하는 질문에 대부분의 경우 속으로 코웃음치며 '글쎄요'란 애매한 답변과 아는 사람만 알아챌 '가벼운 무시'의 한쪽 입가만 살짝 올라가는 웃음을 짓는 것으로 응대할 것이다.

최상급인 '가장'을 뺀다면, 바로 그 아래인 나의 애정과 무한존경을 듬뿍듬뿍 받는 2ND BEST 인 수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이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몇몇 책들은 내 가 좋아하는 손에 꼽는 책들이고, 미야베 미유키 역시 내가 싫어하는 그녀의 수 많은 책들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작가이다. 무조건 좋아하기엔 그녀의 관심사가 너무나 다양하고, 그녀의 책이 너무 많이 나왔다.

예전에 3단계, 아니 4단계로 미미여사의 책을 나누어서 좋고 싫음의 선을 긋곤 했는데, 오늘 <레벨7>을 마치고 나니, 3단계,4단계가 아니라, 둘로 나누고 싶어졌다.

두 번 이상 읽을만한 책, 소장할만한 책, 꼭 읽어보면 좋을 책,
V.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

전자의 책들은 다음과 같다.

 

 

 

 

 

 

 

 

오늘 읽은 <레벨7>은 읽고 실망했던 미미여사의 어떤 책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었지만,
두세권에 한권씩 나만의 명작을 걸러내는 작업마저 즐겁기에, 그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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