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꽤나 웃기고 흥미로운 독서였다. 페이지가 팔랑팔랑 넘어가진 않지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빵빵 터질 것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 늦게나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 좋은 독서입니다!  

오만과 편견에서의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대사와 스토리까지 그대로 따왔다. 하나 사소한 장치를 더했는데, 그건 바로, 좀비.다. 진지한 패러디 소설로 읽을지, 아님, 총알탄 사나이마냥 웃기는 소설로 읽을지는 독자에 달렸다. 나로 말하면, 둘 다다. 거기에 더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을 때 답답했던 여주인공의 몇몇 행태에 대해 이 소설에서는 속 후련한 대사들도 많이 나온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다아시경을 처음 본 엘리자베스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이 남자가 밖으로 나가면 뒤따라가 목을 따버릴' 작정이고, 리디아를 납치한 위컴에 대해 메리와 키티는 목을 따버리겠다며 '피의 맹세'를 한다.  

다아시와 빙리는 내 기준에 여전히 밍숭맹숭하지만,  원작에서 가장 좋아했던 베넷경의 시니컬함은 좀비 소설 버전으로 잘 살아 있고, 엘리자베스와 자매들, 엘리자베스의 절친이자 콜린스와 결혼하게 되는 샬롯의 경우에는 꽤나 새로운 모습들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코드에 상당히 익숙하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흠칫할 정도의 표현들이 종종 나오고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 목을 졸라 버리는'... 것정도로는 끄떡없었지만 아주 가끔은 더한 표현들도 나온다.), 일본에 가서 무술을 배웠네, 중국의 샤오시엔 사부인가뭔가( 딤섬이름 같다;) 한테 소림사 하드트레이닝을 능가하는 훈련을 받고 살아남은 자매.라는 설정은 이 소설을 B급 소설로 부르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가끔 영문소설에서 보곤하던 '리딩 가이드'가 책 뒤에 나와있다. '리딩 가이드' 에 대한 호오는 아직까지 불분명한데, 책 읽고, 책친구와 토론하는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리딩 가이드'의 질문들은 원작 <오만과 편견>에 대입해도 될만한 질문들도 꽤 있다. 

재미있었던 질문중에  '일부 비평가들은 좀비란 존재가 결혼- 끊임없이 당신의 생명력을 빨아먹으면서도 당장 죽지는 않는 영원한 저주로서의- 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신은 이 견해에 동의하는가? 아니면 좀비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또 다른 견해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는데, 확실히 이 소설에서 '좀비' '전사' 는 작가가 패러디하고자 하는 어떤 '추하고 결코 죽지 않는 좀비와 같은 개념' 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이다. '돈' 인 것 같기도 하고, '여자를 속박하는 여러 굴레'인 것 같기도 했는데, '결혼' 으로 대입해도 꽤 맞는 얘기인 듯하다.  

이 외에도 리딩가이드 치고는 꽤 웃긴 질문들이 많아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책이었다.  

기발하고 대담한 기획, 쇼킹한 표지, B급 과 고전을 오가는 문장의 미묘- 한 균형. 그저 웃자고 하는 얘기는 아닌 것 같은 패러디의 심오함. 무척 궁금했던 책인데, 꽤나 예상밖이다. 소설이 계절을 탄다면, 역시나 이 계절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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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리뷰를 보니 넘 재미있을것 같네요^^
 

사실, '하이드의 100권' 2차를 하고 있는데, (1차와는 상당히 다른 라인업) 100권 추리기가 쉽지가 않아서 하다하다 지쳐서 잔머리 굴리는 중임. 

이 페이퍼의 포인트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그런 책들. 마구 읽히고 싶은 그런 책들.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
사고 난 후 이벤트 선물만 쏠랑 받고, 반년여를 묵혀 두었던 책. 추리소설은 신간 사면 바로바로 읽어야 맛인데 말이다. 이래저래 최근에 나온 <13번째 인격>까지 번역된 기시 유스케의 책은 다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천사의 속삭임>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기시 유스케는 너무 흔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기에 저평가 받는것 같다. 추천 할 때도 기시유스케 팬으로서 그런점에 피해의식 아닌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재밌다' 뒤에 '그게 사실 소재는 막 헐리우드 영화같고 그래도 생각할 거리가 많거든, 자료 조사도 많이 해서 읽을거리도 많고,흔한 소재로 이 사람같이 호러를 잘 주물럭거려서 다이렉트로 독자의 심장에 다가가 쫄깃하게 하는 작가가 많지 않거든...' 주절주절 사족을 달곤 한다.  호러물을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보니 나와 궁합이 맞아버린 작가. 기시 유스케.

<신세계에서>는 믿을만한 라인업을 내주고 있는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이다.
작품 속의 세계는 어느 시대인지, 어디가 배경인지 알 수 없는 '신세계'이다. 모험소설, 성장소설, 미스테리, 스릴러인 이야기속의 인간들은 모두 초능력이 있다. 어릴 때부터 개발하고, 학습한다. 그런 인간들을 '신'으로 받드는 요괴쥐들을 비롯한 여러 기발한 생물들이 나온다. 개성 강한 소년 소녀들의 모험이 1부라면, 그 소년 소녀들이 자라서 겪게 되는 일이 클라이막스격이다. 
망한 미래의 어느 시점. 그것은 인간들이 생각한 '신세계'인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생각거리들을 남겨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마르케스의 책은 그래도 한번씩은 다 읽었는데, 요즘 들어 자꾸 생각나는 책은<콜레라의 사랑>도 아니고, <백년동안의 고독>도 아닌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이다. 짧고 단순한 이야기인데, 실제 마르케스가 들었던 기사에서 나온 이 이야기는 작은 마을이 배경이고, 등장인물도 몇 안되고, 결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마르케스의 다른 이야기들과는 틀리게 무려 르포형식에 가깝기까지 한데, 결말의 마르케스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짧고 굵고, 이 책을 읽기 전, 읽는 동안, 읽고 난 후의 이런저런 잡다한 인간사, 세상사의 은유로써 툭툭 튀어나와 계속 생각나는 책이다.  

덴도 신 <대유괴>
우리나라 영화로도 나왔고 (전혀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니였지만;)
책 내용 결말 다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무려 70년대 후반에 나온 책이고, 주간문춘의 20세기 최고의 책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약간 동화같기도 하고, 가족드라마 같기도 한데, 일단은 미스테리다.
범인도 인질도 경찰도 미디어도 인질 가족도 마을사람도 하나같이 다 따뜻한 인물들이어서 읽는 내내 기분 좋았던 책이다.  

차이나 미에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차이나 미에빌의 책이 더 나온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나.

만만찮은 양의 만만찮은 세계관과 만만찮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처음 한 백쪽은 전체적인 이미지 잡기가 버거웠지만, 읽을 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아 이런 진부한 표현^^;) 책이다. 뭐라 줄거리 설명하기도 버거운 SF 소설 괴짜 돼지 과학자와 그의 여자친구인 곤충족. 그 외의 여러 종족들. 부패한 공권력에 반항하고 지를 구하는..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주인공네들의 사투.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 의 묘사는 탁월했고, 그 와중에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묘한 발란스. 무척 기대되는 작가를 발견했을때의 기쁨!

존 스타인백 <에덴의 동쪽>
아- 재밌다. 영화는 소설의 십분지 일도 안된다. 제임스 딘? 이 책에서는 조연일뿐.
3대 두 가족에 걸친 대서사시이고, 가볍지 않은 주제를 남기면서 고리타분하지 않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천사같은 매력을 지닌 등장인물들과 사탄의 매력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사이코패스 여주인공에 동양의 신비한 하인까지 나오는 굉장히 박력있는 캐릭터들이 (가장 오래된책, 성서에서 따온 모티브와 오락소설에 나올법한 클리쉐까지 골고루) 있다. 천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제목만 알던 책을 읽고, 우와- 재미있었다. 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뿌듯함이란! 
  

마틴 에이미스 <머니>  

사실 이 페이퍼는 이 책을 이야기하기 위한 페이퍼인지도 모르겠다.

자기파괴적인 주인공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섹시하고, 퍼니하다.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저자의 능력일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괴상하다. 초섹시한 한물 갈랑말랑한 여자친구 셀리나, 각기 다른 독특한 개성의 영화배우들, 찌질한 친구들, 천상의 여인과 같은 마티나, 레즈비언 각본가, 그리고 런던에서 학생처럼 꾸미고 사는 작가 마틴 에이미스!까지. 저자는 공들여 그들 각각의 뭔가 하나 심하게 모자라는듯한 인생을 묘사한다.   리뷰中 http://blog.aladin.co.kr/misshide/2540514 

분권이 아쉽고, 스리슬쩍 나오자마자 들어간 것 같은데, 정말 기발한 책이다. 책 속의 문장들을 체로 걸러 허접한 것을 걸러낸다면, 머니의 문장들을 걸러내면 국물도 안 빠질 것 같은 밀도 높은 소설.  


새러 그루언 <코끼리에게 물을>  

코끼리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코끼리가 나오는 이야기들만 모은 은밀한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이다.
제목에 나오는 코끼리보다는 '코끼리에게 물을' 이라는 제목이 더 키워드다. 이 소설을 코끼리 소설로 부르긴 뭐하고, 서커스 소설.. 정도로 해두자. (서커스 소설도 모으고 싶은 충동이 있는데, 아직 자료가 많이 부족)

한 순간의 선택, 그것의 또 다른 이름은 아마 '운명'이리라. 으로 서커스 기차에 올라타게 된 주인공.
젊은 시절의 이야기와 아흔세살이라는 나이를 보내는 요양원에서의 이야기가 요리조리 겹치다가 마지막에 감동적으로 합쳐진다. 이야기도 기묘하고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1930년대 대공황시절 미국대륙을 횡단하던 서커스 기차에 대한 자료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화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서커스. 현실의 딱딱하고 마른 땅에서 잠시 두 발을 떼고 붕붕 날아오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들, 저자의 서커스에 대한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조사에 의한 디테일한 일화들.이 재미나다.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

이 책 참 재미난데, 표지도 안 땡기고, 사고 나서도 원가 두껍고 글씨 자잔해서 손이 쉬이 안갔더랬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단숨에 - 이 작가의 <애널리스트>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은 다시 생각해도 재미나다. 주인공이 미친사내, 전직 소방수, 강간당한 기억이 있는 여검사다. 배경은 정신병원이고. 주인공 라인업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 말이다. 라인업만 흥미진진한 것이 아니다. 본게임은 더욱 스릴 넘친다. 존 카첸바크를 '심리스릴러의 거장' 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심리를 따라가는 말의 향연 또한 볼거리, 읽을거리이다. 굉장히 영화적인 클라이막스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미미여사의 책을 많이 읽는데 (그니깐 번역된 책은 다 읽는데) 뭐랄까, 지금에 와서는 그녀의 '선함'이 좀 질린다. 좀 깔것도 있고,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생생한 것이 좋은데, 요코야마 히데오와는 또 다른 의미의 '착한 미스테리'를 쓰는 작가이다. 아니 '착하다' 는 말보다는 '공평하다' 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공평함'만은 그녀가 아무리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다고 해도, 공통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공평함' '객관성' '관찰' 뭐 이런것들.. 범작도 기본 이상은 하는 미미여사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들도 미미여사의 작품들인데 이 책 <외딴집>은 다른 책들에 비해 '외딴책'이지 않나 싶다. 처음에는 시대물이라는 것이 독특했지만, <외딴집>을 제외하고는 그닥 미야베 미유키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외딴집>만은 생생하고, 처연한 것이. 그녀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리면서 삶과 죽음의 무심함- 그 시대에 맞는-을 잘 그려낸듯하다. 다른 책보다도 다시 읽어도 재미난 책.  

조이스 캐롤 오츠 <사토장이의 딸들>  

처음 접한 JCO의 책이다. 처음부터 장난이 아니였음! 첫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다. 드라마틱하고, 소설같고(어이,) 매력적인 여 주인공(사토장이gravedigger의 딸이다.) 이 나온다. 나찌를 피해 이민 온 독일계 가족. 믿바닥 중의 믿바닥인 무덤지기로 약속의 땅에서의 삶을 시작하지만, 녹녹치가 않다. 아버지에게, 남편에게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여주인공이 새 삶을 시작하기까지. 물론 그 여주인공은 너무나 소설 속의 여주인공같다.아름답고, 똑똑하고, 재치있고, 씩씩하고. 보면서 속이 터지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속이 시원한 그런 캐릭터다. '소설을 읽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 이 책 후에 읽은 실험적인 <블랙워터>에서는 갸우뚱,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멀베이니 가족>에서는 약간의 실망을 느꼈지만, <사토장이의 딸>은 여전히 좋다.  '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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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4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연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읽고들 읽으시겠지요?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새벽녘에 지유가오카책 주문하면서 함께 주문해버렸다.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당일배송의 박스를 열고 끔찍한 ㅋㅋㅋ 표지를 확인하고,
첫페이지를 펼쳤는데  

한번 뇌를 먹어본 좀비가 더 많은 뇌를 원하게 된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특히 산송장 무리들이 네더필드 파크를 습격하여 하인 열여덟 명을 학살하고 잡아먹은 최근 사건을 보면 분명한 사실이다.
"여보, 네더필드 파크에 누가 새로 이사 온다는 소식 들었어요?"
어느 날 베넷 부인이 베넷 씨에게 물었다.
베넷 씨는 못 들었노라고 대답하고는, 매일 아침마다 하듯 단검을 갈고 머스킷 총에 기름칠 하는 일을 계속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놀랄만큼 급증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것들' 의 공격에 대비한 것이었다.
"그렇대요"
부인이 말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여보, 네더필드 파크에 세 들 사람이 정해졌다는 소식 들으셨어요?" 어느 날 베넷 씨의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베넷 씨는 못 들었다고 대답했다.
"정해졌답니다." 하고 베넷 부인이 말을 받았다.  

 어느게 누구껀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러고 싶지 않지만 .... 정말 이러고 싶지 않지만....  

내 취향이닷! 

제인 오스틴에 업어가려는거냐.고 고깝게 봤던 것도 사실이지만, 첫페이지부터 이렇게 빵 터지면, 난 제인 오스틴 할머니에 업어가더라도 오케이.

첫페이지만 남기고가기 아쉬워서 책날개의 인물 소개도 옮겨 본다. 

엘리자베스 : 총과 칼, 쿵푸 실력을 겸비한 마을의 수호자이나 거만한 남자는 가만히 두지 못하는 단호한 여인
" 카드놀이도 독서도. 불룩한 배에 구멍 내는 쾌감에는 비할바 못 되죠."

다아시 : 천 명이 넘는 좀비들을 해치웠을 정도로 크고 당당한 체격에 잘생겼지만 어딜 가나 비위를 거스르는 귀족청년
"춤은 덜 세련된 사회에서도 성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좀비도 춤을 출 수 있을 겁니다."

빙리 : 무술은 서툴어도 모든 여인이 선망하는 매너 좋고 부드러운 최고의 신랑감
"절도 있게 싸우는 아가씨들을 보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나는 이 소설에서 베넷씨를 가장 좋아햇다.

베넷씨. 다아시경은 그를 그리 좋지 않게 평가했지만, 나는 여기 등장인물 중에서 다아시경만큼이나 베넷씨가 좋다. 그의 비꼬인 유머감각은 최고다. 내 맘에 쏙드는 말도 어찌나 많이 하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첫째가는 즐거움중 하나였다. 게다가 게으르다. 내가 이 소설 속에서 한 파트를 맡아야 한다면 난 '베넷씨'가 딱이다!

리뷰中  http://blog.aladin.co.kr/misshide/857606

리뷰의 제목은 무려 '가장 보편적인 연애 소설'
'가장 보편적인 연애 소설'이 좀비의 탈을 썼을 때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서 좀이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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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네 2009-08-1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제인 오스틴에 묻어가는 거냐.'라고 생각했는데, 하이드님 페이퍼 보니,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이매지 2009-08-1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표지 띠지 벗기니까 뜨악스럽더군요 ㅋㅋㅋ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미있겠어요 ㅎ

카스피 2009-08-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좀비라 제가 좋아하는 코드군요.읽어 보면 재미있겠는데요^^

Apple 2009-08-14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왠지 되게 끌리죠?ㅋㅋㅋㅋ
 

 

 

 

 

예약판매중이라 8월 25일 이후에 받을 수 있어요.
이레에서 나왔는데,책이나 보내달라고 할까. 생각중입니다.  
나름 지난번이 마지막.이라고 맘 속으로 정했는데,
그러니깐, '앞으로 계속-' 과 같은 말을 자신의 자리가 유한한 직업인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되죠.
뒤에 남는 사람이 괴롭잖아요.  

 한글판을 보니, 급 땡기는 영문판 표지는 내나 영국판(맨 오른쪽)이나 미국판(중간)이나 그닥 맘에 안 드네요.
혹시나 찾아보니 교봉에서 바로드림으로  당장 살 수 있긴 하네요.
책정보가 isbn과 정보에는 하드커버, 제목에는 페이퍼백이라고 다소 혼란 스럽긴 하지만, 가격으로 보면 하드커버인듯.  
isbn으론 일단 미국판 하드커버.. 로 나오네요.   

무튼, 희미한 옛사랑과도 같은 이름 '알랭 드 보통'인데, 그래도 아직 그 이름의 신간을 보면, 맘이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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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9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8-0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판은 (커버도 속지도 약간 두꺼운) 페이퍼 백이에요 ^^; 겉모습은 막상 보면 나쁘진 않아요..

2009-08-09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0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9-08-10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판 저도 마음에 안듭니다;;;; 그래도 사긴 샀지만 ㅋㅋ
하드커버라서 책표지 벗겨내고 책싸개 씌워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어요 ㅋㅋ

하이드 2009-08-1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버전 나올때까지 기다려 볼까요? 보통책들 표지가 예쁜 것들이 많은데, 어째 이 책은 처음 나온 영국판, 미국판 다 반응이 많이 좋지는 앟으니 말이에요. ^^
 

갈색 눈, 푸른 눈.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작가가 모순된 말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어떤지를 묻고 잇는 것이 아니고, 여주인공의 눈 색깔 자체가 중요한지 어떤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여인의 눈 색깔을 언급해야 하는 소설가들에게 나는 연민을 느낀다. 선택이란 거의 있을 수 없고 어떤 색깔이 선택되든 필수적으로 진부한 암시가 따른다. 그녀의 눈이 푸르면 순진함과 정직함의 암시가 따르고, 검으면 열정과 깊이를 암시한다. 그녀의 눈이 초록이면 야성과 질투를 암시하고, 갈색이면 신빙성과 상식을 뜻한다. 그녀의 눈이 자줏빛이면 그 소설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것이다. 이런 진부한 암시에서 벗어나려면 해당 여인의 성격에 대한 보충 설명 괄호를 한 자루는 써야 될 것이다. -  줄리안 반즈 <플로베르의 앵무새> 中-  

 

 

 

 


마지막 문장에서 웃었다.  '그녀의 눈이 자줏빛이면 그 소설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것이다' 풉-   

그러네. 확실히, 외국 소설에서는 눈의 색깔이 주인공의 성격을 나타내는 클리쉐가 되기도 한다.
진부한 암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꽤 만만한 장치이지 않은가.

챈들러의 소설에 나오는 '그녀'의 눈이 '자줏빛'인걸 무얼 의미하는지 더 말해보면,  

자줏빛은 아마 purple eyes 혹은 violet eyes를 의미하는 것일게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 눈 색깔이다. purple 은 신화에나 존재할법한 컬러이고, violet은 blue계에서 나오는데(유전적으로, 색상적으로) 아주 희귀하게 존재한다고 한다. (위키의 예를 보면 아프가니스탄 카슈미르 지방 뭐 이런 곳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violet eyes 가 있다. 

 

그녀의 눈은 사실, 그린- 블루 계통에 가깝지만, 빛에 따라 변화무쌍하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신비한 눈빛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바비 인형의 컬러 역시 '바이올렛 아이즈' 이다.

다시 처음의 줄리언 번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인용부분으로 가자면, 위의 눈 색깔 이야기는 <보봐리 부인>의 엠마의 눈색깔 이야기 중에 나온 얘기다. 보봐리 부인의 실제 모델이 된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의 눈은 색깔이 불분명하여 빛에 따라 초록, 회색 또는 파란빛이었으나, 호소하는 듯한 표정이 그녀의 눈에서 떠나는 일이 없었다' 고 나오고 있다.

리즈 테일러 역시, 그런 불분명한 색깔의 호소력 짙은 눈빛이라는데 한 표.   
무튼,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은 바이올렛의 아이컬러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렛 아이즈'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역시 아이콘 중의 아이콘. 

purple color 를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눈색깔이라고 했지만, 여기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Alexandria's genesis 라는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눈색깔은 purple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위의 사진이 합성인지, 콘택트인지, 실제 눈 색깔인지는 알아서들 생각하시고,  
이 병의 증상으로는 퍼플 아이즈, 몸에 털이 없고, 피부가 하얗고, 반짝이며 흠이 없고, 병에 걸리지 않으며, 생리를 안 하고 .. 응? 배설을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고, 평균수명은 170세이며, 노화현상이 거의 없고....  

도시괴담 혹은 신화에 가까운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챈들러의 책을 많이 읽기는 했는데, 여주인공의 눈 색깔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문장을 읽는데, 확- 공감이 가서 웃음을 터뜨리기는 했는데.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혹은 괴담, 신화속에서나 존재하는 violet eyes 혹은 purple eyes 의 '그녀'들을
등장시키는 챈들러. 라고 생각하니, 뭔가 새로운 면을 알게 된듯하다.

올 여름은 챈들러를 다시 읽으며, 그녀들의 눈 색깔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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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챈들러의 그녀들의 눈동자 색깔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8-09 10:32 
    THE BIG SLEEP She was twenty or so, small and delicately put together, but she looked durable. She wore pale blue slacks and they looked well on her. She walked as if she were floating. Her hair was a fine tawny wave cut much shorter than the current fa
 
 
마노아 2009-08-0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정만화에서 특별한 주인공들은 자주 바이올렛 눈동자로 묘사되었어요.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막내 딸 샤리가 그랬고, 황미나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선 스와니가 그랬죠. 그게 그렇게 희귀한 눈동자일 줄 몰랐어요. ^^

2009-08-08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8-0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 이렇게 확대하고 보니 좀 그로테스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