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제목에 쓰긴 했지만, 난 늘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과하다 싶게 말하는 주의다. ( 그 반대의 경우도)
미국 게이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sharing emotion 이라고 욕인지 칭찬인지 알쏭달쏭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별로 알고 싶지 않으니깐,그건 욕이야 라거나 그건 칭찬이야. 라고 확인사살해줄 필요는 없구요)
책 추천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그 사람을 알아야 추천이 되지만, 좋은 책의 경우, 애거서 크리스티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책을 타인에게 읽도록 만들고 싶어하는' 욕망과 괴이한 습관은 독서가의 미덕(혹은 악덕) 에서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설이 기네. 오래간만의 추천이라 ^^
여기부터 시작하자.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는 정치, 시사 이슈를 챙겨 보지 않는 편이라,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아는 정도만 아는 대다수중 하나다. 김선주가 한겨레 기자였고, 논술주간이었다고 해도, 낯선 이름이었다. ( 사실,이 책을 왜 사게 되었는지도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책의 앞머리에 서명숙과 정혜신이 아주 멋들어진 추천사를 각각 몇 장에 걸쳐 남기고 있다. 음. 이 두 명은 안다. 책도 읽어 봤고. 여튼, 추천사는 빠방하게 받았군..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주제의 글도 마음에 와닿고,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었으며, 편집 또한 훌륭하다.
정치, 교육, 결혼, 성, 사랑, 종교, 전쟁과 평화, 언론, 사람 등에 대한 이야기가 지난 20여년의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며 거침없이 펼쳐진다.
추천사에서 그런 말을 봐서 그렇게 여겨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글은 그녀 그 자체다. 글과 사람이 일치한다. 글을 보니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솔직하고, 지적이며, 자신을 잘 알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똥같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스트레스 지수만 높이는거냐. 싶었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여전히 지극히 회의적이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으려해도, 사람이 조금씩 바뀌어 나가면, 사회도 조금씩 그에 맞춰 바뀌어 나가는 거니깐.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글의 말미에 글이 발표된 년도를 보며 놀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야기는 딱 지금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발표년도는 10여년 전이라거나 .. 그녀의 선견지명에 감탄하기도 하고, 세상의 변하지 않음에 희미한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
나처럼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십분 와닿는 이야기이니, 이 책은 추천할 수 있고, 선물할 수 있다. 정치 이야기 뿐 아니라 다양한 세상 사는 이야기가 있으므로.
에드워드 케네디 <케네디가의 형제들>
나만 그랬던게 아니더라. 이 책 표지.. 구매욕을 떨어뜨린다구요ㅡㅜ 책 안에 멋진 사진들 진짜 많은데.. 좀 세련되고, 읽고 싶게 만들어주지.
케네디가 9남매 중 막내, 에드워드 케네디의 자서전이다.
우리나라 정치 뿐만 아니라, 외국의 정치도 잘 모른다. 이 부분에 있어 꽤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더 쏙쏙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는데, 보통 알듯이 케네디 대통령이 있고, 부인은 재클린 케네디, 에드워드 케네디가 상원의원에 있었다는 것 정도, 얼마전 말콤 글래드웰 책에서 읽었던 조지프 케네디, 앞에 말한 케네디들의 아버지가 난 인물이었다는 거.
이들 가족의 역사는 어쩌면 이렇게 기구한가. 싶기도 하고, 현대의 미국 귀족이었던 그들의 삶을 엿보며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그런 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
첫째인 조가 전쟁에서 죽고, 케네디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와 전쟁영웅이 된다. 어릴적부터 등이 아팠던 케네디는 신검에서 떨어질까 불안해 한다. 신검에서 떨어지자, 몇달간 몸을 만들며 재검을 준비한다.그리고 아버지에게 이야기 해서 아버지의 백을 통해 군대에 갈 수 있게 된다. 당시는 전시였다.
백을 써서 군대에 간다라.
김선주의 책에 사람은 학교에서도 배우지만, '시대에서 배운다' 는 이야기가 나온다.
돈 없고, 백 없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남동생 ,아들, 군대 보내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퍼져 있는 것은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시대에서 배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자서전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좀 지루하다가 점점 페이스를 맞춰가는 호흡 긴 자서전들과는 다르다. 초반부터 몰아쳐서 감동과 깨달음과 재미와 지식을 선사한다. 에드워드 케네디는 막 유머러스한 타입인 것 같지는 않는데, 종종 무지 웃겨서 깔깔대며 웃게 만든다.
그러니깐, 재미있다니깐요. 뭐하면, 서점에 서서 앞부분만이라도 읽어보면,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아니면 말고요. 헤헤 ^^
엘리자베스 길버트 <결혼해도 괜찮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해라' 의 뒷 이야기가 나와 있다.
국토연방부에 의해 결혼하거나 헤어지게 될 갈림길에 서서
결혼에 대해 엄청나게 회의적인 그녀는 '결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맛있는 이탈리안 요리도, 낭만적인 발리의 해변도, 영적인 인도의 명상도 없지만,
결혼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에 대한 고찰.을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아.. 정말 보람된 독서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 그리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어떤식으로든 접하고, 그녀를 그런 여행작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그런 칙릿 작가가 좋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의 그녀의 모습, 그녀의 본래의 모습, 혹은 이 경우에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녀의 목소리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모든 미혼, 비혼 여성들에게 그리고, 기혼 여성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꺼라고 생각한다. 곁다리 .. 곁다리이지만, 정말 중요한 곁다리인 펠리페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는 이 책의 분량에서 많은 부분 나오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진짜진짜 달콤해서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전생에 무슨 나라를 구하는 덕을 쌓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다.
소름 끼치게 좋은 부분도 있고, 소름 끼치게 싫은 부분도 있다. 그러니깐, 책이 좋고 싫은게 아니라 '결혼'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 말이다. '이모 연대' 이야기에서는 나는 미혼과 비혼과 결혼 사이에서 노선을 정하지 못한 30대의 여자이지만, 닭살이 돋았다. 좋아서.
딱 하나 걸리는 건 제목.. <결혼해도 괜찮아>의 원제는 commited이다. 난 이걸 남자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러니깐, 앨리 맥빌 시즌 5 의 래리개쉐끼를 보면서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지극히 여자의 문제였던 것이다.
여튼, 원제는 공감 가지만, 표지의 저 절대반지같은 반지그림과 '결혼해도 괜찮아'라는 번역 제목은 좀 오글거리고, 내가 읽는 것을 남들이 볼까 부끄럽다. 30대의 여성이 아니라 어떤 세대의 여성과 남성이건 저 표지 읽는건 적나라한 일러스트 표지의 책을 들고 읽는 것만큼 민망하지 않을까? 아.. 내가 이런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 사실, 저 위의 김선주 책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도 연애 소설로 보는 사람이 있어서 짜증스러웠다.
여튼, 위의 책 세권, 재미있고, 유익하고, 생각거리도 많은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