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예문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로 시작되는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4년전 봄에 읽었다. 리뷰의 마지막은 '쓸쓸해' 로 마무리된다.

그 후로 몇 권의 다자이 오사무를 읽으며 실망도 하고, 찌질함에 코웃음도 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공감도 느끼고..
그랬는데,  

아주 오래간만에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읽게 되었다.  

짧은 단편 모음집이다. 새빨간 표지에 <굿바이>라는 제목이다. 

'추억'이라는 첫 단편은 지루하고, 찌질하지도 않아서, 한숨을 푹푹 쉬며 읽었다. 싫은 건 아니지만, 좋지도 않았다.  

두번째 단편 '역행'은 아쿠타가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불만을 품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를 발표하기도 했던 단편이다.  

'노인이라 할 수 없었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을 넘었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 노인이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단편집의 두번째 소설. 첫번째 단편이 별로였어서 심드렁하게 히죽이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 꽝!  

선선히 달리다 모퉁이를 도는데, 길이 아니라 벽이 나와 흠칫 놀라듯이 술렁술렁 읽다가 쾅 - 놀라버렸다.
그 이후로 쭉 남은 얼마 안되는 분량의 다자이 오사무 마지막 단편들에 몰입  

개인적 경험이 투사되어서인지, 아님, 다자이 오사무가 그냥 훌륭한 작가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단편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에 줄거리를 붙일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 뭐라 설명할 수 없다. 노인이라고 느끼는 스물 다섯살의 허세 가득한 몸과 마음이 가난한 학생이 낙제가 뻔한 프랑스어 시험에 들어간다. 어떤 문제가 나오건 '플로베르는 철부지다' 라고 쓸 참이었다. 는 이야기가 나오는 에피소드의 제목은 '도적'이다. 그러니깐, '역행'이라는 단편 아래 몇가지 에피소드 제목들이 있다.

밖으로 나온 젊은 도적은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 슬픔은 뭘까?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거지?"  

'결투'에서는 예언자 행세를 하다가 농사꾼의 위스키를 뺏어 마시고, 얻어 맞는다.  

진흙탕에 엎드려 지금이야말로 엉엉 소리 내어 울어야 한다고 안달했지만 비참하게도 눈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이야기는 '검둥이' 마지막장까지 이 검둥이를 검둥이라는 개의 이름으로 읽고, 뜨개질 하는 개라니..쌩뚱맞아 했다. 쌩뚱맞은 건 나였다.  

세번째 단편 '망치소리'도 좋은 작품이고, 네번째 작품 '아침'은 이전에 읽었던 작품이다. 다섯번째 작품인 '내 반생을 말하다' 의 마지막 줄에  

벌써 서른 아홉 살이 됩니다.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해 보면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 아무런 자신이 없습니다. 결국 이런 겁쟁이가 처자식을 부양한다니 오히려 비참하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득 드는 생각.  다자이 오사무 같은 사내가 어떻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있었을까?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인 '굿바이'  
제목 그대로 굿바이다.  

다자이 오사무 같지 않은 유쾌함과 유머와 유쾌한 한량스러운 이야기로 다자이 오사무는 굿바이  
세상과도 굿바이, 독자와도 굿바이, 나와도 굿바이  

아사히 신문 연재 분량 10회를 넘기고 11회에서 13회의 초고와 유서 등을 남겨 두고 투신자살로 지난했던 서른 아홉해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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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16: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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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