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마,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 옳은 결정일때가 많을 것이다.
지지리도 오래 읽다 만 채였던 <난반사> 오늘 새벽에 읽어버렸다.
역시 누쿠이 도코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행록>의 메세지를 좋아한다.
<난반사>의 메세지에는 일견 동의하지만, 그건 너무 편한 길 같아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다.
제각기 사연은 다르겠지만 무슨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툭하면 성을 내는 어른이나, 집요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진상 고객들, 뭘까, 일본인들은 지금 병이 든 걸까?
병들었다고 생각해요.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지만, 그건 의무의 이행이 동반될 때의 이야기죠. 그건 모르고 권리행사만 주장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엄청 늘어났어요. 게다가 본인들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신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도 못해요.
일본인은 '민폐'에 민감한 국민이다. <난반사>에서 '나 하나쯤은' 이라고, 조금씩 민폐를 끼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나일 수 있고, 우리 가족일 수 있고, 내 친구일 수도 있는 많은 일상의 인물들이 '두 살 어린아이를 죽인 살인자'로 비난 받는다.
운이 나빴다. 내 책임이라니 비약이다. 라고 바르르 떨며 말하는 그들 하나하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무너진다. ( 이 부분이 깨림찍하다. ) 그리고, 가까운 이들에게 '마녀사냥' 당하듯이 마음 속에서 범죄자에 살인자가 되어 버린다.
기자이자 죽은 두 살 아가의 아빠인 가야마는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처절하고 불쌍한 모습으로 '당신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습니다. 당신은 살인자입니다. 그래서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는 말입니까? 죽은 우리 겐타에게 사과하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라고 말한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사건을 파고들게 한 건 작가의 장치이겠고, 그럼으로써, 메세지를 주려는 것이겠지만, 좀 작위적이고, 단순하다.
'회색'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라면,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흑과 백'이다.
이 세상이 '회색'이라는 것은 이미 자명한 일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조금 복잡했던 마음이 글을 쓰며 정리된다. 당분간은 이 책이 날 놔줄 것 같지 않지만, 여튼, 지금 생각으로는
이 책은 '민폐' 의 정도차를 시험하는 책이지 않나싶다.
'의무'는 행사하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사람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책에 나온 식으로 생각하자면, 세상 모두가 살인자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을테고,
그러니, 어느 정도에서 타협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짐작해야할 것이다.
페이퍼 쓰다보니, 미처 안 산 누쿠이 도쿠로의 신작이 있다. <후회와 진실의 빛>
야호! 오늘 도착한 책 우걱우걱하고, 얼른 사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