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연식 드러나는 이야기인가?

 

나는 잠실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과천에서 보냈다.

내가 살던 당시의 과천은 도로포장도 되기 전이어서 흙길을 걸어 학교를 갔고, 과천 입구의 성당이 생기기 전이어서, 파란 천막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었다. 서울랜드가 만들어지는걸 학교에서 보고, 완성되고 난 후에는 개구멍을 찾아 산길로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의 복돌이 수영장을 다녔다.

 

불타는 금요일밤에 문득 어린 시절 과천을 떠올리는건 신야님의 책을 읽다가 마주친 식물놀이 때문이다.

 

식물을 이용한 놀이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요새 아이들이 하는 게임처럼 점수를 따거나 뭔가를 공략하는등 수험 전쟁의 연장전처럼 성과를 올려야 하는 놀이가 아니다. 아이들의 놀이가 이렇게 바뀐 것은 어느 시기부터인가 일본 전체가 성과를 다투는 시스템이 되어 버린 것에 따른 영향일 것이다.

 

 

그래, 식물을 이용한 놀이들이 있었고, 그 놀이들에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길가에 많았던 관엽중에 새끼손톱만한 잎이 잔뜩 달려 있는 ( 어이, 식물 이름 정도는 척척이어야 하는거 아니야? 아, 네;;) 관엽이 있었는데, 그 잎을 떼서 반으로 갈라 반쪽을 다른 반쪽 안으로 넣어주면 그건 '배'다. 조각배

 

분꽃이 있었는데, 분꽃씨는 작고, 검고, 쪼글쪼글했다. 분꽃씨를 모으곤 했다.

 

사루비아가 많았고, 꿀을 빨아먹곤 했다.

 

아카시아 잎을 뜯어서 '사랑한다, 안 사랑한다, 사랑한다, ...' 뭐, 이런걸... 했을리는 없고, 어린아이답게 유치하게 놀았을꺼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줄기 위에 다섯줄기인가 여섯줄기로 펼쳐진 풀이 있었는데, 오므려서 묶어서 우산처럼 폈다 접었다 했던 기억도 있다.

 

토끼풀 반지는 기본이고,

 

민들레 씨를 후후 - 부는걸 실제로 '놀이'로 하기도 했고,

 

풀밭을 뒹구르며 네잎클로바를 찾다가 두꺼비와 마주쳐 식겁한 기억도 난다.

 

강아지풀로는 뭘 하고 놀았더라. 자고 있는 애기 였던 동생 코를 간질이고, 동생이 깨서 울면, 시침 뚝 때고

 

요즘 아이들은 뚜렷한 목적 없는 식물을 이용한 놀이를 할까?

 

삼나무 총포에서 소리가 났다지만 별 것 아니었다. 대나무 헬리콥터를 날렸다지만 백 초 정도 대나무가 빙글빙글 돌면서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본 것이 전부다. 죽마를 타봤자 평소보다 4~5cm 정도 키가 커져서 세상의 원근감이 조금 변할 뿐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놀이에 흥분했던 옛날 아이들은 불행했던 걸까, 행복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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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6-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카시아로 가위바위보 했어요. 양쪽 잎 수가 똑같으니까 질 때마다 하나씩 떼서 먼저 다 떼는 사람이 지는거죠.
그러고보니 요즘 애들은 네잎 클로버를 찾을까 갑자기 궁금. 네잎클로버도 막 파니까... 하루종일 못찾아서 속상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이드 2012-06-29 23:33   좋아요 0 | URL
어, 맞아요, 저도 가위바위보 했어요! 막 많은 잎 있는거 고르고 그랬었나까지는 가물가물하네요. ㅎ
근데, 위에 쓴게 진짜 옛날일인데, 책 읽다가 후루룩 생각나버려 놀랐어요.

2012-06-30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30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2-06-3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꽈리도 있었지요.
그 시절엔 동네공원 같은 거 없었지만, 집 마당이 공원이었죠. 마당에 그네 있는 집이 진짜 부러웠는데, 아빠가 철공소에 시소를 주문해 주셨어요. 마당에 텐트도 치고.
그런 거 생각하니, 아빠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하이드 2012-06-30 12:51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맞아. 꽈리 불고 그랬는데 ㅎㅎ 어제 처음으로 녹색 꽈리가 시장에 나왔더라구요. 여름은 길어보이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또 주황색 꽈리를 시장에서 보는 날이 곧 오겠지요.

시소 같은걸 주문할 수 있는건가요? 우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