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닝 와이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9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전기는 프랑케슈타인의 괴물과 같습니다. 그 괴물은 번개로 생명을 얻었지요. 어리석은 동시에 영리하고요. 어리석다는 이유는, 일단 태어난 뒤에는 땅으로 돌아가려는 단 한 가지 목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리하는 것은, 전기가 땅으로 돌아가는 최선의 길을 본능적으로 찾는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전기는 항상 저항이 최소인 경로를 찾아갑니다.
제프리 디버는 캐슬에 등장할 때 좋았고,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 시리즈물을 꾸준히 써준다는 면에서 좋지만, 딱히 내가 열광하는 시리즈나 주인공이 등장하지는 않아서, 시리즈물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보다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된다. 전신마비의 링컨 라임이나 그의 연인인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맬리아 색스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난 간병인인 톰이 제일 좋을 뿐이고;;
여튼, 이번 시리즈는 재미있었다. 최대 전력 공급자이인 전력회사 엘곤퀸이 배경이고, 범인은 '전기'로 사람들을 죽인다.
가깝고도 무서운 존재인 '전기' 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전기로 죽는 사람들에 대한 끔찍한 묘사는 다른 어떤 사이코패스의 가장 엽기적인 살인보다 더 무섭다.
시리즈의 캐릭터보다는 내용을 더 본다고 하긴 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링컨에 대해, 아멜리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딱히 범인을 찾으며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흡입력 있는 결말 직전까지에 비해 결말은 좀 반칙같기도 하고, 너무 급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링컨의 결정이 또 다른 긴박함을 줘서 전체적인 밸런스는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캐트린 댄스 시리즈와 링컨 라임 시리즈를 번갈아 내겠다고 말한 제프리 디버, 링컨과 캐트린은 서로 사건에 대해 도움 주는 사이고,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번 시리즈에서도 캐트린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게 시리즈의 재미.
링컨 라임은 뭔가를 좀 더 잘 알면 덜 무서워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식은 통제력이다. 한데 전기는, 전력은 그렇지 않았다. 많이 알면 알수록 더 불안했다. 기본 개념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꾸만 생각났다. 전기는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캄캄한 방 안의 독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