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가 있다고들 하지. 기억하고 의식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기억, 습득, 체화되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들.

집에 나오면서 문을 잠근다거나 하는.

 

천번도 더 셔터를 내렸는데, 어젯밤에 내 뱀의 뇌가 잠시 훼까닥 했는지 문을 넣지 않고 셔터를 내리고 그대로 돌아서 지하철을 타러 가버렸던 것이다.

점심께 나와 기겁.

 

전화비도 전기세도 밀려주고 있는데, 과거 알바생이 똑같이 셔터 고장 냈을때 20만원 생돈 나갔던 거 떠올리며, 아...

셔터가 내 키보다 더 낮게 내려와 있어서 가게도 제대로 오픈 못하고, 그냥 내가 머리를 벽에 막 박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셔터 아저씨가 바로 오실 수 있어서, 멘붕의 시기를 지나 허탈한 심기에 접어들어 황당해 하며 허허..허허.. 하며 신간마실.

 

하세 세이슈, <불야성> 시리즈 마지막이 나오나보다. 23일 이후로 풀릴 것 같은데, 이 겨울 쎈 놈이 왔다!

1권 2권까지 다시 사서 불야성 시리즈로 겨울밤을 불태워야겠다.

요코미조 세이시 신간 소식도 들은 것 같은데. 연말에 맘 다잡으며 읽을 책들의 리스트를 뽑아보고 있다.

 

오늘 마침 적립금도 들어왔겠다 미쓰다 신조 정도는 질러주자. 싶어 신간 탐색.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로, 제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다. 신비로운 물의 신 '미즈치 님'을 외경하는 나라의 산골마을. 오랜 전통과 금기가 지배하는 이곳에서 십삼 년 만에 기괴한 기우제가 열린다. 눈을 부릅뜬 채 사체로 발견된 신남. 그는 대체 물속에서 무얼 본 것일까?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는 아니지만, 굉장히 특이한 표지, 미쓰다 신조를 처음 접하게 해 준 작품. 700페이지 가까운 두툼한 분량으로 셔터고장을 잊어보리라. ㅡㅜ

 

 

  난 도미니크 로로의 모든 점이 좋은건 아니지만, 도미니크 로로가 좋다.

 근데, 이렇게 비슷한 주제로 너무 다작하는 것이 아닌가 살짝 걱정되나. (이때까지 나온건 다 샀다.) 여튼, 도미니크 로로를 처음 알게 된 <심플하게 산다> 내 인생의 주제이자 목표. 의 실행법 같은 책이 나왔다. 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심플하게 산다>는 읽고 팔았으므로 이번 기회에 다시 사는 걸로. 무슨무슨 실행법 이런거 전혀 땡기지 않지만,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니깐, 그냥 산다. 기대는 없다.

 

 

 

 

 

 

미국 철학계의 거장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 철학교수 숀 켈리가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 삶의 상실과 회복. 책 한 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책은 우리 삶을 괴롭히는 문제의 근원을 뿌리째 들어내고 직시하게 해준다. 우리는 그 책으로 인해 삶이 바뀌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내 삶의 연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빛난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역자는 번역을 고사하다가 원서를 읽어보고는 책의 불가피한 유혹에 빠져 번역의 중노동을 감수하기로 한다. 편집자 역시 책을 만들면서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을 통독하고는, 이 책이 건네는 감동과 깨달음에 젖어 한 계절을 보낸다. 감히 말하건대, <모든 것은 빛난다>는 근래에 나온 인문적, 철학적 에세이 가운데 최고라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 철학계의 거장 중 한 명인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 철학과장 숀 도런스 켈리가 함께 썼다. 권위의 「뉴욕타임스」는 동일한 책에 대해 유례없이 3번이나 리뷰를 실으면서 “2011년 올해 최고의 책”이라 추켜세웠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철학자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명저술가 찰스 반 도렌(Charles Van Doren) 등은 대놓고 극찬에 가까운 찬사를 보냈다.

 

역자가 번역 고사한 얘기까지 책소개에 구질구질 쓸 필요 있나? 편집자가 책 다섯 번 이상 읽은 것도 마찬가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타임라인에서 되게 좋다고 누가 그랬는데, 얼마나 좋나 한 번 독서 해볼라꼬~

 

  철학자 강신주가 읽어주는 욕망의 인문학.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혁명적인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현실은 이성보다 감정에 좌우되는 존재다. 하지만 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감정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내 옆에 있는 남자에 대한 끌림이 단순히 좋은 사람에 대한 호감일까, 아니면 사랑의 시작일까? 지금 연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연민일까, 진짜 사랑일까? 나의 선택은 올바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소심함 때문에 선택한 실수일까?

우리는 나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감정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이유는 감정의 긍정을 통해 ‘살아 있는 나’를 위한 윤리학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강신주는 스피노자의 프리즘을 통해 인간 감정의 참모습을 찾아낸다.

 

역시 연말에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리스트업중인 책. 오늘 알사탕 500개 붙었다.

 

 

  그리고 예쁜 책 두 권.

 

 근데, 내가 지금은 예쁜 책 말고 뭔가 열심히 생각하고 싶은 책 사고 싶어서, 이번에는 패스

 

 

 

 

 

 

 

 

 

 

페이퍼 쓰는 중에 손님 오셔서 미니부케를 만들었다.

셔터 고장난거 투덜거리며 기분 안 좋으니깐 꽃이라도 예쁘게 만들어드릴께요.

 

라고, 예쁘고 예쁜 미니부케 만들어드림.

 

생각해보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 가장 쉬운 일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도, 고양이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나의 기분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참, 거시기할 것 같아.

 

꽃, 꽃만은 언제나 예쁘다. 는 만고땡진리.

 

 

미스티 블루 사이에 숨어 있는 저 장미의 이름은 '로잘린'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하이드보다 더 오래된 나의 닉이기도 하다. 향기가 코를 공격적으로 찌르는 페일핑크의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미.

 

로잘린만 따로 찍어둔것 언제 한 번 올리겠지만, 정말, 맨날 꽃 보며 꺅꺅 거리는 나도 숨 멈추게 하는 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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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11-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감정수업 사서 알사탕 받으려고 장바구니 담기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당일배송 안 되는 책 빼고 오만원 맞춰 주문하고 보니 강신주 책이 빠졌네~ 에헤라 디야~

미래소년 2013-11-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린 머리처럼.." 얼마 전에 나름 재밌게 읽었어요^^
부케, 정말 이쁘네요~~ 제 눈에는 '로잘린'보다 '미스티 블루'가 멋져 보여요!

하이드 2013-11-16 14:46   좋아요 0 | URL
미스티 블루, 드라이 되는 꽃중에서도 향기가 향긋향긋해서 매력적이에요.

마녀고양이 2013-11-1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서재에 문득 들렸다가, 모든 것이 빛난다와 결괴를 업어갑니다.
새삼스럽게 참 좋은 글귀들과 책 정보구나 하는 생각에 댓글 남기네요.
꽃과 책... 참 예쁘고 부러워요. ^^

하이드 2013-11-16 14:4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결괴' 읽으시면 기 마구 빨리실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고, '결괴'에 푹 빠졌다 잘 헤어나오시길 바랍니다.

꽃과 책.. 그렇죠. 꽃이 떨어져야 그 때가 봄이었구나 뒤늦게 안다는데, 전 꽃 피어 있는 지금이 봄인걸 알고 만끽하고 있네요.
 
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짝짝짝

박수 치고 시작할께요.

 

가와이 간지.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일본 단어인 그 가와이 , 그 간지가 맞습니까?

본명은 아니고 필명이다. 잃어버린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아..

 

"많은 미스터리 작품을 읽었는데 그 가운데 시마다 소지 선생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선생의 작품에선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 거침없이 그려지죠. 그야말로 일루전(illusion)입니다. 미스터리를 쓸 거라면 <점성술 살인사건>을 쓰던 즈음의 시마다 선생이 지녔던 기개에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감히 그 작품에 도전하겠다는 줴넘은 생각이 아니라 그 기개를 배우고 싶었던 겁니다."

 

시마다 소지에의 애증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애'만 남은 몇 안 되는 작가이다. 확실히 그는 기개 있다. 이렇게까지 뜯었다 붙였다 해도 되는거야?!! 어이 없게 만들고, 미타라이 기요시를 먼치킨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 황당함은 시마다 소지매력의 한 부분일 뿐이고, 계속 꾹 참고(?) 읽다보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 시마다 소지의 기개를 이야기하며 데뷔한 가와이 간지는 아직 많은 것이 오픈되지 않은 작가이다.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나왔고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한다.

 

대충 국내 나오는 일본 미스터리들은 읽어보는 편인데, 이야기나 캐릭터가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고, '점성술 살인사건' 에 대한 오마주라고 하면, 더욱 더 낯익은 이야기인데, 그 조합들은 꽤나 신선하다. 아마존 독자 리뷰에서도, 옮긴이의 말에서도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 작가. 라는 평이 있었는데, 평을 먼저 읽을 때는 '뭔가 부족하지만', 좋은 면도 있나보다. 라고 읽기 시작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겠다. 읽어 보면 고개 끄덕이게 될 것이다.

 

경시청 네 명의 조합은 분명히 더 보고 싶다.

신체의 일부분이 없어지는 연쇄 살인범을 쫓는 형사들이 이야기, 그 신체의 일부분들이 모여 프랑켄 슈타인처럼 되살아난 '데드맨' 의 이야기.

 

강렬하고 믿을 수 없는 신내린듯한 데뷔작들이 있다. 그와 같은 데뷔작은 아닐지라도하고, 경쾌하고,

캐릭터 각각이 더 궁금하고, 어느 곳 하나 흠 잡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작품이 훨씬 더 기다려 지는 것은 확실히 '아직 보여주고 있지 않은 것이 많은 작가' 라는 평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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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같은 비쥬얼의 오하라 장미

후아후아 - 푹신푹신 -

 

 

 RHK 판타스틱 픽션 골드 시리즈 세번째는

 

 존 르 카레 <스마일리의 사람들> 이다.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중 7번째 작품으로 영국 정보부의 조지 스마일리와 KGB의 스파이 마스터 카를라와의 마지막 대결을 다룬다. 은퇴한 늙은 스파이를 다시 첩보전의 중심으로 끌고 온 이 이야기는 '카를라 삼부작'의 시작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함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자 궁극의 스파이 소설로 평가받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이다.

은퇴한 늙은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는 과거 자신과 함께 싸웠던 에스토니아 출신 망명자 장군 블라디미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기나긴 냉전의 대립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시대로부터 도태되었던 수많은 스파이들과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또한 초라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던 스마일리는 블라디미르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 스마일리와의 접촉을 시도했었고, 스마일리의 숙적이자 모스크바 센터의 수장 카를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던 중이었음이 밝혀진다.

적수에 대한 되살아난 분노와 함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위험 속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다 죽은 블라디미르의 복수를 위해 스마일리는 다시 한 번 첩보전의 중심에 복귀한다. 크렘린의 중심, 스마일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잡을 수 없던 카를라를 포획할 마지막 기회. 하지만 스마일리가 블라디미르의 흔적을 따라 카를라에게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올수록 스마일리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가는데…

 

 

 

 

 

RHK 골드 픽션의 첫번째와 두번째는

'채텀스쿨 어페어'와  'LA 컨피덴셜'

 

명품 스릴러들이 나와주고 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의 와타야 리사의 '불쌍하구나'

 

  정말 번역서 표지가 불쌍하구나 ㅡㅜ 지인이 보내 준 원서의 표지는 이렇게나 예쁜데 말이다. 닉혼비의 소년만화 같은 표지에 이은 손에 꼽는 지못미다. 이건 거의 원서 표지에 대한 테러이지 않은가.

 

<불쌍하구나?>는 우유부단한 남자친구에게 휘둘리는 여주인공을 그린 표제작 '불쌍하구나?'와 자기보다 예쁜 친구를 단짝으로 둔 여자의 심리를 그린 '아미는 미인'을 묶은 중편집으로, 두 편의 소설에서 와타야 리사는 자신과 같은 20대 여성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본다.

본모습을 감추고, 참고, 양보하며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 마음, 그리고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질투와 갈등. 이런 감정 변화들을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감각적인 문체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전개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버니 크라우스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원제 The Great Animal Orchestra

 

제인 구달, 에드워드 윌슨 추천작. 음악가로 활동하다 자연의 소리에 운명적으로 매료되어 반평생을 소리풍경을 녹음하는 데 바쳐온 지은이의 대표작이다. 소리풍경 생태학의 선구자로 통하는 지은이는 북극의 툰드라에서 보르네오 원시림까지 지구 전역을 누비며 지금까지 15,000여 종의 생물음을 녹음했고, 총 녹음시간도 4,500시간에 달한다.

땅과 빙하가 움직이는 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해안가의 파도소리, 비와 눈이 내리는 소리 등 독특한 자연음에서부터 옥수수가 자라는 소리, 원시림의 새벽합창, 바다 속에 수중마이크를 넣어 녹음한 산호초 소리, 개미가 노래하는 소리 등의 생물음 그리고 인간의 소음까지 책에 나오는 다채로운 소리 이야기가 이색적인 흥미를 끈다.

 

P.34 : 자연의 소리풍경은 생태계 전체의 목소리이다. 모든 생물과 지구상의 모든 장소는 저마다 독특한 음향적 표식을 갖고 있다. 소리풍경의 개성에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한다. 언덕 지역에서는 소리가 뻗어나가지 못한다. 반면 탁 트이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소리가 빨리 퍼지고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에 따라 음향적 특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배적인 초목이 무엇인지(침엽수인지, 잎이 넓은 낙엽수인지), 얼마나 밀집되게 자라는지, 그 지역의 지질이 어떻게 되는지(암석이 많은지, 산악지대인지, 평지인지)에 따라 소리풍경이 결정된다. 소리는 젖은 나뭇잎에 반사된다. 박쥐가 내는 소리를 특이 하게 반사해서 수분에 활용하는 독특한 모양의 식물도 있다. 소리는 초목의 껍질에도 반사되고, 비나 새벽이슬에 젖은 땅에도 반사된다. 날이 건조하면 소리가 멀리까지 뻗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으므로 숲이 조용하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혁명적인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현실은 이성보다 감정에 좌우되는 존재다. 하지만 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감정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내 옆에 있는 남자에 대한 끌림이 단순히 좋은 사람에 대한 호감일까, 아니면 사랑의 시작일까? 지금 연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연민일까, 진짜 사랑일까? 나의 선택은 올바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소심함 때문에 선택한 실수일까? ‘대담함’이란 감정은 용기와 동의어일까? 나의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일까, 아니면 경쟁심의 발로일까? 우리는 나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강신주의 새 책. 내일인가 모레인가 글피인가 알사탕 500개 붙었다. 추워지는 날씨에 끼고 딩굴거리기 좋을지도.

 

 

  킨포크 테이블

 

브룩클린, 코펜하겐, 영국, 포틀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창조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이 공개한 심플한 식탁의 표정을 담은 책이다.

따뜻한 수프 한 접시,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방금 구운 빵 등 친밀한 지인들을 초대한 작은 모임을 위해 화가, 바리스타, 작가, 뮤지션, 칼럼니스트, 블로거, 요리사 등 53인이 자신만의 한 그릇을 만드는 88개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느린 기쁨을 발견하는 책 <킨포크 테이블>은 1/3의 사람 이야기, 1/3의 요리 이야기, 1/3의 여행 이야기가 합쳐져 한 권으로 완성되었다.

우리 동네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책이다

 

킨포크 번역서가 나오다니. 책소개가 끝내준다. '특별한 일상'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책' 이라니.

킨포크 잡지를 사 보는 편인데, 이번에 나온 책도 어떤 책일지 기대해도 좋겠다. 무광의 퀄러티를 번역서가 유지하기를.

 

 

 

 

 

 

 

 

 

 시몬 베유 <뿌리내림>

 

《뿌리내림》은 이렇듯 정치적인 요구에서 나온 텍스트이고 실제로 상당히 정치적이지만, 시몬 베유가 정치를 말하는 방식은 범상치 않다. 그녀는 어떤 계층, 사회, 문명, 국가의 문제를 결국 ‘뿌리 뽑힘’으로 진단한다. 뿌리는 자신의 고유한 토양에 근거한 영성으로서, 모든 인간은 여러 갈래로 뿌리를 내리고 산다. 그리고 가장 폭력적이고 과격한 형태의 뿌리 뽑힘이 바로 정복과 전쟁이다.
시몬 베유는 독일에 정복당한 조국, 다시 말해 ‘뿌리가 뽑힌’ 프랑스의 영성을 분석한다. 그녀가 보기에 뿌리 뽑힘은 군사적 패망 이전에 이미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노동운동이 순수성을 잃으면서 노동자의 뿌리가 뽑혔고, 매사가 도시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노동자보다도 소외된 농민의 뿌리가 뽑혔다. 타자를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조국의 영광이라 생각하는 거짓 조국애도 온 세상 곳곳에 뿌리 뽑힘을 낳았다. 우리는 이 책에서 시몬 베유가 얼마나 프랑스를 뜨겁게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뿌리 뽑힘을 불러올 여지가 있는 조국애 개념을 얼마나 경계하는지도 분명히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시몬 베유는 열렬한 사랑을 품고도 착각과 기만을 배제하기 위해 사랑의 대상에 대한 분석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석은 국가주의적 색채가 조금도 없는, 모든 피압제자에 대한 사랑으로 수렴될 수 있었다.
또한, 베유는 프랑스의 영성을 분석하면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신비주의 영성에 할애했다. 본인이 이미 그리스도교적인 신비를 체험한 이후이기도 했지만 당시 프랑스의 민중, 특히 시골 사람들의 정신세계에서 가톨릭 신앙이 얼마나 큰 지분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내림》 영문판에 서문을 썼던 T. S. 엘리엇이 지적한 대로 시몬 베유의 책을 읽는 사람은 깐깐하면서도 과격하고 뭔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을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이 책에서 우리는 웬만한 보수주의자 뺨치게 위계질서를 존중하고 괴팍하다 싶을 만큼 완고한 시몬 베유를 발견한다. 조국을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조국에 대한 연민을 가누지 못하고, 노동자에게서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고자 했지만 그러한 기대가 무너진 후에도 여전히 노동자를 사랑하며, 한때 평화주의를 지지했지만 독일의 프라하 점령으로 평화주의의 한계를 절감한 생애 말년의 시몬 베유가 여기에 있다. 초인적인 겸손은 여전하되 거의 오만에 가까울 정도의 엄격성을 갖추었다. 타자에게 그러한 엄격성을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투쟁에 그러한 엄격성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인들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면, 책에서이지 않을까.

 

 

양파, 마늘, 치즈, 계란, 감자, 뭐 이런걸 좋아한다.

양파요리 비법노트라는 책이 새로 나왔길래, 예전에 쥴님이 알려주셨던 양파 발사믹 비니거로 볶아 모닝빵에 넣어 먹던 기억이 문득.

 

 

 

 

 

 

 

 

 

  창조주가 지은 세계는 그를 드러내는 책이며, 모든 피조물은 그 책을 이루는 글자라고 여기던 시절. 책을 얻는 방법은 베껴 쓰는 것뿐이었고, 필경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참회의 행위였다. 한 권의 성서를 만들기 위해 양 200마리를 잡아야 했고, 이 분량을 한 사람의 필경사가 쓰려면 1년 6개월을 필사해야 했다. 책값이 비싸서 집 한 채를 팔면 고작 6-7권의 책값이 나왔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는 책이 귀했던 유럽 중세 시대의 출판·독서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의 다양한 형태, 필경사와 채식사를 동원해 수서본을 만드는 과정, 독자들이 책을 향유한 방식 등을 200여점의 아름다운 수서본과 채식화의 도판과 함께 담았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아름다운 책, 페이지의 도판만으로도 사보고 싶은 한 권의 책

 

 

 

 

 

 

 

오하라로 시작해 오하라로 끝나는 신간마실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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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3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결괴 2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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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제아무리 절실한 마음을 담아 말해도 어딘가 몹시 우스꽝스럽게 들려. (...) 아무리 귀기울여도 들려오는 건 결국 나 자신의 목소리뿐이야. 그건 분명해. - 그렇다면 유족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겼다는 의밍서 보면 당사자들 모두 유족이지. 그러나 그들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다 달라.(...) 세간에서 말하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라는 건 - 알겠어? - 그건 적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렇지만 이 사회는 그런 공감에 의한 공동체라는 꿈을 절대 단념하지 못하지. 집돼지처럼 품위없게 한없이 욕심을 부려. 모든 타자와의 거리를 제로로 만들고, 이해한다는 맞장구만으로 끈끈하게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야. .... 구역질 나."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처음 읽는 것도 아닌데, <결괴>를 읽으며, 아, 이 책은 뭔가?! 싶었다. 중간중간 무로타와의 장광설 아닌 장광설에서는 잠깐잠깐 딴 생각도 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오늘 이 말 많이 쓰는데, 그야말로 호사로운 문장이다.

 

대중도 좋아하고, 평단도 좋아할만한,

문장도 훌륭하고, 이야기도 훌륭하고, 문장을 이야기로 엮는 짜임새도 대단하고,

시작도 놀랍고, 마지막의 마지막 문장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결말도 죽인다.

 

뭐, 이런 이야기가 있나.

이렇게 섬세하게 인간의 감정을 글로 끌어내는 책을 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형제가 있다. 다카시와 료스케. 다카시는 날 때부터 빼어난 외모와 빼어난 지성과 감성의 존재이다. 료스케는 그런 형을 바라보며 자라 어른이 되었다. 료스케가 토막사체로 발견되고 '악마'의 성명문이 나오면서 인간으로서의 '일탈'을 촉구한다.

 

잔인한 연쇄살인범 이야기. 병든 사이코패스 소재는 너무나 흔하지만, 이 이야기는 너무나 특별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작가도 답을 찾지 못한 물음들에 빠져들고 만다.

 

다카시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동료 인터뷰에 기자는 다카시에겐 어딘가 '어둠' 이 있다는 멘트를 넣는다.

예의바르고, 차분하고, 매력적이다. 때때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그들이 알 수 없는 타인의 '그것'에 '어둠' 이란 이름을 붙인다.

 

다카시의 입을 통해, 악마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 그 '어둠' 에 공감하는건 나에게 어둠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누구나 이런 어둠쯤은 가지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나에게 특히 와닿았던 것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와 위에 인용한 '유족에의 공감' 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아 ,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도 '세상'도 사랑하지 못한다면, 결론은 정해져있다.

 

다시 곱씹어볼수록 완벽하고, 처절하게 빛이 나는 결말이다.

 

 

나에겐 가히 올해의 책이지만, 모두에게 강추할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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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11-1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라노 게이치로는, 대단해요. 첨 등장했을 때는 그저 신선하다 고 생각했었는데, 장송부터는 확실히 작가라고 느끼게 되었어요. 결괴는 읽으면서도 읽고 난 후에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제게도 올해의 책 중 하나. ^^
 

 

 가와이 간지 <데드맨>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 수상작. 가와이 간지의 데뷔작으로, 인간 실존에 관한 서늘한 통찰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대상의 심사위원이었던 아야츠지 유키토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에 도전하는 기개가 훌륭하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가와이 간지는 거침없고 대담하면서도 치밀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도쿄에서 여섯 번에 걸쳐 연속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머리, 몸통, 팔, 다리 등 각각의 신체 부위가 사라진 여섯 구의 시체와 중년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치밀하고 완벽한 살인 방식 외에는 별다른 단서가 없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사건 현장에서 감정이란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흔히 범인이 시체에 손상을 가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피해자에 대한 원한이나 분노, 변태적인 광기나 흥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범인은 단지 신체를 잘라내 가지고 간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과연 범인이 원했던 것은 피해자의 목숨이 아니라 신체였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사건은 엽기적인 토막 살인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을 가장한 기묘하고도 치밀한 강도 사건인지도 모른다. 형사 가부라기가 진두지휘하는 수사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가는 그때, 가부라기 앞으로 의문의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데드맨'. 연속살인사건으로 죽은 남자가 보낸 이 제보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데…

 

 

저기.. 근데, 이름이 가와이 ... 간지.. 세요? 제가 일본말을 원피스로 배워서... 가와이 간지? 

 

 

원서 표지는 이러합니다.

 

 

으앜!

 

정성 뻗쳐 아마존 리뷰 번역기 돌려 올려 둡니다.

 

재미 있었다. 무엇보다 인물의 서키분케이 좋다. 스토리 전개의 기분 좋음, 느슨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이 작가 특유의 리듬인 것이다. 이 리듬 좋은 템포로 마지막까지 차분히 즐길 수 있었다.
수법은 낡은 것을 도입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낡은 티를 느끼지 않아. 형사의 카운터의 현장감보다는 각각의 형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성질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작풍으로 한 것으로 오리나스 인간 드라마를 그려 있는 곳이 아주 좋았고.


솔직히 최근 미스테리는 따라가지 못한 전개가 많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설정, 구도, 끝에 정리할 수 없는 라스트. 안 된다 이거적인 지루한 작품을 이건가?라고 판매 출판사의 자세에 실망했던 것이다.


이제는 고전을 읽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던 곳으로 기쁜 작가의 등장이다. 딱히 기이함을 현학적인 설정이나 인물 이야기를 읽고 싶은 건 아니다, 미스테리에서 인간의 본질을 읽고 싶다. 이 작품에는 그것을 느낀다. 아직도 주머니가 깊은 듯한 여유 있는 필치에 속편이나 새 작품이 나오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말 번역기를 발로 돌려도 궁금하게 쓴 리뷰군요.

'아직도 주머니가 깊은 듯한 여유 있는 필치' 같은 표현, 메모해두겠습니다. 여러분은 잊어주세요. 제가 써먹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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