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가 있다고들 하지. 기억하고 의식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기억, 습득, 체화되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들.

집에 나오면서 문을 잠근다거나 하는.

 

천번도 더 셔터를 내렸는데, 어젯밤에 내 뱀의 뇌가 잠시 훼까닥 했는지 문을 넣지 않고 셔터를 내리고 그대로 돌아서 지하철을 타러 가버렸던 것이다.

점심께 나와 기겁.

 

전화비도 전기세도 밀려주고 있는데, 과거 알바생이 똑같이 셔터 고장 냈을때 20만원 생돈 나갔던 거 떠올리며, 아...

셔터가 내 키보다 더 낮게 내려와 있어서 가게도 제대로 오픈 못하고, 그냥 내가 머리를 벽에 막 박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셔터 아저씨가 바로 오실 수 있어서, 멘붕의 시기를 지나 허탈한 심기에 접어들어 황당해 하며 허허..허허.. 하며 신간마실.

 

하세 세이슈, <불야성> 시리즈 마지막이 나오나보다. 23일 이후로 풀릴 것 같은데, 이 겨울 쎈 놈이 왔다!

1권 2권까지 다시 사서 불야성 시리즈로 겨울밤을 불태워야겠다.

요코미조 세이시 신간 소식도 들은 것 같은데. 연말에 맘 다잡으며 읽을 책들의 리스트를 뽑아보고 있다.

 

오늘 마침 적립금도 들어왔겠다 미쓰다 신조 정도는 질러주자. 싶어 신간 탐색.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로, 제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다. 신비로운 물의 신 '미즈치 님'을 외경하는 나라의 산골마을. 오랜 전통과 금기가 지배하는 이곳에서 십삼 년 만에 기괴한 기우제가 열린다. 눈을 부릅뜬 채 사체로 발견된 신남. 그는 대체 물속에서 무얼 본 것일까?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는 아니지만, 굉장히 특이한 표지, 미쓰다 신조를 처음 접하게 해 준 작품. 700페이지 가까운 두툼한 분량으로 셔터고장을 잊어보리라. ㅡㅜ

 

 

  난 도미니크 로로의 모든 점이 좋은건 아니지만, 도미니크 로로가 좋다.

 근데, 이렇게 비슷한 주제로 너무 다작하는 것이 아닌가 살짝 걱정되나. (이때까지 나온건 다 샀다.) 여튼, 도미니크 로로를 처음 알게 된 <심플하게 산다> 내 인생의 주제이자 목표. 의 실행법 같은 책이 나왔다. 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심플하게 산다>는 읽고 팔았으므로 이번 기회에 다시 사는 걸로. 무슨무슨 실행법 이런거 전혀 땡기지 않지만,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니깐, 그냥 산다. 기대는 없다.

 

 

 

 

 

 

미국 철학계의 거장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 철학교수 숀 켈리가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 삶의 상실과 회복. 책 한 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책은 우리 삶을 괴롭히는 문제의 근원을 뿌리째 들어내고 직시하게 해준다. 우리는 그 책으로 인해 삶이 바뀌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내 삶의 연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빛난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역자는 번역을 고사하다가 원서를 읽어보고는 책의 불가피한 유혹에 빠져 번역의 중노동을 감수하기로 한다. 편집자 역시 책을 만들면서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을 통독하고는, 이 책이 건네는 감동과 깨달음에 젖어 한 계절을 보낸다. 감히 말하건대, <모든 것은 빛난다>는 근래에 나온 인문적, 철학적 에세이 가운데 최고라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 철학계의 거장 중 한 명인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 철학과장 숀 도런스 켈리가 함께 썼다. 권위의 「뉴욕타임스」는 동일한 책에 대해 유례없이 3번이나 리뷰를 실으면서 “2011년 올해 최고의 책”이라 추켜세웠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철학자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명저술가 찰스 반 도렌(Charles Van Doren) 등은 대놓고 극찬에 가까운 찬사를 보냈다.

 

역자가 번역 고사한 얘기까지 책소개에 구질구질 쓸 필요 있나? 편집자가 책 다섯 번 이상 읽은 것도 마찬가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타임라인에서 되게 좋다고 누가 그랬는데, 얼마나 좋나 한 번 독서 해볼라꼬~

 

  철학자 강신주가 읽어주는 욕망의 인문학.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혁명적인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현실은 이성보다 감정에 좌우되는 존재다. 하지만 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감정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내 옆에 있는 남자에 대한 끌림이 단순히 좋은 사람에 대한 호감일까, 아니면 사랑의 시작일까? 지금 연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연민일까, 진짜 사랑일까? 나의 선택은 올바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소심함 때문에 선택한 실수일까?

우리는 나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감정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이유는 감정의 긍정을 통해 ‘살아 있는 나’를 위한 윤리학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강신주는 스피노자의 프리즘을 통해 인간 감정의 참모습을 찾아낸다.

 

역시 연말에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리스트업중인 책. 오늘 알사탕 500개 붙었다.

 

 

  그리고 예쁜 책 두 권.

 

 근데, 내가 지금은 예쁜 책 말고 뭔가 열심히 생각하고 싶은 책 사고 싶어서, 이번에는 패스

 

 

 

 

 

 

 

 

 

 

페이퍼 쓰는 중에 손님 오셔서 미니부케를 만들었다.

셔터 고장난거 투덜거리며 기분 안 좋으니깐 꽃이라도 예쁘게 만들어드릴께요.

 

라고, 예쁘고 예쁜 미니부케 만들어드림.

 

생각해보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 가장 쉬운 일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도, 고양이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나의 기분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참, 거시기할 것 같아.

 

꽃, 꽃만은 언제나 예쁘다. 는 만고땡진리.

 

 

미스티 블루 사이에 숨어 있는 저 장미의 이름은 '로잘린'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하이드보다 더 오래된 나의 닉이기도 하다. 향기가 코를 공격적으로 찌르는 페일핑크의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미.

 

로잘린만 따로 찍어둔것 언제 한 번 올리겠지만, 정말, 맨날 꽃 보며 꺅꺅 거리는 나도 숨 멈추게 하는 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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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11-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감정수업 사서 알사탕 받으려고 장바구니 담기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당일배송 안 되는 책 빼고 오만원 맞춰 주문하고 보니 강신주 책이 빠졌네~ 에헤라 디야~

미래소년 2013-11-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린 머리처럼.." 얼마 전에 나름 재밌게 읽었어요^^
부케, 정말 이쁘네요~~ 제 눈에는 '로잘린'보다 '미스티 블루'가 멋져 보여요!

하이드 2013-11-16 14:46   좋아요 0 | URL
미스티 블루, 드라이 되는 꽃중에서도 향기가 향긋향긋해서 매력적이에요.

마녀고양이 2013-11-1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서재에 문득 들렸다가, 모든 것이 빛난다와 결괴를 업어갑니다.
새삼스럽게 참 좋은 글귀들과 책 정보구나 하는 생각에 댓글 남기네요.
꽃과 책... 참 예쁘고 부러워요. ^^

하이드 2013-11-16 14:4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결괴' 읽으시면 기 마구 빨리실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고, '결괴'에 푹 빠졌다 잘 헤어나오시길 바랍니다.

꽃과 책.. 그렇죠. 꽃이 떨어져야 그 때가 봄이었구나 뒤늦게 안다는데, 전 꽃 피어 있는 지금이 봄인걸 알고 만끽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