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크림같은 비쥬얼의 오하라 장미
후아후아 - 푹신푹신 -
RHK 판타스틱 픽션 골드 시리즈 세번째는
존 르 카레 <스마일리의 사람들> 이다.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중 7번째 작품으로 영국 정보부의 조지 스마일리와 KGB의 스파이 마스터 카를라와의 마지막 대결을 다룬다. 은퇴한 늙은 스파이를 다시 첩보전의 중심으로 끌고 온 이 이야기는 '카를라 삼부작'의 시작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함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자 궁극의 스파이 소설로 평가받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이다.
은퇴한 늙은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는 과거 자신과 함께 싸웠던 에스토니아 출신 망명자 장군 블라디미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기나긴 냉전의 대립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시대로부터 도태되었던 수많은 스파이들과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또한 초라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던 스마일리는 블라디미르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죽기 전 스마일리와의 접촉을 시도했었고, 스마일리의 숙적이자 모스크바 센터의 수장 카를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던 중이었음이 밝혀진다.
적수에 대한 되살아난 분노와 함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위험 속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나가다 죽은 블라디미르의 복수를 위해 스마일리는 다시 한 번 첩보전의 중심에 복귀한다. 크렘린의 중심, 스마일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잡을 수 없던 카를라를 포획할 마지막 기회. 하지만 스마일리가 블라디미르의 흔적을 따라 카를라에게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올수록 스마일리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가는데…
RHK 골드 픽션의 첫번째와 두번째는
'채텀스쿨 어페어'와 'LA 컨피덴셜'
명품 스릴러들이 나와주고 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의 와타야 리사의 '불쌍하구나'
정말 번역서 표지가 불쌍하구나 ㅡㅜ 지인이 보내 준 원서의 표지는 이렇게나 예쁜데 말이다. 닉혼비의 소년만화 같은 표지에 이은 손에 꼽는 지못미다. 이건 거의 원서 표지에 대한 테러이지 않은가.
<불쌍하구나?>는 우유부단한 남자친구에게 휘둘리는 여주인공을 그린 표제작 '불쌍하구나?'와 자기보다 예쁜 친구를 단짝으로 둔 여자의 심리를 그린 '아미는 미인'을 묶은 중편집으로, 두 편의 소설에서 와타야 리사는 자신과 같은 20대 여성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본다.
본모습을 감추고, 참고, 양보하며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 마음, 그리고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질투와 갈등. 이런 감정 변화들을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감각적인 문체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전개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버니 크라우스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원제 The Great Animal Orchestra
제인 구달, 에드워드 윌슨 추천작. 음악가로 활동하다 자연의 소리에 운명적으로 매료되어 반평생을 소리풍경을 녹음하는 데 바쳐온 지은이의 대표작이다. 소리풍경 생태학의 선구자로 통하는 지은이는 북극의 툰드라에서 보르네오 원시림까지 지구 전역을 누비며 지금까지 15,000여 종의 생물음을 녹음했고, 총 녹음시간도 4,500시간에 달한다.
땅과 빙하가 움직이는 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해안가의 파도소리, 비와 눈이 내리는 소리 등 독특한 자연음에서부터 옥수수가 자라는 소리, 원시림의 새벽합창, 바다 속에 수중마이크를 넣어 녹음한 산호초 소리, 개미가 노래하는 소리 등의 생물음 그리고 인간의 소음까지 책에 나오는 다채로운 소리 이야기가 이색적인 흥미를 끈다.
P.34 : 자연의 소리풍경은 생태계 전체의 목소리이다. 모든 생물과 지구상의 모든 장소는 저마다 독특한 음향적 표식을 갖고 있다. 소리풍경의 개성에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한다. 언덕 지역에서는 소리가 뻗어나가지 못한다. 반면 탁 트이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소리가 빨리 퍼지고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에 따라 음향적 특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배적인 초목이 무엇인지(침엽수인지, 잎이 넓은 낙엽수인지), 얼마나 밀집되게 자라는지, 그 지역의 지질이 어떻게 되는지(암석이 많은지, 산악지대인지, 평지인지)에 따라 소리풍경이 결정된다. 소리는 젖은 나뭇잎에 반사된다. 박쥐가 내는 소리를 특이 하게 반사해서 수분에 활용하는 독특한 모양의 식물도 있다. 소리는 초목의 껍질에도 반사되고, 비나 새벽이슬에 젖은 땅에도 반사된다. 날이 건조하면 소리가 멀리까지 뻗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으므로 숲이 조용하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혁명적인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현실은 이성보다 감정에 좌우되는 존재다. 하지만 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감정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내 옆에 있는 남자에 대한 끌림이 단순히 좋은 사람에 대한 호감일까, 아니면 사랑의 시작일까? 지금 연인에 대한 나의 감정은 연민일까, 진짜 사랑일까? 나의 선택은 올바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소심함 때문에 선택한 실수일까? ‘대담함’이란 감정은 용기와 동의어일까? 나의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일까, 아니면 경쟁심의 발로일까? 우리는 나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할 때도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감정을 분명히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강신주의 새 책. 내일인가 모레인가 글피인가 알사탕 500개 붙었다. 추워지는 날씨에 끼고 딩굴거리기 좋을지도.
킨포크 테이블
브룩클린, 코펜하겐, 영국, 포틀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창조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이 공개한 심플한 식탁의 표정을 담은 책이다.
따뜻한 수프 한 접시,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방금 구운 빵 등 친밀한 지인들을 초대한 작은 모임을 위해 화가, 바리스타, 작가, 뮤지션, 칼럼니스트, 블로거, 요리사 등 53인이 자신만의 한 그릇을 만드는 88개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느린 기쁨을 발견하는 책 <킨포크 테이블>은 1/3의 사람 이야기, 1/3의 요리 이야기, 1/3의 여행 이야기가 합쳐져 한 권으로 완성되었다.
우리 동네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책이다
킨포크 번역서가 나오다니. 책소개가 끝내준다. '특별한 일상'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책' 이라니.
킨포크 잡지를 사 보는 편인데, 이번에 나온 책도 어떤 책일지 기대해도 좋겠다. 무광의 퀄러티를 번역서가 유지하기를.
시몬 베유 <뿌리내림>
《뿌리내림》은 이렇듯 정치적인 요구에서 나온 텍스트이고 실제로 상당히 정치적이지만, 시몬 베유가 정치를 말하는 방식은 범상치 않다. 그녀는 어떤 계층, 사회, 문명, 국가의 문제를 결국 ‘뿌리 뽑힘’으로 진단한다. 뿌리는 자신의 고유한 토양에 근거한 영성으로서, 모든 인간은 여러 갈래로 뿌리를 내리고 산다. 그리고 가장 폭력적이고 과격한 형태의 뿌리 뽑힘이 바로 정복과 전쟁이다.
시몬 베유는 독일에 정복당한 조국, 다시 말해 ‘뿌리가 뽑힌’ 프랑스의 영성을 분석한다. 그녀가 보기에 뿌리 뽑힘은 군사적 패망 이전에 이미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노동운동이 순수성을 잃으면서 노동자의 뿌리가 뽑혔고, 매사가 도시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노동자보다도 소외된 농민의 뿌리가 뽑혔다. 타자를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조국의 영광이라 생각하는 거짓 조국애도 온 세상 곳곳에 뿌리 뽑힘을 낳았다. 우리는 이 책에서 시몬 베유가 얼마나 프랑스를 뜨겁게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뿌리 뽑힘을 불러올 여지가 있는 조국애 개념을 얼마나 경계하는지도 분명히 볼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시몬 베유는 열렬한 사랑을 품고도 착각과 기만을 배제하기 위해 사랑의 대상에 대한 분석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석은 국가주의적 색채가 조금도 없는, 모든 피압제자에 대한 사랑으로 수렴될 수 있었다.
또한, 베유는 프랑스의 영성을 분석하면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신비주의 영성에 할애했다. 본인이 이미 그리스도교적인 신비를 체험한 이후이기도 했지만 당시 프랑스의 민중, 특히 시골 사람들의 정신세계에서 가톨릭 신앙이 얼마나 큰 지분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내림》 영문판에 서문을 썼던 T. S. 엘리엇이 지적한 대로 시몬 베유의 책을 읽는 사람은 깐깐하면서도 과격하고 뭔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을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이 책에서 우리는 웬만한 보수주의자 뺨치게 위계질서를 존중하고 괴팍하다 싶을 만큼 완고한 시몬 베유를 발견한다. 조국을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조국에 대한 연민을 가누지 못하고, 노동자에게서 인간의 존엄성을 발견하고자 했지만 그러한 기대가 무너진 후에도 여전히 노동자를 사랑하며, 한때 평화주의를 지지했지만 독일의 프라하 점령으로 평화주의의 한계를 절감한 생애 말년의 시몬 베유가 여기에 있다. 초인적인 겸손은 여전하되 거의 오만에 가까울 정도의 엄격성을 갖추었다. 타자에게 그러한 엄격성을 강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투쟁에 그러한 엄격성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인들에게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면, 책에서이지 않을까.
양파, 마늘, 치즈, 계란, 감자, 뭐 이런걸 좋아한다.
양파요리 비법노트라는 책이 새로 나왔길래, 예전에 쥴님이 알려주셨던 양파 발사믹 비니거로 볶아 모닝빵에 넣어 먹던 기억이 문득.
창조주가 지은 세계는 그를 드러내는 책이며, 모든 피조물은 그 책을 이루는 글자라고 여기던 시절. 책을 얻는 방법은 베껴 쓰는 것뿐이었고, 필경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참회의 행위였다. 한 권의 성서를 만들기 위해 양 200마리를 잡아야 했고, 이 분량을 한 사람의 필경사가 쓰려면 1년 6개월을 필사해야 했다. 책값이 비싸서 집 한 채를 팔면 고작 6-7권의 책값이 나왔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는 책이 귀했던 유럽 중세 시대의 출판·독서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의 다양한 형태, 필경사와 채식사를 동원해 수서본을 만드는 과정, 독자들이 책을 향유한 방식 등을 200여점의 아름다운 수서본과 채식화의 도판과 함께 담았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아름다운 책, 페이지의 도판만으로도 사보고 싶은 한 권의 책

오하라로 시작해 오하라로 끝나는 신간마실 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