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구판절판


수치스러운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30년 전 나는 글 읽는 것을 배웠고,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웬만큼 읽었다. 그런데 고작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소설의 제2권에서 누군가가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희미한 기억이다. 30년 동안 읽은 것이 다 헛일이라니!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의 수천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보냈는데도, 망각 이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니. 그리고 이 불행은 나아지기는커녕 반대로 악화되고 있다. 지금 책을 한 권 읽으면, 결말에 이르기도 전에 나는 처음을 잊어버린다. 때로는 기억력이 책 한 페이지를 기억하기에도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단락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 가며 읽어본다. 그러면 낱말 몇 마디는 의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91쪽

그러나 혹시 -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뛰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무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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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3-0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대목이 <책과 바람난 여자>에 언급이 되죠... 제가 담당했던 책은 잘 기억을 못하는데 <책과 바람난 여자>는 원체 각주 작업 하느라 고생해서...

하이드 2006-03-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거기서 봤던거 생각나요.
 

 

 

 

 

애니 프루의 '브로크백 마운틴' 예약주문
almost famous DVD 증정

 

Wyoming as a state of the soul, February 2, 2004

Reviewer: Stephen P. Manning (San Francisco, CA United States) - See all my reviews
(REAL NAME)   
I am a grown-up, middle aged man not drawn much to sentimentality. I am not a practiced reader of fiction and I have spent only one night in Wyoming. I just finished reading the final story in the collection, "Brokeback Mountain",about ten minutes ago.

I still have tears in my eyes. It seems to me that I am falling out of a dream into the wet and chill February morning by San Francisco Bay where I now live. But the dream was of a place utterly familiar. I mean, emotionally familiar, familiar in memory, and evidently, familiar to my body. I can still feel the tingling just behind my cheekbones and the low-voltage electric discomfort in my chest. I guess Annie Proulx touched something in the geography of my own soul with her story. And even in the sadness that swirls around my eyes, I am grateful to her for that. And amazed that this woman could write so tellingly of men's hearts.

I said that I am a middle-aged man. So I have a history behind me. That's part of what makes you middle-aged. When you're young, who you want to be someday is the largest part of who you are. When you're middle-aged, the evidence begins to mount. The past is what it was and that is the largest part of who you are. It's harder to make believe anymore. And the story includes loss, confusion, missed opportunities, cowardice, fear, and memories of your own Brokeback Mountain. And sometimes the only redemption for the past, if it is redemption, is to remember it, fully. That's all.

Now that I am back in the waking world a bit more, I also want to say how beautifully Annie Proulx weaves the English language, with the kind of strength, color and contrapuntal roughness that makes it so earthy and satisfying. There were a few passages that I read out loud, just for the rhythm, the accents, the tumbled spring-thaw rush of sound. In a story about people not noted either for reflective insight or poetic diction, she has, paradoxically, by her own re-membering of them, let them be themselves, without apology, and yet re-situated them in a place of human grandeur.

I guess Aristotle had a point when he wrote about poetry as a moment of katharsis, of the compelling power of pity and fear. I bet he never thought he could find it on Brokeback Mountain.

 

** 독자리뷰가 더 짠하다. 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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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3-0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 좋은 리뷰를 이끌어내는 건가요? 저도 도서관에 예약해놓고 즐겁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moonnight 2006-03-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말 리뷰도 감동감동이네요. 원서로 읽고 말겠어. 하는 결심이 불끈. (과, 과연-_-;;;;)

하이드 2006-03-0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오밍 시리즈 1, 하고 2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습니다. ^^
저 리뷰 너무 감동적이죠? 추천이 286이던가 그렇더군요

mong 2006-03-04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구 땡쓰투 했어요
영화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려요 @..@

하이드 2006-03-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모음집이라니 더 기대됩니다!
영화도 봐야겠어요. 아, 책부터 읽고 보고 싶은데 그때까지 걸려있으려나 모르겠어요.

mong 2006-03-04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제 생각에도 책 읽고 보시는게 좋을듯 해요
엊그제 개봉했으니 제법 하지 않을까요? 아카데미 시상식도 있고~ ^^

히피드림~ 2006-03-1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보고 이 책 샀어요.(생스 투도 함께ㅋㅋ) 어제 DVD와 함께 받았답니다. 지금부터 한번 읽어보려구요.^^
 
 전출처 : 딸기 > 임진강

イムジン河 水きよく とうとうと ながる

임진강 맑은 물은 도도히 흐르고

みずどり 自由に むらがり とびかうよ

물새들 자유롭게 무리지어 넘나드네

我が祖國南の地 おもいは はるか

내조국 남쪽 땅 추억은 머나먼데

イムジン河 水きよく とうとうと ながる

임진강 맑은 물은 도도히 흐르네


北の大地から南の空へ 飛びゆく鳥よ自由の使者よ

북쪽의 대지에서 남쪽의 하늘로 날아다니는 새들이여 자유의 사자여

誰が祖國を二つに分けてしまったの 誰が祖國を分けてしまったの

누가 조국을 둘로 나누었느뇨 누가 조국을 나누어 버렸느뇨


(2절)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물새들은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3절)


イムジン河空遠く 虹よかかっておくれ

임진강 하늘 멀리 무지개여 뻗어주오

河よ思いを傳えておくれ ふるさとをいつまでも忘れはしない

강이여 내 마음을 전해나 주려오 내 고향을 언제까지나 잊지는 않으리오

イムジン河水きよく とうとうとながる

임진강 맑은 물은 도도히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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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3-0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박치기...

하이드 2006-03-0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치기 영화 너무 좋죠. 어제같은 날 봐주면 더 좋았으려나.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6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챈들러는 '기나긴 이별'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쓴 편지에서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던 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럴 수 있게 됐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필립 말로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작품을 아끼고 아끼다 집어들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작품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산만함때문에, 읽는내내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역시 챈들러고, 역시 말로다. '기나긴 이별'을 열두번도 더 읽었다는 하루키. 챈들러의 말로 시리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작품을 드디어 읽어버렸지만,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빅슬립'부터 읽어낼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말로는 술집 앞에서 만취한 테리 레녹스를 만나다. 요부타입의 억만장자의 방탕한 딸, 실비아가 버리고 간 그를 주워다 집으로 데려가는 말로. 어울리지 않는 그들은 친구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가끔 만나서 막 문 연 바에 가서 김릿 한잔 나누는 사이가 된다. 실비아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테리는 멕시코로 도망간다. 말로가 새로 의뢰받은 일은 웨이드라는 알콜중독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돌보는 일이다. 말로는 거절한다. 가는 곳마다 사건을 몰고다니는, 시체의 늪에 빠져버린듯한 말로는 없다. 바로 전작인 리틀 시스터에서의 어리광부리고, 우울한 말로도 없다. 이전작들에 비해 더 개인적이고, 더 말로적으로 사건은 일어나고, 해결된다.


챈들러의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구별은 없다. 다만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의 구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중에는 범인도 있고, 사기꾼도 있으며, 피해자도 있고, 경찰도 있고, 시체도 있다. 그리고 사립탐정도 있다.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그들 모두는 '인생' 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 패배자이다.

' 이별을 말하는 것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이 이별은 싱겁고, 아쉽고, 헤어나기 힘들지만, 이제 말로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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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다 읽어냈다.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 읽어내긴 했지만,
챈들런데, 말로운데, 아쉬움이 너무 짙어져 아마존을 뒤져본다.

생각날때마다 카트에 담아두고, 사고 싶은 맘이 강하게 드는 책들이 있으면, 그 때야 체크아웃을 한다.
그 와중에 맨날 들락날락만 하는 책들도 있고, 역시나 싸고 주로 시리즈인 미스테리들이 대거 자리를 잡는다.

The Black EchoThe Black Ice

마이클 코넬리의 책 두권

왜 이생각을 못 했을까... 라기보다는 궁금하지만, 별로 관심은 없었던 책.
얼마전 endo님의 서재에서 보고, 잽싸게 카트에 담았다. 다행히 이번 주문에 안 빠지고 계산됨.

Dictionary of the Khazars (F) (Vintage International)Dictionary of the Khazars (M) (Vintage International)

근데, 정말 어떤 책이야? 내용도 아직 안 봤다.
작가의 다른 책들중 재미있을 것 같은 책 몇권을 더 담았다.

Landscape Painted with Tea (Vintage International Series)Last Love in Constantinople: A Tarot Novel for Divination

미스테리 작가가 아닌 작가의 책을 네권이나 사는건 정말 흔치 않은일.

The Raymond Chandler Papers: Selected Letters and Nonfiction 1909-1959Raymond Chandler: Collected Stories (Everyman's Library)

왼쪽의 책은 챈들러가 쓴 편지나 칼럼등을 모아 놓은 책이고, 오른쪽은 챈들러의 중단편 25개가 수록되어 있는 1300페이지 정도의 묵직한 책이다.

The Sweetheart Season : A Novel (Ballantine Reader's Circle)

제인오스틴북클럽의 작가의 다른 책을 한권 골라 봤다.

Inez: A Novel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소설.
100페이지가 안되는 하드커버의 책. 궁금

Blood Work

마이클 코넬리 책 한권 더. 맘에 드는 마이리스트를 발견했는데, 이 작품이 코넬리 작품중 최고였단다.

Shakespeare : The Biography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계산.
피터애크로이드란 이름도 세익스피어란 이름도 만만치가 않아서, 리뷰들을 꼼꼼히 봤는데,
아래의 리뷰 보고 고민을 마치고 주문에 성공.

Shakespeare's life is brilliantly explored by Peter Ackroyd, January 3, 2006

Reviewer: C. M Mills "Michael Mills" (Knoxville Tennessee) - See all my reviews
(REAL NAME)   
William Shakespeare (1564-1616)is the greatest dramatist and English poet in history. All aspects of human life-the muck and
moil, toil and tragedy, gaiety, romantic love, glory, honor,
kingship, prejudice and those thousand natural shocks that make us human are exposed in all their reality by the master from
Stratford on Avon in Warwackshire.
In the countless books on Shakespeare this one by Peter Ackroyd stands out like a Mt. Everest among lesser peaks.
The book is outstanding because:
1. Ackroyd goes to the sources reporting what we can know about Shakespeare based on family, church and court records which survive the long centuries.
2. He briefly explores the genesis of the plays.
3. He shows us how Shakespeare worked as a dramatist with player companies in the rough and tumble London literary scene. He wrote for plays to be produced in a time of plagues, riots, threats against the government, fires and countless difficulties in getting plays published and perfomed.
4. He looks at Shakespeare's rivalries with other eminent men of the theatre such as Ben Jonson and most notably Christopher Marlow. We seek Shakespeare learning stagecraft and honing his
incomparable pen to produce such immortal works as Hamlet, Macbeth, the history plays and such sparkling comedies as Much
Ado about Nothing and Twelfth Night.
6. Ackroyd takes us to the teeming streets of London. We smell,
taste, touch, dress and think like Elizabethians would do in their colorful, violent world of a brutal age.
7. Shakespeare is an enigma. We will never know the real man behind the glory of his written words. Ackroyd, though, brings us as close as we are likely to get to what it was like to be
William Shakespeare making a living as a playwright and actor.
The book is essential reading for anyone wanting to know more
about the bard of Avon. It is written in a popular style grounded in fantastic scholarship.
A fascinating and important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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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3-02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챈들러 중단편! *ㅁ* 우와-탐나라-
캐런 조이 파울러의 책도 궁금해요.
하이드님, 이사가시기 전에도 책을 착착 쟁이시는군요. ^^ 이러다 박스 더 사셔야 하는거 아니유? =3=3=3
(부럽고 배 아파서 찔러라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