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지음, 신두석 옮김 / 한숲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워낙에 미시사에 관심이 많고, 도판이 많은 책에 환장하고, 게다가 그것이 made in UK 라면 더더구나 환장한다. <제목: 불량직업 잔혹사 부제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는 원제 The worst jobs in history에서 기가막히게 잘 뽑은 제목이라고 할까, 혹은 그 반대라고 할까. 제목을 보고 내가 가졌던 느낌과 이 책을 느끼면서 탄성을 내질렀던 부분들이 좀 달랐기 때문에 일단 제목에 먼저 딴지를 걸어본다.

이 책의 미덕은 너무 많다. 근래 읽은 미시사 책중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으며, 가장 많은 책들을 내 서재에서 끄집어내게 했다. 

책의 저자인 토니 로빈슨Tony Robinson은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한 많은 저서를 펴냈고, TV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국출신의 똑똑한 사람들중 TV 시리즈를 제작한 사람들이 많다!) 시대극 시트콤에 출연하기도 했고, 현재 '채널 4'의 고고학 시리즈물 '타임 팀'Time team의 사회자로 활약중이다.

이 책이 지루하게 읽어내야하는  '옛날 구닥다리 직업의 역사' 가 아니라,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들인것은 결코 바보상자가 아닌 영국의 TV 프로그램에서 솜씨를 갈고 닦은 저자 덕분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계기는 중세시대 '갑옷담당종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터이다. 수십킬로 갑옷을 착용한채 전투에 시달리는 중세 기사들을 따라다니며 주인이 하루종일 말을 타며 갑옷 속에 배설해 놓은 땀과 소변, 대변을 깨끗이 닦아야 하는 '갑옷담당종자' 가 최악의 직업으로 여겨졌는데, 그 이야기를 해준 사학자의 말로는 그보다 더 못한 직업도 얼마든지 있었고, 저자는 본격적으로 '역사상 최악의 직업'을 찾아 나섰고, 이 책이 그 결과물이다.

역사상 최악의 직업이라곤 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영국 문명이 태동하던 고대부터 빅토리아 왕조에 이르기까지(18세기 후반) ' 의 최악의 직업들이다.
책의 카테고리는 '로만브리튼과 앵글로 색슨 시대' , '중세 시대', '튜더 왕조' , 스튜어트 왕조' , '조지 왕조', '빅토리아 왕조' 로 나뉘어 있다. 사실, 영국사에 무지한 나로서는 미시사나마 이렇게 왕조별로 나누어 놓은 책을 처음 접했기에 이 책을 읽고, 도움도 많이 되었고, 그 역사에 무척이나 관심이 가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엽기적인 최악의 직업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직업들(사형집행인, 분뇨 수거인, 흑사병 매장인, 쥐잡이꾼 등), 상상도 못할 엽기적인 직업들(구토물 수거인, 갑옷담당종사자, 축융업자, 핀 제조공, 대청 염색공 등), 그리고, 이게 최악의 직업이라구?(돔 화가, 카스트라토, 소년 배우, 핀 제조공, 기마경관등) 가 있다.

하나씩만 예로 들어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직업중 사형집행인. 도끼로 목 뎅겅 베어내는 그들의 직업이 최악의 직업중 하나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의 자세한 묘사와( 젠장, 라면 먹으면서 읽었다.) 그들의 뒷얘기, 배경등을 읽는 것은 막연히 생각해오던 것을 구체화시켜줬다. 이런 구체화를 위해 저자는 당시의 문서들, 그림들을 풍부하게 인용, 재현해 놓았다.
   상상도 못할 엽기적인 직업들중 '핀 제조공'은 튜더 왕조 시대에, 왜 우리가 엘리자베스 여왕 초상화 보면 러플이 너플너플 달린 옷들을 볼 수 있는데, 거기에 달린 화려한 부분들이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녀 공히 핀이 필수품이었다고 한다. 당시 핀제조업에 종사하는 자가 인구대비율로 따지면 현재 대중교통 종사자 수에 해당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분업 이론'의 예로 나오는 핀 제조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기마경관이 최악의 직업이라구? 그렇단다. 조지 왕조 시절, 온 마을이 다 밀수꾼인데, 이들을 감시하고 잡아들이기 위한 이들이 '기마경관'이다. 해안선을 따라 일정한 거리마다 말 타고, 권총 차고 단신으로 순찰을 해야했던 그들은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을 분쇄하라고 순경 한 명을 자전거에 태워 파견한 격이었다' 고 한다. 하나도 안 낭만적이고, 불쌍하고 가련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들며, 봉급도 짠 직업이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직업을 나열하는 방식이다. 역사순으로. 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같은 중세 시대에 나열되어 있는 직업은? 같은 빅토리아 시대에 나열되어 있는 직업의 순서는?
끝말잇기와 같다.

바로 전의 '필사본 채색사' 의 끝마디로 '대학살은 도끼와 칼, 창의 재료를 구하러 늪지대를 첨벙대며 돌아다닐 준비가 된 누군가가 없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첨벙대고 돌아다니는 '소철광 수집가'로 자연스레 넘어간다. 죽죽 얘기하다가 '하지만 소철광을 구했다 해도 충분히 높은 온도의 용광로에 넣고 녹여 철을 추출하지 않는다면 그 소철광은 무용지물이었다.... 숯을 구하는 작업 또한 지루하고 불쾌한 일이었다.' 라고 하며 '숯장이'로 넘어간다. 그렇게 그렇게 끝말잇기를 하다가 각 시대별로 '.. 시대 최악의 직업' 을 이야기한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도판, 당시의 문서, 그림, 그리고 재.현. ( 재현 사진들은 정말 놀라 자빠질 정도이다)
그리고. 유.머. 스튜어트 왕조 시대의 최악의 직업중 하나인 '피타디어의 조수' . 피타드는 성문을 부수는 대포같은 폭발장치이다. 피다드를 쏘는 사람은 피타디어. 피타디어의 조수는 탄두를 들고. 전쟁통에 적군의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을 달려 피타드까지 운반하는 인간유도탄이다. '피타디어의 조수는 무거운 갑주를 입고 굼뜨게 행동할지, 아니면 9킬로그램짜리 럭비공을 들고 럭비 영웅 조니 윌킨슨 Johnny Wilkinson 처럼 돌진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 저자. 중간중간 웃지못할 상황에서 웃게 만드는 글솜씨를 지녔다.

이 외에도 역사별로 설명하는 책 답게 당시의 중요사건들을 박스에 넣어 연대별로 정리해놓았다.
역시 책을 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간만에 만난 재미있는 미시사책이었다.

이 책의 소개를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했을까. 저자는 서문의 마지막을 이렇게 맺고 있다.
'이 책을 읽을 만큼 시간과 소양을 가졌다는 것은 당신의 삶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들만큼 힘겹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이 거의 자명하다. 이 책에서 조금이라도 배울 점이 있기를 바란다. 특히 직장에서 비참한 하루를 보내고 막 돌아와 혹사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면, 부디 당신이 역사상 그보다 끔찍한 직업을 가진 무수한 사람들 중에 끼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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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5-12-21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재미있어 보이는군요. 저도 미시사 좋아하는데..
그나저나 중세 갑옷은 역시 toilet-friendly하지는 않았던 거군요 -_-;;;

하이드 2005-12-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네. 그랬답니다. 그거 말고도 환상박살나는 직업의 실상들이 많습니다. ^^

이네파벨 2005-12-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흥미로운 책일 것 같습니다.
전 "사서" 고생하는걸 싫어하는 편이라(영화도 슬프거나 무섭거나 끔찍하거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류는 되도록, 특히 "내돈주고는" 안 보는 주의) 이 책을 살것 같지는 않지만...
도서관 같은데서 언젠가 꼭 빌려보고싶어지네요.
그리고 리뷰가....예술입니다.
추천 꾸욱~

하이드 2005-12-2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감사합니다. ^^ 재미있는 TV 시리즈 프로그램 보는거 같았어요. 저도 슬프거나, 무섭거나, 끔찍하거나 보는거 싫어하는데, 이 책, 고생했던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중간중간 저자의 유머가 빛을 발하는지라, 재미있게 봤더랬어요.

모1 2005-12-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국적에 따라 뭔가 다르기도 하나요?? 영국제를 좋아한다고 하셔서 궁금....그런데 신기한 직업이 많네요.
 
아발론 연대기 - 전8권 세트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품절


let's look 에 안의 내용이 다 나와 있긴하지만, 그래도 실사랑은 느낌이 틀리니, 포토리뷰 올려보기로 한다.

책을 이때까지중에서 가장 큰 알라딘 박스로 받았다. 첫느낌은 크.다. 였다. 책도 크고, 박스도 두껍고, 무엇보다도 나의 책가방에 절대 안 들어가는 커다란 크기의 화려하고 고고한 색상의 세트이다.

워낙에 책표지가 예술이다 했지만, 정말 예술이다.
표지의 파란 부분은 파란 투명 코팅 애나멜의 느낌인데, 깊은 파랑색이 정말 예술이다. 배경의 그림도 예술. 예술.
각 권마다 칼라가 정말 짠하게 빠졌다.

넘기면 속지는 검정색에 책날개에는 파란톤을 뒤집어쓴 장마르칼 할아버지.

넘기면 , 그 다음부터는 녹색의 약간 거칠하고 두터운 종이가 나온다.

아더왕 이곳에 잠들다
일찍이 왕이었고
이후로도 왕일 사람이...

아더왕 묘비에서

표지 반복.
연두색톤 뒤집어쓰고

컨텐츠와 목차

주요 등장인물
1권 뿐 아니라 매권 '주요등장인물' 이 앞장에 있다.

장소 및 물건들

인물 관계도

굳이 비싸보이는 종이에 할 필요 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지만,
아무튼, 필요한 내용들이다.

지도.
멋지다.

왼쪽 연두톤 뒤집어쓴 지도에서 바로 텍스트로 넘어가는게 좀 쌩뚱맞다.
텍스트 제목 옆에는 투구그림.

글자체, 글자간격, 페이지 수는 요렇게 되어 있다.
여덟권이나 읽어내려면 맘에 쏙들지는 않아도, 완전 맘에 안 들어버리면 곤란하다.

나쁘지 않다.

아, 다 좋은데,
각주불만.
각주가 너무 튀지 않나요?

박스에 넣은것도 오버인데, 찐한 검은테에, 회색으로 색칠까지 해 놓다니요. ㅜㅜ
표지 예쁘면 답니까.

let's look에도 나와 있듯이 삽화들이 '쪼끄맣게'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반페이지에 걸친 '사진과 함께하는 각주'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것도 있다.
아, 이 책 어떤 책일지 점점점 궁금해지는구나.

1권의 뒤에는 '아더왕 이전의 이야기' 가 수록되어 있다.

왜 연재만화에 내용은 반 정도 나오고 뒤에는 이상한 외전도 아닌 것이, 단편들 나와서 열나는 경우 있는데,

혹시나 하며 2권,3권,4권 ... 보니, 그렇지는 않다.


아무튼 저 위의 '아더왕 이전의 이야기'는 이만큼 차지하고, 색깔이 다른걸 보면 알 수 있듯이 글 주변에 회색으로 박스 둘러쳐져 있다. 흠흠

아무튼,,
이제 나는 뜨거운 커피 한 잔 끓여들고 '내 숭배자 하나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아발론 연대기'를 읽어야겠다. 기묘한 인연으로 나와 이름이 같은 숭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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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2-19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아주 멋지구리합니다
나니아의 모험이 끝나는 대로 아발론으로 가렵니다~ ^^

하이드 2005-12-1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간만에 포토리뷰가 제대로 나온 것 같아요. 삼파장 스탠드 조명을 동원하야
-_-v 암튼, 책이 원체 잘 빠졌습니다.

어릿광대 2005-12-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정말 사고 싶다는...

panda78 2005-12-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 숭배자님이 과연 누구실까요,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
이 책 살 생각 없었는데, 포토리뷰 보니까 막 두근두근하는데요? 안 되는데.. ^^a

모1 2005-12-20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은 환타지류의 대작소설을 좋아하시는 것같아요. 그런가요??

paviana 2005-12-2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넘 멋져요..몸살나겠어요..ㅠㅠ
너무너무 비싸군요..ㅠㅠㅠ
숭배자라니 그것도 겁나 멋지군요..ㅠㅠ

하이드 2005-12-20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 님, ^^; 근데, 책 한권 한권이 실해서 8로 나누고 1만원 쿠폰 받고 2천원 추가적립금 받고 마일리지 받고 하면 굉장히 싸요.
모1님, 넵. 가리지 않고 다 읽는 편이지만, 환타지 소설에 환장하지요.
판다님 호호호
어릿광대님, 그죠그죠>.<

나로스 2006-01-1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둥 이걸 사야되나 말아야되나... 웬마ㄴ한 판타지소설에 환장했는뎅 쩝
 
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작 '공중그네' 에 비해 환자들의 짜증강도가 조금 더 집요하게 올라갔다.
이라부는 여전히 초현실적이다.

<도우미>에는 과대망상증인 나이찬 도우미걸이 나온다.
온세상이 자기만 바라보고 스토킹을 한다고 착각하는 미.녀.이다.

가끔 결혼정보회사에 물관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얌전을 떠는데,
"그런데 요즘 세상은 히로미 씨처럼 미인도 상대를 찾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그럴리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우리 회사는 기혼자뿐이에요." 얌전하게 말해 주었다.
"그럼요. 그래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나 할까, 우리 같은 미혼자에게는 가장 어려운 점이죠. 우리 회사의 여사원은 모두 아르바이트 아줌마들이거든요."
너의 문제점은 또 있잖아. 뚱땡이!
속으로 욕을 하면서 한 시간은 그럭저럭 보낼 수 있다.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사를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중략)
"이건 절대로 앞에 있다고 하는 말이 아니지만요, 히로미씨는 정말 좋은 센스를 가진 것 같아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어디를 누르면 그런 대사가 나오는 거야, 돼지 주제에!
(중략)
" 히로미씨, 어린애는 몇 정도가 좋으세요?" 일본 정원의 연못에서 헤엄치는 비단 잉어를 바라보며 남자가 물었다.
"저 둘정도." 부끄러운 듯이 대답하는 히로미
"아, 나랑 똑같네요. 우린 정말 여러 거지로 잘 맞는 것 같아요."
시팔, 다리 아래로 그냥 밀어 버릴까 보다.

<아, 너무 섰다!>에서 나온 너무 슨건, 생각하는 그거 맞다.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항상 참기만 하는 데츠야씨는 '지속발기증' 또는 '음경강직증' 이란 희귀한 병에 걸려버린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인더 풀>에서도 참고만 사는 남자가 나온다.
수영중독이 된 카즈오씨에게
우리의 이라부샘은 '스트레스란 것은 인생에 늘 따라다니는 것인데, 원래부터 그렇게 있는 놈을 없애려 한다는 건 쓸데없는 수고라는 거지. 그보다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게 좋아.' 라고 처방을 내려준다. 다른쪽이란, 크크크
결말이 귀여운 작품이다.

<프렌즈>는 휴대폰 중독인 고딩의 이야기. 중학교때 내성적이어서 친구 없다가, 고등학교때부터 친구 만들기 위해 최신CD를 사서 구워주고, 하루왠종일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약속을 잡고, 이라부 시리즈를 읽다보면 결말이 언제나 쾌감이지만, 특히나 이 작품의 결말은 무지하게 통쾌했다. 이 결말이 통쾌하다니, 쫌 이상한거 아냐, 할지도 모르지만, '남의 눈치 보지말고 나이브 하게 살자' 는게 내 삶의 모토인만큼, '정치적으로 올바른' 은 개나 줘라. 가 두번째 모토인만큼( 방금 만든) 이라부 화이팅!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에서는 걱정이 태산인 논픽션 작가가 나온다. 이와무라씨가 왜 논픽션 작가일 수 밖에 없는지, 이라부가 왜 이라부일 수밖에 없는지.  흐흐


이라부 병원을 찾아가는 사람은 모두가 분명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다.
때로는 그들을 보고, 쯔쯔 혀를 차고, 이라부가 고쳐줄꺼야. 생각하고, 깔깔대고 웃기도 하지만,
문득 드는 겁나는 생각은 이들처럼 나도 안고 있을 그 어떤 망상증, 불안증, 결벽증 이다.
사회생활에 지장 있을정도라 '이라부 병원'을 찾을 생각은 못하지만, 나를 좀 먹고 있을, 나를 덜 행복하게 하고 있는 그런 '병'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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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2-1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중그네 사면 인더풀 페이퍼백버전 끼워주는 이벤트 진행중입니다요 -_-)/

하치 2005-12-1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은 알라딘의 지름신.^^;공중그네 사러갑니다. 쓩=3=3=3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집에 키우고 있는 사랑하는 털달린 동물이 있다면,

읽지 마시길.

그렇지 않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반전이건, 아니면, 충격요법이건, 아니면, 그와 같은 반전, 충격요법을 위한 주제의 강조이건.
이런 단편들을 쓸 수 있다는 사실로 이 작가가 싫어진다.

귀엽고, 생기있고, 발랄한 고양이가 나온다.
그 고양이에게 애정을 느끼는 늙고 거대한 말이 나온다.

그리고, 반쯤 삐져나온 고양이 내장. 인간의 장화뒷굽에 밟히는 새끼고양이의 머리.( 엔진말)
인간의 추악함이야, 새로운 사실도 아니고,
동물을 학대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말 못하는 동물의 이야기를 동물의 입장이랍시고 써제끼는것도,
그 동물이 인간에게 복수해서 인간을 시체로 만드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진심으로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
토사물을 주어 먹는듯한 기분이다. 그런 기분으로 책을 읽어냈다.

20세기의 애드거 앨런 포? 모더니스트?
이 책에 대한 나의 혐오가 심해서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의 미덕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전집이고, 표지가 예쁘다( 제인폰다와 샴고양이) 는것 말고는

묘사의 치밀함, 서스펜스, 새롭고 특이한 소재, 반전, 꽉 짜인 플롯, 줄거리에 감탄.
나의 역겨움을 뒤로 한다고 하더라도, 단편 소설의 어떤 미덕도 이 단편집에서는 찾을 수 없다.

누가 좀 알려주길 바란다. 이 책을 정말 힘겹게 읽어냈으니, 그거라도 위안 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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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록 2005-12-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이처럼 강렬한 혐오?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는 꽤 하는 작가인 건 분명해 보이네요.(그러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원래 하이스미스의 상상력은.못됬다?는 평이 대부분인걸요. 제가 보기엔, 책이 나쁜게 아니라 읽으신 분과 취향이 안 맞아서라고 보여집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취향이 안맞는 건 어쩔수 없지요. 전 나름대로 통쾌하기도 했는걸요.^^ 하이스미스 책을 보면서 일반적인 통념을 적용하시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한번 생각해 보세요. 진심으로 불쾌한 감정을 솟아오르게 하다니..저는 이런 점이 맘에 들어요. 그건 정말 아무 작가나 하는게 아니지 않나요?

하이드 2005-12-2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합니다. 제 개인적 취향과 안 맞아서 그래요. 음. 그런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게 강점인걸까요? 저는 좀 피해야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동물학대가 아니라, 여성학대거나, 인간학대거나, 은행원학대거나 그랬으면, 글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이 책 읽고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다른 책 더 읽을 수 있을래나 모르겠어요.

아말록 2005-12-2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요, 저는 사람에게 무언가 강렬한 감정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게 있다면, 그걸 가능케 하는 뭔가가, 그 반응을 일으키는 핵?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뚜렷하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은연중에 생각하는 금기라거나, 컴플렉스라거나. 그런 대상은 쉽게 만나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걸 만나면, 왜 내가 그런 반응을 하는지 캐보게 되요. 그러다 몰랐던 걸 알게되는 수확?도 있고.

하이드 2005-12-27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마, 저도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혐오'는 제가 책을 읽으면서 그닥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하는 감정은 아니에요. 평소 동물학대 영화나 책이나 보는거 안 좋아하는데, 왜 그런 반응을 하는지는 함 생각해보죠 ^^
 
밤 그리고 두려움 2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First you dreamed, then you died 처음에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죽었다.


코넬 울리치가 쓰려고 했던 단편제목들 중 하나인데, 프랜시스 네빈스는 그의 서문에서 ( 책 2권 맨 뒤에 있다. 왠만한 단편들보다 김. 스릴은 없지만. ) '그의 황량한 세계를 짤막한 단 한 문장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라고 말한다.

분명, 코넬 울리치가 좋지만, 사실, 그의 작품엔 우연성도 너무 많고, 허점도 분명 많다.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사건과 과정과 결말이 이루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걸 느끼기는 힘들다. 독자를 순식간에 감정이입 시켜, 순식간에 작품의 줄거리 속으로 몰아가는 스릴과 서스펜스있는 작가의 글쓰기 때문이다.

순박하고, 선한 사람들이 탐정으로 등장하고, 정직한 경찰, 나쁜 경찰이 나온다.
1권인 단편집이 두권으로 나왔고, 굳이 두 권의 차이를 구분하자면,
1권에 비해 2권이 좀 더 마니아적이지 않을까 싶다. 더 재미없다는 얘길수도 있고, 더 독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얘길 수도 있다.

'색다른 사건' 은 The case of the Killer-Diller -A Swing-Murder Mystery
그닥 색다르지는 않으나, 살인의 동기가 되는 소재가 굉장히 특이하다.

'유리 눈알을 추적하다' 의 탐정은 소년이다. 강등직전의 형사의 아들인 아빠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말썽꾸러기 소년. 서스펜스, 감동, 최고로 멋진 탐정, 프랭키! 

'죽음을 부르는 무대'  역시 괴이한 살인수법에 정도를 벗어나는 수사. 화려한 반스트립쇼걸들이 나오는 배경이 영화화되면 재미있을것 같다.

'하나를 위한 세건' 코넬 울리치스러운 정말 멋진 작품이다. 사람의 심리에 뛰어난 산전수전 다 겪은 부러질 지언정 구부러지지는 않는 강직한 형사 로저스.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결말까지, 그야말로 감탄, 감탄, 또 감탄.

'죽음의 장미' 
형사나부랭이와 사귀는 부자집 영양 지니가 강등되기 직전인 남자친구를 위해 사건을 해결하기로 마음 먹는다.

'뉴욕 블루스'
그러니깐. 뉴욕 블루스. 그러니깐 코넬 울리치를 왜 '어둠 속의 시인' 이라고 하는지 이 작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그녀의 두 눈은 겁이 가득 찬 두 개의 웅덩이였다. 그녀는 내가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본 것이다. 그 웅덩이 안에서는 두려움이 타오르고 있었다.'  '항상 전기가 누전되고 있는 것처럼 빠지직거리는 소리와 불꽃이 밤새 밤하늘로 울려 퍼진다. 살아가기에 적당한 곳도 아니고, 아마도 죽기에도 적당한 곳이 못 될 것이다.'  '두려움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불안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불안은 노여움을 낳았다. 전화가 울려도 응답하지 않았고, 초인종 소리에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노여움은 갑작스런 불행을 낳았다.이제 더 이상 길은 두 개가 아니다. 단 하나, 나의 길만이 남아 있다. 언덕을 달려 내려가서 지면으로, 언덕을 달려 내려가서 파멸에 이르는 그 길만이 남아 있다.'

마지막 단편 '뉴욕 블루스'를 독하게 다 읽어내고 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다시 세부관계를 다시 따져보기 위해 책장을 들치지는 않았다. 그걸로 족하다.
어느 밤. 문득 나는 또 이 책을 뒤적거릴 것이고, 그 때 또 나는 '밤과 공포' 에 빠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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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2-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받았어요. ^^ 근데 아까워서 못 읽겠어요. ㅋㅋㅋ
서울 나갈 일 있을 때 들고 나갈까 봐요.

하이드 2005-12-1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다 읽은 난 어쩌라고!

Apple 2005-12-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보고!!!싶어요!!!!ㅠ ㅠ

mong 2005-12-1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궁금해지기 시작 ㅎㅎ

하이드 2005-12-1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 님, 코넬 울리치 아직 안 읽으셨으면,장편도 같이 권해드리고 싶어요. '환상의 여인' 이랑 '상복의 랑데부'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