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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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타고나길 천재로 타고 나는 작가가 있고, 아주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글을 써 내는 머리 좋은 작가들도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5년동안 창작에 몰두, '열세번째 이야기'라는 데뷔작을 낸 다이안 세터필드는 후자이다. 전자의 작가들에는 열광하지만, 후자의 작가들에게는 호감을 느낀다. 저자는 자신의 분신같은 책벌레 아가씨를 저자가 열광하는 19세기 영국 소설 속 '같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시대는 현대지만, 그 분위기는 놀랄만큼 19세기여서, 읽는 내내 19세기 영국 소설 읽은 기분이었으니깐. 

스릴러를 읽으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단다. 700페이지 정도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는 것이 1000kca를 소모한다는데, 이 책은 56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크기로 보나, 무게로 보나, 다이어트에 효과 있을 것 같다. 그 연구가 맞다면 말이다. (물론 그런 류의 연구는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되는 법이긴하다.)

각설하고, 이야기는 비다 윈터라는 대작가가 그녀의 전기를 쓰기 위해 아버지를 도와 헌책방을 영하고, 틈틈히 전기를 쓰는 마가렛 리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열세가지 이야기를 냈지만, 어떤 사정인지 죄다 회수하고, 열두가지 이야기로 다시 나온 책에 대한 사람들의 끊임없는 궁금증.

평생 픽션만을 이야기하던 작가가 '진실'을 추궁받게 된다. 그녀만의 이야기를 자신의 전기작가인 마가렛에게 풀어놓게 된다.

옛날, 옛날에 미친 영주와 정신병원에 들어간 영주의 동생이 있었는데, 영주의 동생은 쌍둥이를 낳았지. 그 쌍둥이의 이름은 에멀린과 애덜린이었어. 동네사람들의 말로는 그들은 보통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하며, 행동은 꼭 미친애들 같았지.
 

미스테리가 풀리는 마지막은 쌩뚱맞기는 하지만,
19세기 미스테리 영국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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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6-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보관함에 넣었다 뺐다 했는데 다시 넣어야겠어요. ;

하이드 2007-06-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와서 재미있게 읽었더랬어요 ^^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메리카도 싫고, 자전거도 싫고, 이 책의 표지도 싫다. 겉모냥만으로는 절대로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책이다. 이런저런 '강력추천'에 슬그머니 책을 주문하고, 하루만에 다 읽어치웠다. 80일간의 고생과 도전을 하루만에, 그것도 저자의 고생담을 낄낄거리며 읽어버렸으니 미안한 맘도 없지는 않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재미있게 쓰래?

서문만 읽고 이렇게 반하는 일은 흔치 않다. 저자가 과연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자전거를 타며 지구상의 CO2 줄이기에 한몫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만 보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어진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몰튼 자전거가 천만원대의 럭셔리 자전거라는 것에 이유없는 배신감을 느끼긴 했지만서도.

이 책은 여러모로 빌 브라이슨의 애팔레치아 종주기 '나를 부르는 숲'과 닮아 있다. 아닌게 아니라, 홍동지( 저자가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는 처음에는 애팔레치아 종주에 관심이 있어 그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유머러스한 필력으로 자신의 고생을 무기 삼아 독자들의 배꼽을 뽑는다. 빌 브라이슨은, 적어도 당시에는, 애팔레치아 종주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그의 쉼표였으리라 믿는다. 여기 홍동지는 대서양에서 자전거의 뒷바퀴를 담그고, 80여일만에 태평양에 자전거의 앞바퀴를 담금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어떤 청년의 쿠바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알고 쓰는 것과 정말 알고 쓰는 것은 다른데, 똑똑한 독자들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다. 이 책은 후자이다. 기록에 약한( 저자의 말로는) 지라, 신문에 연재하고, 책으로 내기까지 자신한테 기록과 공부의 기회가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저자는 기자출신이고, 이라크에 종군기자로 다녀온 몸이시기도 하다. 현재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으로 있다고 책날개에 나와 있다. 그런 그의 내공이 본인의 매력과 필력과 긍정적인 인생관과 잘 버무려져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에게 자전거는 삶의 방식이다.  '사치스럽고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대안이다.' 자전거 타기는 평화이고, 협동이며 페달을 밟음으로써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바꾸는 혁명같은 행위다. 자전거로 미대륙을 횡단하면서, 점점 쇠퇴해가는 작은 마을들을 들리며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 비판의 도마위에 놓는다.  이제 그런 작은 마을들은 호퍼의 그림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아니, 자전거 혁명동지들이 계속 꾸준히 증식하는한 그럴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한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의 '균형'이  또 다른 의미에서 다가온다. 인생의 균형, 내가 살고 있는 이 세대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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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6-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받은 책 페이퍼 보고 브리핑에 뜬 리뷰가 이 책인 줄 알고 두근거리며 들어왔어요. 과연 하이드님의 평은 어떨지..했는데. ^^

하이드 2007-06-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내일 자전거 사러 나갑니다! 흐흐

Mephistopheles 2007-06-1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분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자전거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있어요...
좋은 물건임에는 틀림없는데 말입니다..^^

BRINY 2007-06-1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참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지요. 오실 때 늘어난 짐들은 이삿짐운송센터 부르셔야겠는걸요~

하이드 2007-06-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배로 보내려구요.
메피님, 왜요? 왜요? 왜요?

2007-06-11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6-1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전거 타러 가야지,가 아니라 사러 가야지 였구나!!! 멋지다!

플로라 2007-06-1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 하이드님~^^ 도쿄에서 자전거를 타고 맡은 공기와 내음은 어떻던가요? 저 땡스투 날리고 이거 장바구니에 집어넣었습니다. ^^

moonnight 2007-06-1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에요. 하이드님처럼, 자전거 타고 싶다. 느꼈었죠.
그런데.. 저는 자전거를 못 탄다는 슬픈 현실. ㅠㅠ;
 
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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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에서 스기무라라는 평범한 탐정을 등장시키기 위해 그 모든 아기자기한 분위기들을 위한 장치들이 등장했다면, '이름없는 독'에서는 그 신선함들이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심장이 약하지만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회장님 딸 나오코나 역시나 똑똑한 딸 모모코. 심술맞은지 아닌지 헷갈리는 편집장, 카리스마로 그 이름만으로 등장인물들을 죄다 휘어잡고 영향을 끼치는 회장님, 얼음여왕인 비서 등등등

전편에서 맘에 드는 캐릭터였던 아르바이트생은 빠지고 이름만 간간히 나온다.
다만, 그 대신 온 아르바이트생인 겐다 이즈미가 사건의 중심이다.

뺑소니사고라기에도 뭣한 자전거 뺑소니에 죽은 할아버지의 사건을 해결한 스기무라가 이번편에 만나는 사건은 좀 더 악에 가깝고, 더 레벨업 되어 있다. 전편의 사건이 우발적이었다면, 이번편은 계획적인 것보다 더 나쁜 무언가이다.

도쿄에서 네번째로 일어난 무차별 독살사건.
스기무라는 악질 아르바이트생 겐다 이즈미의 뒤를 쫓아 가타미라는 전직 경찰신분인 사립탐정을 만나러 갔다가 마지막 희생자의 손녀인 미치카와 마주치게 된다.

"...스기무라 씨가 불러모으는 거야, 사건을." 이라고 말하는 스이렌의 지배인 말이 절대 맞다.
시체들을 몰고 다니는 말로. 처럼 사건을 불러모으는 스기무라

사건의 해결이라던가, 플롯이라던가가 스기무라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니라 하겠다.
평범하지 않아보이지만 ( 대기업 회장이 밖에서 난 딸 심장 약한 나오코와 결혼한 소심하다면 소심한 아동출판사 출신의 스기무라) 그저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인 스기무라.와 그 가족
착한 마음씨( 라는건 왠지 좀 예스럽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사건에 얽히는 스기무라.
딱히 번뜩이는 직관이라던가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라는 느낌이 들게 사건이 해결되는, 그런 느낌의 시리즈이다. 범인들도 우리가 추리 소설에서 보는 범인유형이라기 보다는 뉴스나 주변에서 보는 그런 류의 범인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결국 '평범' 인걸까?

책의 마지막에는 스기무라의 다음 활약이 암시되고 있다. 언제나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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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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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포비아. 시간(屍奸)의 내용이 나오는 이 책은 그 소재가 19세 빨간딱지가 무색할정도로 자극적이며, 그 묘사 또한 거침없다. 이 책 전에 읽은 '외과의사' 딱히 그 잔인함을 두고보면 어느 것이 더 잔인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희생자 입장에서는 '외과의사' 가 훨씬 잔인하다. ) 소재에 있어서 자극적이기로는 더하고 덜함을 다투기 힘들다.

그러나 별두개와 한개를 고민했던 '외과의사' 에 비해 더 밥맛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별 다섯개를 준 것은 자극적 소재에서 마이너스 먹고도 꽉 짜인 플롯과 예기치 못한 반전. 짧은 분량에 기승전결을 무리 없이 담아낸 작가의 역량 덕분이다.

이 책의 반전에 대한 열광적인 말에 '반전이 있다는 말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했던 나는
범인과 반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걱정하지 마라,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반전을 짐작할 리는 없을 것이다. 맘 놓고 읽어라.

이 책의 엽기적인 범죄장면들은 시간과 시점을 오락가락하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와 같은 기본적인 장치 이외에 이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분위기는 '부조리' 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생사나 다른 사람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경찰의 체면, 시민들의 안전, 범인에 대한 분노- 그런 문제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세상이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그것에 대한 분노와 체념- 그뿐이었다. 살 가치가 없는 세상에서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이 연명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었다. 이 세상은 웃을 수도 없는 농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5쪽

굳이 이 책을 권하고 싶진 않다.
강한 묘사는 흥미를 끌기 위함보다는 역겹다. '외과의사'는 우습다.
무튼, 우스운 것보다 역겨운 것이 더 오래가니깐.

난 이 책 아무한테도 추천 못해. (반어법 아니라,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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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7-03-20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리뷰 절대로 추천 안 해요. (진짜 아니고, 반어법이에요)

이 책 때문에 어제 밤샜잖아요. 읽은 다음, 다시 처음부터 읽느라구요. 아, 아아, 뭐 이래요. 이럼 못써요 -_-;

바람돌이 2007-03-2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자극적인 책은 음~~~ 망설여져요.

그린브라운 2007-03-2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러니까 슬슬 자꾸...궁금해지는군요..사실 안봐야지 했던 건데... ^^;;;

비연 2007-03-2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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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테스 게리첸은 마이클 파머보다, 아니 로빈 쿡보다 소설을 잘 쓴다. 그녀는 메디컬 스릴러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다." - 스티븐 킹

아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이클 파머나 로빈 쿡이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라도 일으켰단 말인가. 아니면 스티븐 킹이??

내가 읽는 몇몇 스릴러의 작가들은 그들의 전직을 십분 활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패트리샤 콘웰이라던가 존 그리샴, 혹은 마이클 크라이튼? 로빈쿡도 물론.
그러나, 전직 의사라는 테스 게리첸? 권말에 실린 그녀의 사진이 비호감이라는건 차치하고( 이거, 인신공격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렌스 블록은 좋아한단말이다!) 가뜩이나 소설의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마이너스 점수 주고 들어가긴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거기서 멈춰버린 상상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자를 기절시키고, 옷 벗겨서 나체인 상태로 덕트테이프로 여자를 침대에 꼼짝도 못하게 묶고,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준혁솜씨로 배를 갈라 자궁을 꺼낸다. 그때까지도 여자는 살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자의 목을 갈라 경동맥을 끊는데, 끊고 나서도 여자를 살아 있게 하는게 관건이다.

외과의사라는 별명이 붙은 연쇄살인범을 잡는 얘기다. 경찰측 등장인물들은 그나마 덜지루하다. '성토마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침착한 토마스 무어 형사와 마초적인 분위기에서 더욱 마초적이고자 하는 유일한 여자 형사 제인 리졸리. 둘 다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해는 가는 캐릭터.

외과의사가 집착하는 것은 2년전 같은 수법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다 죽은 앤드루 캐프라를 죽인 그의 마지막 희생자인 역시 의사인 캐서린 코델이다.

사건의 진행과 살인자의 독백이 한챕터씩 겹쳐지며 진행되는데, 독백에서 살인자가 덜컥 자신을 드러내버리니, 설마, 아닐꺼야 하며 읽는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황당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소설을 메디컬 스릴러라고 하는 것은 좀 안 맞는다. '의학'이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용어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며 '나 의사였어' 하는 작가는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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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3-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외모가 비호감. 이란 말씀, 공감하게 되는. ^^;; 교보에 서서 좀 넘겨보다가 그냥 내려놨어요.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안 사길 잘했다 싶구만요. 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