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쿨.
'잠'에 대해 배워보자.
수퍼 슬리퍼스라는 말이 있다. super sleepers
양질의 잠을 아주 잘 자는 사람들이다.
나는 수면장애가 있다.
...
한번도 써보거나 입에 담아보지 않았던 말인 것 같다. 나는 수면장애가 있다.
덧붙이면, 지금을 사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 자학하는 기질이 있고, 그건 주로 '잠'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운동 같은거면 좋을텐데;) 내가 생각해왔던 증상 (나는 '습관'이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은 다음과 같다.
되게 오래전부터 한번에 두 세시간 이상 못 잔다고 생각했다. 정말 피곤하거나 술을 진탕 마셨을때야 대여섯시간 잘까 말까. 회사 다닐때는 연례행사로 일년에 한 두번은 진짜 잠을 안 잔다. 하루에 한두시간 자고 회사 다니고. 그렇게 지쳐떨어질때까지 일주일에서 열흘정도를 보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좀 잤던 것 같다. 그런 증상은 언젠가부터 없어졌다.
시간을 더 오래전으로 되돌려보면, 학교 다닐때는 정말 많이 잤다. 분명 밤에도 잤을텐데, 아침에 학교 가서 매 수업시간, 매 쉬는시간 그리고 밤 늦게 자율학습까지 게속 자는거다. 평소에도 잠 많다고 놀림 받는 지경이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 하루 종일 자는거다. 옆에 짝꿍이 내가 수업시간에 너무 많이 자서 수업에 방해된다고 자리 바꿔달라고 한 적도 있다. 반장이어서 수업시작과 끝에 인사를 하는데, 자는 나를 옆에서 깨워 자다 깨서 인사하고, 졸다가 걸려서 서 있다가 그대로 끝나는 인사를 하기로 유명했다. 벽에 머리만 대면 잔다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 보니, 정말 비정상이었구나.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내가 단어로는 알지만, 심정으로는 모르는 사람의 일이 두가지 있다.
'불면증'과 '심심하다' 는 감정이다.
지금이야 프리로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지만,
아직까지 회사 생활이 내 사회 생활의 가장 오랜부분을 차지했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안 한 것도 아니다.
이런 말은 잘 안 하지만, 내가 남들이 말하듯 그렇게 평범하지는 않다면, 그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잠' 이었던 것이 아닌가. 이 책을 읽고야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잠'이 '문제'라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잠'이 '문제'였다.
나처럼 괴상하게 수면을 취하는 사람이 그걸 크게 바꿀 필요도 없다. 그러니깐, 나는 내가 좋아서 그렇게 괴상하게 잠을 잤던 거니깐. 다만, 내가 그 동안 잠을 너무 많이 잤던 것, 잠을 너무 안 잤던 것. 한번에 잠을 오래 자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볼 수 있다. 아는 것은 힘이다. 라는 말이 당연히 너무 정답이라, 아는 것만으로도 내 수면의 질이 확 나아진 것 같다.
근래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람의 삶을 내적으로 외적으로 낫게할 수 있는 책들로 이 책과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꼽고 싶다. 책을 잘 안 읽는, 책근육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둘 다 쉽게 읽히기도 하고.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대충 알던 많은 것들의 과학적 이유들을 제대로 정리해서 읽으니, 개념이 딱 정리된다.
수면연구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발명이 두 가지 있다.
'뇌전도'와 'REM', 학창시절 오빠들 말고, 렘수면.
수면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깨어 있을때의 뇌파장은 불규칙적으로 대략 매초 113회 정도이다.
잠든 직후에는 매 초 8- 12회 정도로 잦아든다. 이 때의 뇌파는 이완및 명상할 때 관찰되고, '알파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명상의 효과를 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식물을 볼 때 나온다고 하는 '알파파'의 알파파가 이거였다는 걸 알았다.
몇분 더 지나면 호흡이 느려지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뇌파장이 초당 3-7회로 줄어드는1단계로 접어들고 이걸 '세타파 상태'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잠이 깨면,실제로 잠을 자지 않았다고 느끼기 싶상이다.
그러니깐, 깜박 존 상태 정도인 것 같다. 1단계 수면은 2- 5분 정도 지속된다.
'달리의 낮잠'에 대해서 언젠가 포스팅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낮잠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좀 다르다.
달리의 낮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달리가 누워서 유리컵에 숟가락을 올려 놓고 한쪽 끝을 손으로 잡고 잔다.
1단계 수면에서 숟가락을 놓치고 숟가락이 유리컵에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면, 그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1단계 수면에서 우리가 종종 느낄 수 있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거나 순간적으로 환한 빛, 혹은 '쾅' 소리.를 느낄 수 있는데, 이건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을 착각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진화학자들은 인류가 나무 위에서 잘 때 떨어져서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발달한거라고 하기도 한다.
여튼, 잠든 직후의 알파파 상태에서 1단계로 접어든 세타파 상태.
그리고 2단계에서는 세타파에 케이콤플렉스와 스핀들이라는 전기적 활동의 짧은 분출이 결합. 외적 자극과 내적 자극이 차단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얕은잠 light sleep'이다.
그 이후 3,4단계에서는 뇌파가 1- 2정도로 유지되는 델타파 상태로 접어든다.
깊은잠에 빠지는 단계들은 심리상의 건강과 육체상의 건강에 필수적입니다.왜냐하면 깊은잠을 통해 손상된 세포 조직의 회복을 도와줄성장 호르몬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깊은잠에 빠지는 단계들이 없다면 여러분은 잠을 자도 피로감을느끼고 언짢은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깊은 잠에 빠지는 단게들은 낮동안 습득한 중요한 정보를 통합해 정리해내는 역할도 하고 몽유병, 잠꼬대, 야경증도 발생시킵니다.
첫번째 꿈을 꾸고 나면 여러분은 각 단계로 되돌아갑니다. 이러한 '비렘수면- 렘수면-비렘수면' 순환이 밤새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것이죠. 각각의 순환은 90분가량 걸리며,평균적으로 매일 밤 다섯 번의꿈을 꾸게 됩니다.
꿈을 꿀 때마다 여러분은 아주 잠깐 동안의 '미세한 깨어 있기'를 경험 합니다. 이상태에서는 여러분이 실제 온전히 깨어 있긴 하지만 아주잠깐 동안이므로 아침이 되면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보통 전체 잠자는시간의 약 50퍼센트는 얕은 잠에, 20퍼센트는 깊은 잠에,25퍼센트는렘수면에, 5퍼센트는 잠깐 동안의 깨어남에 쓰입니다. 잠들기 시작했을땐 비교적 짧은꿈이동반되는 깊은잠을 자죠. 하지만 밤이깊어감에 따라 꿈들은 점점 길어지고,이에 따라 깊은잠을 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하여 실제 잠의후반부에 들어서면 깊은 잠은 거의 없고, 렘수면이 한 번에 40분 정도까지 지속됩니다.
각각의 순환 사이클이 90분이라서 낮잠을 90분 자는게 가장 완벽한 것이다.
내가 그 동안 두 세시간 정도씩밖에 못 잤던 것은 수면사이클을 한 번에서 두 번정도 반복하고 깨어났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세한 깨어있기'상태를 나는 의식하고 그냥 깨어버리는걸까?
쪽잠을 자는 것이 나쁘다는 건 이 책을 다 읽고도 발견하지 못했다. 90분의 사이클 이상이면 괜찮은걸까?
대신 밤중에 한 번 깨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근거가 나온다. 아, 뒤에 나온다. 파일럿 실험. 지금 두번째로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정리하고 있는데, 길어지니 다음 페이퍼에 써야겠다.
내 관심사는 '쪽잠',light sleep 과 크로노타입(종달새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 낮잠 등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글들이 더 와닿고 재미있었지만, 불면증, 잠으로 인한 만성피로, 수면부채 등의 다양한 수면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 부분이 또 더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