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로는 당연히 '책 좀 작작 사자' 가 되겠다.  
사실 이건 파블로프의 개마냥, 그냥 책장에서 책을 빼도빼도 줄어들지 않는 현실을 맞닥뜨려 자동으로 재생되는 말이고, 진심따윈 고양이 코딱지만큼도 들어 있지 않은 클리쉐라 하겠다. 책을 빼도빼도 줄어들지 않는 현실.이란건 내가 책장에 공간과 여백을 허하지 않고, 책장 바깥으로 튀어나와 우르르 무너지지 않을 정도까지 두 겹, 세 겹으로 초고밀도로 책을 꽂.. 아니 쌓아두기 때문이다. ... 퍼즐 맞추신겁니까?  돈을 빼도 빼도 돈이 줄지 않는 지갑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책을 빼도 빼도 책장이 계속 꽉 차 있는 이야기도 누가 좀 만들어줘. ㅡㅜ  

두번째부터는 진심이 들어간다.
어머, 이 책, 나 있었네? 진심으로 기뻐하는 병신같은 자신의 모습을 3분에 한 번씩 발견하게된다.
우와, 이 책 사고 싶었는데, 하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병신같은 모습은 부록이다. 
'사고 싶었던' 책을 책장에서 발견하고 '이 책 나 있었네' 하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다음 단계는  

'어, 이 책 아까 봤는데' 다. 이쯤되면,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처음으로 돌아가 자동재생 '책 좀 작작 사자'  

여기서 더 심화되면,  

'시발, 이 책 또 나왔어!' 하는 정말 믿거나 말거나.스러운 개탄할만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 믿어주세요. 두 권까지는 아주 가끔 나오고, 세 권까지 나오는 경우는 아무리 저라도 아주아주 가끔이에요. (나는 아주아주 가끔 책정리를 한다. 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음...)  

세번째 드는 생각부터는 '정줄놓'이다. (정줄놓: 정줄을 놓다의 준말)  
아, 이 책 두번째권 밖에 안 샀네, 지금 네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는데, 채워줘야겠다.  
아, 이 작가책 새로 나왔었지, 까먹고 있었네, 주문해야겠다.      


getty image

하지만, 나, 책 열심히 읽고 있잖아? 한 권 사면, 두 권 읽다보면, 책은 점점 줄어갈꺼다.
... 하지만, 너, 한 권 읽으면, 세 권, 네 권 사고 있잖아?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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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3-2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저는 삼년 간격을 두고 책을 두번 사서 아주 진지하게 두번 다 '이 책 정말 좋은데'하면서 읽은거 있죠. 단 한순간도 어디서 들은 이야긴데 하는 의심없이...
저 치매일까요? ㅠ.ㅠ

하이드 2011-03-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 크리스마스 연속 케빈코스트너 골프치는 재미없는 영화를 빌린 적 있어요. 옛날 이야기지만, 정말 크리스마스를 위해 한참 골라서 틀었는데, 한 반 이상 보고 나서, 아, 이거 지난 크리스마스.. 했던거 있죠. 전 정말 캐빈코스트너 좋아하지도 않는데;

두 번 읽으며 '정말 좋은데' 했으니, 세번째는 읽은 책인거 확실히 알겠죠; 세번째부터 걱정해보아요. 만약 세번째가 오면, .... 그 땐 네번째부터 걱정하기로 하는거죠. 인생 뭐 있나요 ^^ 그래도 '이런 쓰레기같은 책!' 을 두 번 읽지 않은게 어디에요.

Mephistopheles 2011-03-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정리는...다른 정리보다..훠얼씬..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먼지 닦고 정리하다 이 책 나오면 뒤적거리고 뒤적거리다 보면 해 떨어지고....
그래서 당초 계획보다 X5배 의 시간이 걸리곤 한다는...

HAE 2011-03-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러고 있는게 아니었네요.ㅋ

moonnight 2011-03-2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글을 읽으면서 왠지 안심하고 있다는. 호호 ^^
책정리는 시작할 엄두를 못 내겠어요. 메피님 말씀처럼 시작만 하고서 책더미 속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있으니. 결국엔 시간에 쫓겨서 에잇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마구 재어놓기의 무한반복 -_-;

Joule 2011-03-2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엄청 귀엽네요.

Kitty 2011-03-2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
아직 같은 책 (모르고) 두 번 산 적은 없는데 책을 너무 조금 사는게 아닐까 묘하게 반성중(?)

반딧불이 2011-03-2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발'대신..'미쳤어'만 빼면 어쩜 저랑 이렇게도 똑 같을 수가 있어요. 하이드님 모습 상상하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ㅋㅋ

버벌 2011-03-26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 읽으면 세권 네권.. 웬지 읽다가 공감이 가서 댓글 남겨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