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울보가 뭐야?

- 걸핏하면 잘 우는 아이가 울보란다.

- 엄마, 그럼 나는 읽보야. 그러니까 책 읽어 줘!

 

며칠 후 태민이가 밥상머리에서 밥풀 하나라도 더 받아 먹으려고 바둥거리는 것을 보더니

태민이는 밥보라고 하네요.

그리고 꾀돌이의 자연탐험 카세트테이프에 나오는 대사를 듣고

자기도 꾀돌이처럼 먹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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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눈을 찌르는데도  미용실에 데려가지 못하고 있다가

수민이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집에서 손톱가위로 처음 잘라보다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그다지 많이 잘라낸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깡충하게 짧아진 것은 물론이고

한 쪽은 길고 한 쪽은 짧아 비스듬한 사선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자꾸 손을 대다가는 앞머리가 아예 없어질 것 같아서 이상한 채로 두고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길래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 우리 딸, 어떡하니? 미안해, 예쁘게 잘라주지 못해서. "

그러자 무척이나 스스럼없이 밝게 웃으며

" 괜찮아,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그런건데! "

엄마가 하는 말 주워들은 것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어제는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느라 고성에 다녀왔다.

출발 시간은 늦었는데 주인없는 사이 손님 맞을 방안은 난장판이고

둘이서 장난감 하나 두고 다투고 있길래 마구 야단을 쳤다.

동생이 먼저 가지고 놀고 있던 것인데 공연히 빼앗아가서 울리는 누나는 안데리고 간다고 했더니

슬그머니 동생 쪽으로 밀어준다.

그런데 막상 누나가 돌려주니 산골소년도 시큰둥한지라 너 가지고 놀아라 했는데

이번엔 동생이 금방 다시 돌아와 누나 손에 든 것을 뺏아간다.

그래서 짐짓 야단치는 시늉을 하며 그러면 태민이 너 혼자 집보고 있어야겠다고 둘러쳐놓고

대충 정리하고 옷 갈아 입히고 나가기 전에 쉬를 뉘인다고 둘이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 엄마, 태민이도 같이 데리고 가요. 아직 말을 못알아 들어서 그런건데

혼자 집에 있으면 무서워할 것 같기 때문이에요." 한다.

싸울 때는 싸우지만 또 돌아서서 챙기는 모습을 보니 힘들어도 둘 키우는게 잘하는 일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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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8-01-1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것도 나중에 태민이가 크면 .. 초등학생 쯤 되면 꼭 알려주어야지~ 누나가 너를 이렇게 사랑했단다 하고
 

고성 할머니댁, 외할머니댁, 서울 큰이모네 전화기를

각각 한 대씩 망가뜨리고야 말았던 누나의 뒤를 이어

전화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시기가 지나고

산골소년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버튼누르기!!!

텔레비젼을 비롯하여 초록불이 켜지는 서브우퍼 전원버튼, 테두리에 파란불이 켜지는 노트북 전원버튼,

얼마 전 누나의 세 돌 생일선물로 마련한 CD 카셋트 플레이어 여닫기 버튼

- 문이 열리며 안에서 물어뜯기 좋아하는 카셋트테이프가 나오니 어찌 재미있지 않으랴?! -

전기밥솥 취사버튼 기타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버튼을 눌러보며

때로는 혼자서 까르르륵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 전화기 버튼은 예외라서 상 밑에 피난보냈던 전화기가 다시 상 위로 나와있다. -

 

또 하나의 취미생활은 뚜껑닫기다.

부엌에 있는 모든 냄비와 주전자, 밀폐용기,페트병 뚜껑을 두드리거나 끼워맞춰보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제대로 닫을 수 있는 것은 아직 하나도 없지만

뚜껑을 제자리에 맞추어 놓아보는 것으로  충분히 즐겁다.

 

마지막으로 약간 엽기적인 취미가 하나 있으니

상 모서리 물어뜯어내어 씹기다.

집에 있는 온갖 앉은뱅이 나무 상이 모서리가 뜯겨 허연 속살을 내보이고 있는데

단단히 감시를 하건만 ,잠깐 사이에 어느 새 드극드극 갉는 소리를 내곤한다.

 

조금 컸다고 입가에 쓰윽 침 묻은 웃음을 베물며 양팔을 벌리고 걸어와 안기며 아양을 떨면

모든 잘못을 용서해준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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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2006-11-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해 주시라...아직은.
버튼도사님께서 물어뜯기. 잘근잘근 씹기.뚜껑덮기...이제 또 뭘 하려고 할까?ㅎㅎ
 

9월30일 추석 쇠러 시댁에 갈 때만 해도 하루에 두 세 걸음 한 번 정도 떼보았는데

10월 6일 추석에는 뒤뚱거리다 넘어지곤 하면서도 열 걸음 정도씩 수시로 걷더니

보름이 더 지난 오늘은 3m이상을 넘어지지 않고 걸어간다.

바쁘게 갈 곳이 있으면 일어서서 걸어간다.  물론 가다가 넘어진다. 그래도 다시 일어난다.

선잠을 깨어 엄마 찾아 문 앞으로 올 때도 반쯤 감긴 눈을 하고 걸어온다.

가끔 방향전환도 부드럽게 한다.

하지만 보통은 목표지점을 정하고 게걸음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아도 되도록) 걷다가 앞으로 걸어나온다.

계단도 끝까지 혼자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내복도 가장 작은 75사이즈는 소매며 바지가랑이가 깡충하여 빨아서 넣어두었다.

1년 동안 많이 자라긴 자랐나보다.

보행기를 챙겨넣고,  누나가 신던 파란 운동화를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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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11-1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집 애들은 걷기 실력이 남다른듯...
누나도 돌 전에 잘 걷더니 동생마저..ㅎㅎㅎ
 

아침마다 잠깨기 직전에 꿈을 자주 꾸는 모양이다.

잠꼬대를 한 마디씩 하며 칭얼거린 후에 깨어나곤 한다.

- 엄마, 너무 작게 잘라주지 마세요~!

- 엄마하고 아빠하고 태민이랑 버스타고 횟집에 가고 싶어요!

- 바나나 먹을래요!!

- 꿈에서 바다거북이랑 달팽이를 만났는데 같이 놀고 싶었는데 그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어요.잉잉~!!!

 

지난 일요일, 대낮에 아빠가 텔레비젼을 보고 있으려니

나에게 은근히 하는 말,

- 엄마, 아빠가 이제 수민이한테 회도 못 사주시겠다.  돈을 벌어오셔야 회를 사주실텐데...

  나는 회, 포도, 수박 이런거 좋아하는데...

- 그 얘기 아빠한테 가서 말씀드려 봐!

- 아니야, 괜찮아!

 

빨래를 걷다가 손바닥을 벌에 쏘였다.

따끔한 것이 어찌나 아픈지 외마디 소리를 질렀더니 점심 상을 치울 때 하는 말,

- 엄마, 벌에 쏘여서 아프다면서? 놔 둬, 내가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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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2886 2006-11-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특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