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눈을 찌르는데도 미용실에 데려가지 못하고 있다가
수민이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집에서 손톱가위로 처음 잘라보다가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그다지 많이 잘라낸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깡충하게 짧아진 것은 물론이고
한 쪽은 길고 한 쪽은 짧아 비스듬한 사선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자꾸 손을 대다가는 앞머리가 아예 없어질 것 같아서 이상한 채로 두고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길래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 우리 딸, 어떡하니? 미안해, 예쁘게 잘라주지 못해서. "
그러자 무척이나 스스럼없이 밝게 웃으며
" 괜찮아,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그런건데! "
엄마가 하는 말 주워들은 것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어제는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느라 고성에 다녀왔다.
출발 시간은 늦었는데 주인없는 사이 손님 맞을 방안은 난장판이고
둘이서 장난감 하나 두고 다투고 있길래 마구 야단을 쳤다.
동생이 먼저 가지고 놀고 있던 것인데 공연히 빼앗아가서 울리는 누나는 안데리고 간다고 했더니
슬그머니 동생 쪽으로 밀어준다.
그런데 막상 누나가 돌려주니 산골소년도 시큰둥한지라 너 가지고 놀아라 했는데
이번엔 동생이 금방 다시 돌아와 누나 손에 든 것을 뺏아간다.
그래서 짐짓 야단치는 시늉을 하며 그러면 태민이 너 혼자 집보고 있어야겠다고 둘러쳐놓고
대충 정리하고 옷 갈아 입히고 나가기 전에 쉬를 뉘인다고 둘이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 엄마, 태민이도 같이 데리고 가요. 아직 말을 못알아 들어서 그런건데
혼자 집에 있으면 무서워할 것 같기 때문이에요." 한다.
싸울 때는 싸우지만 또 돌아서서 챙기는 모습을 보니 힘들어도 둘 키우는게 잘하는 일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