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할머니댁, 외할머니댁, 서울 큰이모네 전화기를
각각 한 대씩 망가뜨리고야 말았던 누나의 뒤를 이어
전화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시기가 지나고
산골소년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버튼누르기!!!
텔레비젼을 비롯하여 초록불이 켜지는 서브우퍼 전원버튼, 테두리에 파란불이 켜지는 노트북 전원버튼,
얼마 전 누나의 세 돌 생일선물로 마련한 CD 카셋트 플레이어 여닫기 버튼
- 문이 열리며 안에서 물어뜯기 좋아하는 카셋트테이프가 나오니 어찌 재미있지 않으랴?! -
전기밥솥 취사버튼 기타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버튼을 눌러보며
때로는 혼자서 까르르륵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 전화기 버튼은 예외라서 상 밑에 피난보냈던 전화기가 다시 상 위로 나와있다. -
또 하나의 취미생활은 뚜껑닫기다.
부엌에 있는 모든 냄비와 주전자, 밀폐용기,페트병 뚜껑을 두드리거나 끼워맞춰보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제대로 닫을 수 있는 것은 아직 하나도 없지만
뚜껑을 제자리에 맞추어 놓아보는 것으로 충분히 즐겁다.
마지막으로 약간 엽기적인 취미가 하나 있으니
상 모서리 물어뜯어내어 씹기다.
집에 있는 온갖 앉은뱅이 나무 상이 모서리가 뜯겨 허연 속살을 내보이고 있는데
단단히 감시를 하건만 ,잠깐 사이에 어느 새 드극드극 갉는 소리를 내곤한다.
조금 컸다고 입가에 쓰윽 침 묻은 웃음을 베물며 양팔을 벌리고 걸어와 안기며 아양을 떨면
모든 잘못을 용서해준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