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혹시 모르니 청력검사를 하라고 성화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어~!>라든가 박치기로 의사전달을 하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그대로다.
다만 00먹을까? 00먹을래?하는 말은 특히 잘 들리는지 멀리서 속삭이듯 말해도 벌떡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달려간다.
또 하나, <엄마 안고 우~야 (멀리) 가자!>라는 문장도 잘 알아듣고 단박에 달려온다.
몸무게는 11.5킬로그램 그대로다.
그렇지만 어제는 달걀을 삶아주었더니 덥석 집어들고 접시에 톡톡톡 두드려서 껍질까는 시늉을 한다.
이런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중에도 자라고 있긴 한건가 보다.
계단도 난간을 잡고 서서 오르내린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비닐봉지를 통째로 물어뜯던 시기가 지나고
엄마에게 와서 열어달라고 거의 집어던지듯 준다.
컵을 가져와 안겨주면 물 달라는 뜻이고
밥솥 앞에 가서 울면 밥 달라는 뜻이고
(아직 더 먹고 싶은데 그릇이 비어가면 입 속에 음식이 가득해도 울기 시작한다.)
손인형을 집어던지면 그걸로 인형극하며 놀아달라는 뚯이고
기저귀를 집어뜯으면 쉬나 응아했으니 갈아달라는 뜻이고
페트병을 내밀면 뚜껑을 열어달라거나 라벨을 뜯어달라는 뜻이고
책을 가지고 와 내밀면 읽어달라는 것보다는 휘리릭 책장을 넘기며 놀아달라는 뜻이다.
책장을 휘리리릭 넘겨주면 깔깔대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장난감 피아노를 특히 좋아해서 한 곡 끝날 때마다 자동연주되는 버튼을 눌러가며
아아아 노래를 부르며 한참동안 앞에 두고 앉아 있곤 한다.
오늘 아침에는 자기가 먹던 김밥 한 개를 누나가 먹었다고 또 이마로 들이받으려 들었다.
지난 번에는 장난감 달라고 누나 등짝을 물어뜯어 멍이 들기도 했다.
똑같은 것을 두 개 사서 하나씩 나눠주어도 누나 것을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여전히 양말과 신발을 신기려하면 기겁을 하고 버둥거린다.
이젠 완연한 가을이라 바람도 선선해지는데...
요즘엔 깊은 산 속 옹달샘이나 애국가를 들으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