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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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시인이 별로 없다는 것에 부끄러웠다. 낙엽이란 제목의 시인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의 구절은 1892년 간행된 레미 드 구르몽의 시집 《시몬 La Simone》에 수록되어 있다. 여고시절 영미시집을 보면서 따라 읽어보고 문집에 옮겨 적어보던 기억도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을 오래전에 가지고 있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는다. 아마 이사 다니면서 없어진 듯하다. 이렇듯 내가 알고 있는 시인이 너무 없는데 장영희씨의 ‘다시, 봄’ 영미시 속의 제목에도 입으로 중얼거리던 시인의 시는 찾을 수 없었다.

 

 

 

내 책꽂이 한 컨에 있는 장영희씨의 에세이집이다. 동그리한 얼굴의 미소는 나랑 마주보며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보내는 미소처럼 밝고 푸근하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분이다. 풀이한 영미시도 부드러운 바람을 전해줄 듯하다.

 

 

글쓴이 장영희씨와 그림그린이 김점선씨와 서로를 칭찬하는 글이 있다. 서로가 함께 있을 때면 그렇게 웃는다고 한다. 나도 옆에 있었다면 어설픈 개그우먼 흉내를 내면서 웃게 해줄 수 있을 텐데..

 

영문학 박사이기도 한 장영희씨는 병마와 싸우다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출간을 하루 앞둔 2009년 5월 9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점선씨도 난소암 발병 후 2009년 3월 22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열두 달 속에 담겨진 영미시를 만든 두 사람이 하늘나라에 있다. 아마 나와 같은 독자들이 책을 읽고 감명하는 것을 내려다보고 있겠지. 오래전 선물로 받은 내이름이 새겨진 북커버를 꺼냈다. 남편을 따라 가까운 시외를 갈 때나, 친구를 만나러 커피숍으로 갈 때도 챙겨갔다. 미리 도착하여 친구를 기다리면서 책을 펼쳤다. 그날 커피숍은 분위기 좋은 북카페가 되었다.

 

 

장영희씨의 사인이 표지 안에 적혀있다. 필체를 보니 작은 장미꽃 한 송이를 보는 듯하다.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추천의 글’에는 ‘책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움’ 이란 제목으로 수녀이면서 시인인 이해인씨는 장영희 교수와 김점선 화가와 2008년 7월 16일 저녁, 셋이 만나기로 했다가 암수술을 하게 되어 2009년 항암 방사선 치료를 다 마치고 만나려던 것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두 분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말아서 그리움에 슬퍼하였다. 5주기를 맞아 펴낸 책이라고 소개하며 1월에서 12월까지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시가 있다고 소개했다. 9쪽 마지막 구절의 글에 동감하며 옮겨본다.

 

- 소중한 모임, 특별한 기념일, 지인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나 카드에도 인용하면 좋을 이 책을 1년 내내 가까이 두고 사랑하는 독자들이 더 많아질 것을 기대해 봅니다.

 

 

1월 January 시작부분이다. 가슴에 와 닿는 글이다. 고1 여학생인 둘째 딸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와서는 “어머님도 문집처럼 이렇게 만들어보시면 예쁘게 잘 만드실 것 같아요. 영어시를 그냥 보면 해석이 되나요? 잘하실 것 같아요.” 터덜웃음이 터져나왔다. “전혀 모르겠다. 영문은 모르겠구. 하지만 해석한 글이 아주 부드럽다. 그림도 멋지고.” 답을 하고나니 괜히 시인들이 부러워졌다. 

 

 

 

2월에는 하얀 장미꽃을 보았다. 수박겉의 짙은 청록색의 잎사귀가 흰 장미꽃송이 옆으로 삐죽 나와있다. 5월이 되면서 아파트 주변에서 빨간 장미꽃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며칠 전은 누가 정했는지 장미의 날이라며 장미꽃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2월의 황혼(February Twilight-새러 티즈데일)’에는 차가운 저녁하늘의 별을 보면서 적은 시이다. 시를 해석해서 우리말로 시를 적어두고 다시 시안에 보이는 작가의 생각을 엿보며 설명글이 적혀있다. 3월의 시에는 희망을 노래한다.

 

 

3월은 포버트 브라우닝의 ‘봄노래(Spring Song)' 속에서 종달새와 달팽이가 나왔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또 엘라 히긴스의 ’네 잎 클로버(Four Leaf Clover)' 에서는 네 잎 클로버가 자라나는 멋진 장소를 자랑한다. 바로 나오는 4월에는 새를 앉고 있는 흰색드레스의 신부의 모습 같은 그림이 있다. A.E.하우스먼의 시인 ‘나무 중 제일 예쁜 나무, 벚나무’ 시가 나오는데 영시의 한글번역에는 부활절 맞아 하얀 옷을 단장한 모습이 나온다. 아마도 그림 속은 부활절인 듯하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속의 새색시이야기도 있다. 장영희 교수는 63쪽 마지막 글에 자신이 투병 중에 살고 싶다는 심정을 적은 것 같다. 옮겨보았다. 

 

 - 꽃 피는 아름다운 봄을 영원히 볼 수는 없을진대, 너무 늦게, 이제야 그걸 깨닫습니다. 문득 다가오는 봄 속에 내가 숨 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올봄엔 정말 꼭 꽃구경 한번 나서 봐야겠습니다.

 

 

 

5월의 시가 소개되는 곳에는 살짝 접어 끼워진 겉표지의 또 다른 겉표지 뒷면에 있는 글이 있다. 새러 티즈데일의 ‘연금술(Alchemy)'이다. 글 속에서는 노란 데이지꽃을 소개한다. 난 며칠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본 노란 달맞이꽃이 떠오른다.  71쪽에 나오는 연금술을 옮겨본다.

 

- 연금술

새러 티즈데일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 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6월은 유독 더 눈부시다고 한다. 시인들은 청춘의 달 6월을 사랑의 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에 독일시인인 괴테(Goethe)가 생각난다고 적혀있다. 그러고 보니 시는 생각이 안 나도 시인 괴테는 생각난다.

 

시집 속 그림에 대부분 노란 물갈퀴의 오리가 많이 나온다. 또 파란 배경이 바다인 듯 하늘 인 듯 그 속에는 하얀 말이 등장한다. 짙은 빨간색의 장미와 여러 색상의 꽃들이 많이 나온다. 강한 색채와 단절된 선들이 종이로 만든 작은 보석상자를 보는 것 같다. 작은 커텐에 프린트해서 부엌 한 빈 공간의 벽에 걸어두어도 예쁘겠고, 오리 두 마리가 그려진 둥근 손거울을 들고 다녀도 좋겠다. 더운 여름에 손부채에 곱게 그려 넣어도 좋을 그림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7월의 이야기를 얼른 보내고 8월에는 푸른 강인가 혹은 바닷가인가 그런 배경에 흰색의 말들이 얼굴을 삐죽 내밀고 있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곧 가을이 시작된다고 알려준다. 평야를 흰색의 백마를 타고 달려보고 싶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의 여름에도 흰색 말은 타보지 못했다. 갈색 말을 타고 바닷가 산 아래 넓은 들판을 잠시 걸었다.

 

 

9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시는 엘프리드 테이슨의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Break, Break, Break)이다. 시가 끝나고 다음 장에는 시의 마지막 어절이 적혀있는 노란 바탕의 지면이 나온다. 자세히 보니 사람의 얼굴과 노란색은 옷인 듯하다.

 

장영희 교수는 이 시를 소개하면서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가 생각난다고 옮겨 적어두었다. 난 노란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서 전주 한옥마을의 어진박물관 속의 어진(임금의 초상화)가 떠올랐다. 127쪽의 두 줄의 글을 옮겨본다.

 

 - 가버린 날의 다정한 행복은 내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

 

 

노란말이 나왔다. 10월의 이야기에는 오곡백과 풍성함을 자랑하는 성취와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10월은 아쉬움의 달이라고 한다. 난 열두 달의 느낌을 정의해본 적이 없다. 내일로 당장에 다가온 시아버님 제사나 일주일 후의 친정아버지 제사,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등..새해가 되면 음력이 적혀있는 커다란 달력에 가족의 대소사를 적어두고 자가용 실내거울 앞에 붙여두는 작은 달력도 만들어서 메모해두는 것으로 지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겨울방학 과제물로 탁상달력을 직접 만들면서 그림을 그려보던 적이 있다. 새해에는 ‘다시, 봄’의 책 속처럼 12개의 그림을 그려서 손수 탁상달력을 만들고 싶다. 아님 좀 크게 그려서 12장을 액자 속에 넣어서 벽에 걸어두고 매달 종이를 바꿔서 보이게 만들어볼까? 이순구 화백의 ‘웃는 얼굴’ 그림들이 떠오른다. 

 

 

11월은 슬픈 가을의 낙엽을 이야기하고 12월은 크리스마스와 하얀 눈사람을 노래했다. 164쪽에 적혀진

장영희 교수의 마지막 부분의 글을 옮겨본다.

 

- 시인은 사랑과 위로가 없는 겨울같이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우리가 비참한 것은 눈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슴속 깊이 보석처럼 숨겨 놓은 따뜻한 심장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12월의 시를 다 옮기고 뒤편에는 2005년 5월 27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박해현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발췌, 정리 한 내용이 있다. 생전에 독자들과 주고받은 메일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함께한 여러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자주 몸이 아픈 내 주위에는 많은 친구들의 응원이 있다. 커다란 접시를 만들어준 친구는 오늘도 전화를 주면서 남은 찰흙으로 함께 접시만들기를 하자고 덜렁 미리 만날 약속을 정한다. 나도 장영희 교수처럼 에세이를 적고 싶다. 꽃을 보고 사진만 찍는 것에 끝나지 않고 시를 적어보고 싶다.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 글처럼 작은 카드에 그림도 그려보고 영미시도 옮겨 적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작은 액자 속에 그렇게 시화를 그려서 선물해도 좋을 듯하다. 무엇이든 많이 해보고 친구들에게 많이 만들어 선물 하고 싶다. 이 책은 나를 바쁘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급한 마음만큼이나 손이 바빠질 듯하다. 하늘에 있는 두 분이 나를 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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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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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6월호에는 특집으로 ‘촌에서 온 그대’를 주제로 촌에서 서울로 오게 된 추억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많은 이야기들을 읽느라 나도 잠시 추억에 잠겼다. 월간지 샘터는 페이지 오른쪽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바코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참 좋은 아이템 같다. 다른 과월호에도 다 있는 것을 6월호에서 처음 알았다. 선물을 할 수 있게 적는 난이 있어서 그것만 보았던 것 같다.

 

 

이달에 만난 사람 코너에 모델처럼 멋진 티셔츠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그는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로 디자이너 윤호섭(70세, 국민대 명예교수)의 애칭이라고 한다. 2002년부터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서 티셔츠에 환경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무료로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해왔다고 한다. 나도 그의 작업실 옆자리에서 따라 그려보고 싶었다.

 

 

얼마 전 대구선명학교 운동장에서 있었던 ‘사랑나눔 바자회’에 네일아트 봉사를 다녀왔다. 장미꽃도 사고 음식도 사먹었다. 함께 봉사한 네일아트봉사회원들이 많은 필요한 것을 구입했다. “누구를 위해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으로 보람된 일입니다.” 라고 네일아트봉사 회장님이 처음 나를 회원으로 초대하며 해주신 이야기이다. 위 예쁜 꽃그림은 회장님의 솜씨이다.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도 자신의 재능기부를 통해 티셔츠에 환경메세지를 담는 것이다. 그분은 하루하루가 보람된 날 일 것이다.

 

18쪽에 소개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디자이너 모임인 웰던프로젝트에서 [꿈으로 디자인한 산수책]을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출판사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산수책으로 동화책처럼 만든 것이 나와서 아주 쉽게 수학공부를 할 수 있는 게 있다. 그런데 여기 소개된 산수책 속의 모델은 현지 아프리카 아이들이 주인공들이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이 없어 어려운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는 웰던프로젝트 대장모습에 훈훈한 정이 느껴졌다.

 

 

제목처럼 ‘오이소, 보이소, 타이소!‘는 부산이야기이다. 부산여행의 친절한 안내자 시티투어버스를 소개했다. 부산역에서 나오자마자 왼편 택시 승차장 쪽으로 가면 널찍한 시티투어버스 전용 정류장이 나온다. 태종대와 해운대코스 간 환승이 가능한 ’순환형‘으로 1층버스, 2층버스, 지붕 없는 2층 오픈톱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자유롭게 운행된다고 한다. 단돈 만 원으로 당일 KTX표를 제시하면 8천원이란다. 와!~~ 싸다. 몇 년 전 남편과 나 그리고 2팀의 부부 그렇게 6명이 자가용으로 해운대 갔다가 태종대도 다녀왔는데 시간과 비용을 많이 쓰고 제대로 놀지 못했는데 왜 시티투어를 생각 못했을까?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가족여행으로 가봐야겠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법륜 스님의 [참살이 마음공부]코너이다. 아이들을 너무 보호만 하지 말고 부모가 하는 일들을 배울 수 있도록 보고 따라하고 또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배울 기회를 주는게 좋다고 한다. 73쪽 마지막 문장들이 눈에 쏙쏙 박힌다.

- 아이들이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세 살 때까지는 아이를 무조건 보호하고, 그 후엔 부모가 아이의 삶의 모델이 되도록 우선 부모가 화목하게 잘 살고, 생활 속에서 아이의 자발성을 길러줘야 합니다.

 

 

 

[나희덕의 산책] 코너를 읽으며 또 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월간지 처음 장에 발행인 김성구씨의 글에서도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사건을 돌이켜 어른인 우리가 부끄러워, 무릎끓고 빌고 싶었다고 했다. 나도 어른인 것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다시 책 중간을 넘어서 통곡의 바다이야기에 심한 두통까지 생겼다. 생각할수록 속상하고 아이들이 불쌍하고 마음이 아프다. 2014년 올해에 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생기는 걸까?

 

일주일 전 큰애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타박상이 심해서 정형외과에 가서 반기부스를 했는데 어제 또 운동연습 중에 머리 정수리부분을 크게 바닥에 부딪쳐서 종합병원 응급실에 다녀왔다. CT촬영에 엑스레이도 찍었고 다행히 큰 일이 없어서 약을 받아서 퇴원을 했다. 오늘 오전에는 아이가 몇 달째 새벽마다 다리가 저려서 깨어나는 일 때문에 신경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왔다. 고3이라 스트레스에 운동부족이라고 한다. 아이는 병원비 많이 든다고 걱정한다.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컴퓨터 회사에 사표를 내고 2007년 여름에 간판도 없는 헌책방을 열은 윤성근씨가 헌책 속에서 찾아낸 글을 소개했다. 대구에는 시청가기전과 대구역 지하도 옆이나 남문시장 근처에 헌책방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헌책방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남편과 혹 시내에 갈 때 걸어가면서 종종 헌책방 문 앞에 진열된 오래된 헌책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인터넷서점에서 중고서점을 오픈하기도 한다. 중고서점에 가보면 중고책을 구입하거나 팔수도 있다. 대구에 오픈한 한 중고서점에 가봤다. 어느 서점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헌책 속에서 발견한 편지글 같은 메모가 향수를 불러온다.

 

 

장영희씨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인 ‘다시, 봄’ 이란 책이 나왔다. 나도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양장본으로 된 책 표지는 지문이 있는 필름으로 코팅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여고시절, 학교에서 개개인이 문집을 만들어 대구시립회관에서 여러 다른 작품들과 전시회를 가졌던 적이 있다. ‘다시, 봄’ 이란 책처럼 멋지게 만든 나의 문집이 분실되어 초대된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달 후 학생회관에서 가진 그림 전시회에 낸 액자 몇 점도 또 분실되어 속상해서 울었다. 요즘은 CCTV가 설치되어 있겠지?

 

 

또다시 세월호 사건이 나왔다. 97쪽 마지막 문장의 글을 옮겨본다.

-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벌어졌다. 승객은 나 몰라라 하고 먼저 대피해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행동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조사 중이라 아직 확언하기 어렵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챌린저호 폭발의 원인과 많은 부분 겹쳐진다. 선원들은 20년이 넘은 노후한 선체, 증축으로 인해 높아진 무게중심, 확실하게 결박되지 않은 컨테이너 화물 등의 위험성을 정말로 알지 못했을까? 3등 항해사가 선장으로부터 배의 복원력에 문제가 있으니 조타기를 적게 쓰라는 말을 들었다는 보도내용으로 보아 항해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이 확실하다. 그런 위험을 알면서도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일까? 왜 항해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을까? 안전보다 매출을 우선하는 회사, 선장과 기관장의 권위에 수동적으로 따르던 ‘조용한 배’가 결국 꽃다운 아이들을 우리에게서 앗아갔다.

 

나누고 싶은 물건에 배낭이 나와 있습니다. 얼마 전 졸업한 주부대학에서 자동으로 산악회 가입이 되어 매달 4째 목요일마다 아줌마들이 모여서 산에 가는데 저 배낭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홈페이지에 받고 싶은 사람은 신청을 한다. 또 기증할 물품을 샘터에 보내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있다. 나도 기증을 할 게 있을 까? 내 주위를 둘러본다. 기증할 물품이 생기면 꼭 샘터로 연락해야겠다.

 

샘터게시판을 넘기니 군대이야기가 가득하다. 또 연재소설 [이웃]에는 윷놀이 이야기가 4쪽이나 적혀있다. 윷놀이 이야기라면 연말에 설날이 오기 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표지 뒷면에는 '오늘을 잊지 마소서‘라는 제목에 세월호의 침몰사고와 6.25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이적인 성장으로 경제 선진국이 되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성수대교 붕괴, 금년 2월 경주의 휴양 시설 지붕이 무너져 많은 대학생들이 희생된 이야기가 적혀있다.

 

3일전 뉴스에는 21명의 사망자를 낸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이 있었다. 두 딸에게 무슨 이야길 해줘야할까?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줘야하는데, 아픈 기억으로 남을 사건들로 어른인 내가 부끄럽다. 오는 6월 25일은 우리 집이 생긴지 9년째 되는 날이다. 올해가 다 지나가도록 슬픔은 지워지기 어려울 듯하다. 눈물이 많은 내 두 딸이 더는 슬픈소식을 접하지 않길 바란다.

 

6월호 월간샘터에는 많은 여러 사람들의 소식을 읽을 수 있었다. 지구 속의 여러 인종도 이웃이고 남을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들 이야기와 조금은 어려웠던, 불행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아름답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도 있고 누군가는 선물을 나누고 그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올려있다.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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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류은의 동화책인 ‘산신령 학교’ 3편째인 ‘신들의 전투’는 앞의 1편과 2편을 읽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차례가 나오고 나오는 이들의 소개하고 있다. 동화라기보다 옛날이야기 한편을 읽는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안재선씨는 옛날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붓텃치로 수묵화처럼 그려서 양쪽 페이지를 가득채운 배경그림위에 글이 적혀져 있다.

 

작가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글을 적었다. “... 했어요.” 라던가 “... 했다” 식이 아닌, “...했어”라고 적어서 난 옆에서 글을 읽으면서도 듣는 것 같은 착각에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때론 주인공들을 두둔하기도하고 나오는 이들의 마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설명해주고 있다.

 

등장인물 소개에 가장 먼저 나오는 이는 ‘달봉(귀선)’ 이다. 대대로 훌륭한 산신령 집안의 꼬마 산신령으로 봉우리 하나인 달봉산으로 실습을 나갔다. 스스로 태어난 고아 산신령인 ‘장군’은 남달리 용감하고 불의를 참지 못한다.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속의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딸 ‘두레’는 선녀학교에 다니지 않고 달봉과 장군이처럼 산신령학교에 다니게 된다. 세 명의 꼬마산신령이 벌이는 모험이야기이다.

 

달봉이가 어느 날 칠보산에 있는 장군이에게 물방울편지를 보내온다. 두레가 있는 태백산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다음날 함께 만난다. 달봉이가 선녀탕이 보고 싶어 가는 길에 선녀탕에서 두꺼비 얼굴모양의 아이를 만나게 된다. 이는 ‘복길이네 터줏대감’으로 집터를 지키는 지킴이이다.

 

이웃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땅을 빼앗고 탄광속에서 금을 캐서 자기네 나라로 가져가려하는 야마모토나 야마다에게 복길이네가 집을 빼앗긴다. 집을 지키는 지킴이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탄광이 무너져 갇히게 된 복길이를 구하기 위해서 세 꼬마산신령이 힘을 합친다.  

 

 

 

집안의 재산과 복을 지키는 ‘업신’, 아기를 점지하고 돌보는 신인 ‘삼신할머니’, 집을 다스리는 ‘성주신’ 등은 꼬마산신령들과 힘을 합쳐서 다시 복길이네 땅을 찾고 모두 쫓아낸다. 여기에서 도깨비들의 도움도 받게 된다. 모든 일을 다 끝내고 교장선생님이 왔다. 교장선생님은 단군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기서도 이름이 ‘단군’이다.

 

교장선생님은 지팡이를 두들겨서 꼬마산신령들을 산봉우리로 데려간다. 산 아래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곳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알려준다. 얼마 전 대구의 앞산공원인 대덕산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본 대구의 전경은 평화로워 보였다. 팔공산 갓바위 위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대구의 전경도 여전히 평화롭다.

 

 

어디 글에서 본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아죽겠다.”, “배 아파 죽겠다.”, “신경질 나서 죽겠다.” 등 “..해서 죽겠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해서 감사하다” 라는 말을 많이 쓴다고 했다. 나도 행복한 것에 감사하고, 가족모두가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에 감사하며 지내려고 노력한다.

 

지난 달 장사도에 가기위해 통영에 도착해서 바닷가에 정박해있는 거북선을 멀리서 보았다. 꼬마산신령인 장군이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환생한 것이 아닐까? 우리 집에는 어떤 집지킴이신들이 있을까? 책 속에는 대화 글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말하는 이마다 다른 목소리로 들렸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두 딸에게 다시금 이야기하듯 들려줄 수 있을까? 그냥 책을 줘서 읽어보게 해야겠

다. 구수한 옛날이야기가 책속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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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꽃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표지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은 작가인 박상현씨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정원사로 일하게 된 100년 전통의 부차트 가든의 모습이다. 잘 정돈된 정원은 동화책 속 공주님이 사는 신비의 나라 같아보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작가의 생활을 읽어보면서 부럽기가 한정 없다.

작가가 유학을 갔던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와 결혼하여 부인과 배낭여행을 했던 이야기도 부차트 가든 이야기 속에 나온다. 꽃을 보고 그 꽃이름을 다시금 외우고 지식을 습득하려고 무단 애를 쓰는 모습도 비쳤다. 몇 년을 흙을 고르고 잡일을 하다가 가지치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를 보면서 나의 첫 직장의 생활이 떠올랐다. 나도 디자인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 번도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사장님의 어깨너머로 배우던 적이 있었다.

부차트 가든에 들어갈 때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캐나다에서의 취업은 이력서나 학력보다 추천을 우선으로 하는 곳이다. 이웃의 정원도 손질해주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이웃을 사귀고 직원들과의 유대관계도 이어 나간다. 손님들을 초대해서 김밥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연어낚시를 해서 초밥을 대접하기도 한다.

아침 6시에 일을 시작하는 부차트 가든의 첫 손님은 ‘벌새’라고 한다. 벌새는 꽃 속의 꿀을 찾아 먹는다. 튤립의 부드러운 잎을 좋아하는 사슴은 화단을 망쳐버려서 냄새가 고약한 천연보호제를 뿌려주기도 한다고 한다. 아담과 이브가 처음 만나던 곳이 이런 곳 아닐까? 작가가 소개해주는 꽃들을 보면서 얼마 전 다녀온 까멜리아[장사도]가 생각난다. 장사도에는 동백꽃이 많이 있었다. 부차트 가든처럼 몇 곳 이름을 정해둔 정원이 있는데 장미정원도 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가지에 잎이 생기는 것만 보고 왔다. 이 책안에는 장미가 꽃의 여왕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모든 나라에서 가장 으뜸인 꽃이 장미라고 한다. ‘미녀와 야수’에도 파란장미가 나오지 않았나!

꽃등을 매단 것처럼 피는 꽃 모양 때문에 ‘초롱꽃’이라고 이름을 가진 ‘퓨시아’도 처음 봤다. 담이 되어주는 나무와 울타리가 되는 나무를 소개하면서 ‘탱자나무 울타리’를 알려주었다. 어려서 탱자나무 울타리를 많이 보며 컸지만 장사도에 갔을 때 처음 하얀색의 탱자나무 꽃을 보았다.

꽃향기가 일품인 해더 꽃으로 만든 맥주인 ‘헤더 에일’은 ‘부차트 가든 헤더 에일’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정원 안에서만 판매한다고 한다. 난 술은 전혀 못 마시지만 느낌은 알 것 같다. 티베트에서 처음 블루포피를 보고 영국에 소개해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선교사는 부차트 가든에서 블루포피가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159쪽 사진에는 파란색 꽃의 블루포피가 가득하다. 꽃잎이 투명한 듯 파란색이라 손으로 만지만 얇은 꽃잎이 찢어질 듯 하늘거려보였다.  

 

책속에는 부차트 가든의 꽃들만 소개하진 않았다. 작가가 정원사로 일하면서 알게된 캐나다의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함께 알려주었다. 냄새가 고약한 제라늄, 토양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수국도 소개해주었다. 어제 시아버님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팔공산 화훼단지 한 컨에 있는 수국들을 보며 지났다. 가지치기를 제대로 안해주면 웅크린 고슴도치처럼 자란다고 한다. 꽃에 대해선 문외한이던 나도 좀 더 알게되었다. 연신 “아..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단체대화를 한다. 네일아트 봉사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대화하는 곳에는 가끔 꽃사진이 올라온다. 봉사단 회장님은 희귀한 화초를 많이 키운다. 그것도 아주 잘 키운다. 꽃사진을 올리면 놀랍다. 이름도 많이 알고 있고 자신의 폰케이스에도 세필 붓으로 꽃나무위에 새들이 있는 것을 그려 넣었는데 수준이상이다. 나도 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고개 숙였다. 누가 그랬다. ‘고개 숙이면 지는 것이다.’ 또 몇 봉사단 회원들이 자신이 키우는 화초 사진을 찍어서 구경시켜준다. 나보다 두 살 아래 동생이 된 회원은 오픈한 베란더와 큰방 밖의 베란더 등에 가득한 화분들을 보여준 적 있다. 키우기 힘든 화초도 잘 키워내는 것을 보며 한없이 그 재주들이 부러웠다.  

 

11주간 작가의 어머니께서 빅토리아에 보내면서 컴퓨터도 배우고 책도 읽고 수영도 배우면서 문화인이 되어 한국으로 가셨다. 그 후 가족카페를 만들어 둔 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으로 가족의 대소사 일들을 기록하시고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책 뒤편에는 백합을 소개했다. 노란 백합 사진을 보니 거창의 추어탕 거리의 한 식당 화단에 피어있던 참나리꽃이 떠오른다.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 옆 남망산 조각공원의 잘 꾸며진 정원이 생각난다. 작년 여름에 다녀온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배를 타고 갔다온 장미꽃이 가득한 정원도 생각난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있던 때이다.  

몇 년을 나무 심거나 토양을 가꾸는 일을 하다가 처음 가지치기를 하게 되었을 때, 난 속으로 축하의 박수를 쳤다. 내일처럼 신나고 기쁜 것은 멀리 이민까지 가서 거대하기한 부차트 가든의 최초 한국인 정원사가 된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한 탓이다. 내 생에 한 번이라도 부차트 가든을 찾아가볼 기회가 있을 까? 정말 멋진 정원을 둘러보았다. 책을 덮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파란색 꽃의 블루포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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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월간샘터는 민트색의 표지로 그 안에는 노란색의 물고기들이 노란색의 잠수함을 따라 가고 있다. 노란 물고기들을 보다가 눈을 떼면 금방이라도 뒤표지로 다 가버릴 듯 움직이는 듯 보였다. 특집에 소개된 ‘봄나들이’와 ‘2014년 샘터상 당선작 발표’를 보려고 얼른 책장을 넘겨보았다.

 

양인자의 다락방 책꽂이에서 한옥을 소개하는 글을 보며 며칠 전 ‘전주한옥마을’에 다녀왔던 기억이 다시금 난다. 양인자 작가는 한옥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두 시간을 해설자와 같이 다녔던 전주한옥마을을 두 딸과 남편과 그렇게 다시 가고 싶다. 한옥마을의 200년 된 성당 앞에 있는 수백 년 된 은행나무 할머니에게 우린 모두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국내 최초 여성 민항기 기장인 신수진씨의 나를 움직인 한마디 코너의 ‘오늘 경영자’를 읽으면서 활기찬 청소아줌마의 한마디는 명언집의 명언 같았다. 우리 두 딸이 프린트 해달라던 명언글처럼 나도 프린트해서 모니터 옆에 새워둘까?

 

동춘 서커스의 소식도 재미나게 읽었다. 내 어렸을 때, 대구의 신천시장 안 공터에서도 서커스 공연이 자주 열렸다. 둥근 우리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이 생각나고 천장 높은 곳에서 그네를 타던 사람들도 생각난다. 경기도 안산에 갈일이 있다면 꼭 대부도 상설극장에 가서 동춘 서커스 공연을 보고 싶다.

 

2002년 두 딸이 아주 어렸을 때, 아이들 볼에 태극기 판박이를 붙여주고는 가족모두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식당 주인이 무료라고하면서 주던 음료수를 마시며 “대한민국”을 외쳤던 그 때, 처음 붉은악마를 알게 되었다. 사실 모두 함께 붉은 티를 입고 응원하고 밤을 새워가면서 차량 행렬에 동참해보기도 했었다. 축구 수집가인 이재형씨의 붉은악마이야기는 나에게 새로운 지식을 줬다. 내 어깨가 덩달아 으쓱해졌다.

 

의학다큐멘터리 <명의>의 집필작가 양희씨의 뇌혈관수술을 하는 오창환 교수님과 방재승 교수님의 이야기도 가슴이 뭉클하게 잘 읽었다. 친정부모님, 시부모님의 수술도 자주 봐 왔기에 수술실 앞의 환자보호자들의 심정을 잘 안다. 그들의 눈물을 보면 나 또한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정아빠, 친정엄마 그리고 언니가 생각난다. 책속의 수술실 앞 풍경은 날 또 울게 했다.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고 그리움으로 밤새 울었다.

 

내가 오래전 엄마들 모임자리에서 했던 말이 법륜스님의 글에도 나왔다. 엇나가는 딸 때문에 괴롭다는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아빠의 고민에 법륜 스님은 인생에서 불안한 심성이 세 번 발병한다면서 그 첫 번째가 사춘기 때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발병이 있어도 나쁜 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딸이 아픈 아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나도 엄마들에게 말했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부부간의 갈등 또 어긋나는 자식들이 있다 고해도 그 모두가 환자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줬다. “가족 중에 누가 입원을 하면 보호자의 입장에서 입원한 환자를 위해서 아끼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듯, 잠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생각하고 혹은 크게 다쳐서 누워있는 환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안타까움이 앞서지 야단치게 될까요?”

 

강릉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여행사를 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여행사를 하면서도 때론 여행자가 되고 가이드가 되어 여행자들과 함께 떠났다가 온다. 어제도 중국 황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몇 년 돈 벌어서 딸 둘이 다 시집가고나면 강원도 인제 방태산아래 약초발효하고 된장담고 살고싶다고했다. 작은 찻집도 차려서 소박하게 살고싶단다. 친구가 꿈꾸는 장소가 강릉게스트하우스가 아닐까? 나도 그런 곳에 살고 싶다.

 

강릉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여행사를 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여행사를 하면서도 때론 여행자가 되고 가이드가 되어 여행자들과 함께 떠났다가 온다. 어제도 중국 황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몇 년 돈 벌어서 딸 둘이 다 시집가고나면 강원도 인제 방태산아래 약초발효하고 된장담고 살고싶다고했다. 작은 찻집도 차려서 소박하게 살고싶단다. 친구가 꿈꾸는 장소가 강릉게스트하우스가 아닐까? 나도 그런 곳에 살고 싶다.

 

 

월간샘터 5월호 안에는 지나며 보는 이웃의 생활이야기가 가득하다. 오래된 이야기 또, 지금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오래 전 가족여행으로 갔던 보성의 녹차밭과 땅끝마을에 언제 다시 가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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