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꽃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표지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은 작가인 박상현씨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정원사로 일하게 된 100년 전통의 부차트 가든의 모습이다. 잘 정돈된 정원은 동화책 속 공주님이 사는 신비의 나라 같아보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작가의 생활을 읽어보면서 부럽기가 한정 없다.

작가가 유학을 갔던 이야기, 어릴 적 이야기와 결혼하여 부인과 배낭여행을 했던 이야기도 부차트 가든 이야기 속에 나온다. 꽃을 보고 그 꽃이름을 다시금 외우고 지식을 습득하려고 무단 애를 쓰는 모습도 비쳤다. 몇 년을 흙을 고르고 잡일을 하다가 가지치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를 보면서 나의 첫 직장의 생활이 떠올랐다. 나도 디자인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한 번도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사장님의 어깨너머로 배우던 적이 있었다.

부차트 가든에 들어갈 때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캐나다에서의 취업은 이력서나 학력보다 추천을 우선으로 하는 곳이다. 이웃의 정원도 손질해주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이웃을 사귀고 직원들과의 유대관계도 이어 나간다. 손님들을 초대해서 김밥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연어낚시를 해서 초밥을 대접하기도 한다.

아침 6시에 일을 시작하는 부차트 가든의 첫 손님은 ‘벌새’라고 한다. 벌새는 꽃 속의 꿀을 찾아 먹는다. 튤립의 부드러운 잎을 좋아하는 사슴은 화단을 망쳐버려서 냄새가 고약한 천연보호제를 뿌려주기도 한다고 한다. 아담과 이브가 처음 만나던 곳이 이런 곳 아닐까? 작가가 소개해주는 꽃들을 보면서 얼마 전 다녀온 까멜리아[장사도]가 생각난다. 장사도에는 동백꽃이 많이 있었다. 부차트 가든처럼 몇 곳 이름을 정해둔 정원이 있는데 장미정원도 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가지에 잎이 생기는 것만 보고 왔다. 이 책안에는 장미가 꽃의 여왕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모든 나라에서 가장 으뜸인 꽃이 장미라고 한다. ‘미녀와 야수’에도 파란장미가 나오지 않았나!

꽃등을 매단 것처럼 피는 꽃 모양 때문에 ‘초롱꽃’이라고 이름을 가진 ‘퓨시아’도 처음 봤다. 담이 되어주는 나무와 울타리가 되는 나무를 소개하면서 ‘탱자나무 울타리’를 알려주었다. 어려서 탱자나무 울타리를 많이 보며 컸지만 장사도에 갔을 때 처음 하얀색의 탱자나무 꽃을 보았다.

꽃향기가 일품인 해더 꽃으로 만든 맥주인 ‘헤더 에일’은 ‘부차트 가든 헤더 에일’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정원 안에서만 판매한다고 한다. 난 술은 전혀 못 마시지만 느낌은 알 것 같다. 티베트에서 처음 블루포피를 보고 영국에 소개해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선교사는 부차트 가든에서 블루포피가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159쪽 사진에는 파란색 꽃의 블루포피가 가득하다. 꽃잎이 투명한 듯 파란색이라 손으로 만지만 얇은 꽃잎이 찢어질 듯 하늘거려보였다.  

 

책속에는 부차트 가든의 꽃들만 소개하진 않았다. 작가가 정원사로 일하면서 알게된 캐나다의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함께 알려주었다. 냄새가 고약한 제라늄, 토양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수국도 소개해주었다. 어제 시아버님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팔공산 화훼단지 한 컨에 있는 수국들을 보며 지났다. 가지치기를 제대로 안해주면 웅크린 고슴도치처럼 자란다고 한다. 꽃에 대해선 문외한이던 나도 좀 더 알게되었다. 연신 “아..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단체대화를 한다. 네일아트 봉사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대화하는 곳에는 가끔 꽃사진이 올라온다. 봉사단 회장님은 희귀한 화초를 많이 키운다. 그것도 아주 잘 키운다. 꽃사진을 올리면 놀랍다. 이름도 많이 알고 있고 자신의 폰케이스에도 세필 붓으로 꽃나무위에 새들이 있는 것을 그려 넣었는데 수준이상이다. 나도 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고개 숙였다. 누가 그랬다. ‘고개 숙이면 지는 것이다.’ 또 몇 봉사단 회원들이 자신이 키우는 화초 사진을 찍어서 구경시켜준다. 나보다 두 살 아래 동생이 된 회원은 오픈한 베란더와 큰방 밖의 베란더 등에 가득한 화분들을 보여준 적 있다. 키우기 힘든 화초도 잘 키워내는 것을 보며 한없이 그 재주들이 부러웠다.  

 

11주간 작가의 어머니께서 빅토리아에 보내면서 컴퓨터도 배우고 책도 읽고 수영도 배우면서 문화인이 되어 한국으로 가셨다. 그 후 가족카페를 만들어 둔 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으로 가족의 대소사 일들을 기록하시고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책 뒤편에는 백합을 소개했다. 노란 백합 사진을 보니 거창의 추어탕 거리의 한 식당 화단에 피어있던 참나리꽃이 떠오른다.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 옆 남망산 조각공원의 잘 꾸며진 정원이 생각난다. 작년 여름에 다녀온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배를 타고 갔다온 장미꽃이 가득한 정원도 생각난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있던 때이다.  

몇 년을 나무 심거나 토양을 가꾸는 일을 하다가 처음 가지치기를 하게 되었을 때, 난 속으로 축하의 박수를 쳤다. 내일처럼 신나고 기쁜 것은 멀리 이민까지 가서 거대하기한 부차트 가든의 최초 한국인 정원사가 된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한 탓이다. 내 생에 한 번이라도 부차트 가든을 찾아가볼 기회가 있을 까? 정말 멋진 정원을 둘러보았다. 책을 덮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파란색 꽃의 블루포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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