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닮아서라며 엄마의 머리카락은 희끗희끗 새치가 많았었지요. 그러면서 돈 아깝다고 집에서 염색하다가 옻이 옮아 고생하였고 이젠 그런 걱정없는 염색약이 나와 엄마는 좋으시겠어요. 숙이가 먼저 엄마처럼 이마 위에 새치가 덤성덤성 나기시작했는데 사십 중반에 내 머리카락 사이로도 몇 가닥 올라와 깜짝 놀라 아이들이 떼어줍니다.
엄마 나이 오십중반도 안되어 과부가 되고 또 3년이 지나 맏딸도 자신 생일파티에서 죽어 하늘나라 가던 날, "넌 그래도 할 것 다 했지 아마, 그렇게 빨리 가려고 고생을 했더냐." 하셨어요.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하며 온몸에 인공신장을 이곳저곳 만들던 언니가 아빠가 계신 하늘나라 갔으니 그게 더 행복하다 하셨지요.
뚱뚱하던 몸으로 파출부며 식당일을 나가셔서 고생으로 이젠 쭈굴쭈굴 할머니가 되셨는데, 그저께 주말에는 그렇게 알게된 이웃이 엄마의 소식에 반가워 자식결혼식에 초대하셨지요. 잘난 아들이 휴대폰 하나 안사주다가 결혼식 전날 어버이날 효자폰으로 선물했으니 엄마의 바람 중에 하나는 이뤄진것이네요.
5월이 아직 다 가지 않아 더욱 엄마를 생각하면 제 목이 뭘 삼키다 걸린 듯 아파옵니다. 엄마의 바람을 결코 우리에게 말씀을 주시지 않았지만 작가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하루 꼬박 눈물로 지냈습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과 결혼해서 딸 둘 낳아 저는 잘 지내지만 내 나이 사십 중반이 되도록 엄마에겐 불효만 하니 언제 엄마의 바람을 찾아 효도하게될까요. 작년에는 엄마 칠순잔치도 못해드리고 외식으로 끝내버렸는데 올해는 시어머니 칠순입니다. 생신도 시어머님 생신 사흘 후이고 친정아빠 제삿날도 시아버님 제삿날과 6일차를 두기에 시집살이가 서럽고 화가나고 안타깝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엄마의 바람을 목록으로 적어보며 효도할 날만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