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도 1번 걷기여행 - 주머닌 가볍고 꿈은 무거운 철부지 두 남자의 에세이포토
신미식.이민 글 사진 / 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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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가족 여행을 자주 했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여행은 혼자 떠나거나 친구랑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따금씩 그렇게 국내 여행을 하면 어렸을 적엔 너무나도 자주해서인지 여행으로 느껴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빠져서 앞으로 자주 여행 해야 겠다고 마음 먹지만 움직이는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일상에 갇혀 있는 나 자신의 게으름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에 닥쳐 있는 냉엄한 현실을 잠깐이라도 기피할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이런 나이기에 직접 하는 것 보다는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 더 많다. 내가 접한 우리나라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은 이 책으로 두 번째인 듯 하다. 40대 두 남자의 도보 여행으로 한 명은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이고 또 한 명은 사진작가인데 그가 유명한 블로거라는 걸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그의 블로그에 놀러가보니 미처 책에 담지 못한 도보여행 사진을 비롯해서 감탄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았다.  

걷는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하는 여행은 그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어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가장 큰 장점이 있고,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점 또한 있다. 힘이 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많지만, 끝까지 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다른 여행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장점일 것이다.  

때로는 너무나도 감성적으로 보이려고 억지로 짜내는 듯한 글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사진만큼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한국적인 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이럴 때 나오는걸까. 그나저나 저자의 솔직함이 염려스러울 정도인 것은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에 대한 성토부터 일일 참가자에 대한 불만까지 숨김없이 담아냈기에 책의 출간 후 실제 그가 어떤 상황에 닥쳤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그들이 여행했던 시기 또한 지금과 일치해서 더욱 책 속의 기행이 와닿았다. 40대로서 세상을 관조할 줄 알고 40대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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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의 맛있는 인생 -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김용철 글 사진 / 청림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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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식점을 갈 때도 인터넷으로 먼저 검색해보고 간다. 모두 블로그 덕분이리라. 이렇게 블로그가 숨어있는 맛집을 퍼뜨려주면 좀 더 수월하게 맛집을 검색해보고 갈 수 있는 장점도 되지만, 역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어 이내 그 고유의 맛보다는 상업성에 취중하게 되는 단점도 있다.  

책을 쭉 읽어나가면서 이 책이 실용서로서 내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앞선 이유는 서울에 있는 맛집 보다는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맛집에 관한 소개가 더 많아서 내가 쉽게 찾아갈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맛집이라고 소개해주고도 단점은 꼭꼭 짚어낸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별로 맛이 없는데도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많아서 책에 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해 주는 맛집의 공통점은 조미료가 아닌 신선한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정성껏 요리해서 대접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나같은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음식보다 접하기 쉽지 않고 좋아하기 쉽지 않은 요리가 많아서 공감이 쉽게 되지는 않았다. 이미 내 입이 조미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에서 소개해 준 맛집의 음식들이 더 맛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요즘은 자연에서 나는 재료보다는 쉽게 변질되지 않은 음식이 더 많은 대신 현대인들이 여러 질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책의 한 구절이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슬픈 현실이다.  

서울 시내의 맛집에 대한 소개가 빈약해서 실망스러웠지만 만약 내가 전국을 돌며 맛집을 탐방할 수 있을 여유가 있다면 꽤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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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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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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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코와 한글 친구들
픽토스튜디오 지음 / 상상스쿨 / 2010년 10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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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아름답게 만들기- 화장보다 아름다운, 성형보다 놀라운 뷰티혁명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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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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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6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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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느낀 복잡한 감정들 중의 하나는 '미안함'이었다. 하나는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등한시 한 한국문학에 대해서였고, 또 하나는 한국의 기성작가들에 대해서였다. 지금까지는 내가 경험하지 못함을 풀어써서 독자로부터 뭔가를 바라는 듯한 소설을 읽노라면 더더욱 한국문학이 싫어졌었고, 왜 젊은 작가가 더 인기가 많은지를 입증해준다고 느꼈었다. 지금과 같은 소위 88만원 세대에게 운동권 시절이나 그 전의 한국 역사의 획을 그은 순간들을 소설로 풀어쓰는 것은 이젠 그저 진부하고 비현실적인 소재에 불과하다. 우리에겐 지금 당장 앞에 처해있는 현실이 시급하고 절망적이기에 그런 소설들이 과연 무슨 가치가 있을것이며, 지금 그런 것들을 읽고 뭔가를 절절히 느끼기엔 너무나도 시대 착오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집 한 권을 읽고 지금까지 느꼈던 내 모든 생각들이 일제히 너무나도 잘못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진짜 문학이란 이런 것이며 언어가 이렇게도 아름답게 서사적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충격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 문단에서 부지런히 활동했던 박완서의 책 한 권을 읽고 새삼 이렇게 느낀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박완서 문학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었던 이유가 가장 클 터이다. 그런 내게 <그 여자네 집> 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집의 모든 소설들이 어쩜 이렇게도 주옥같을 수 있는지 감탄을 자아낼 뿐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관록이 주옥으로 만들어 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소설들이 나이듦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이는 작가 자신의 삶이 묻어나 있는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젊은 작가들의 재간과 공감대에 익숙해졌다면 아주 오랜만에 세월이 묻어난 정말 농익은 문학을 접한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역시 문학책에 수록될 정도로 모든 소설들이 난해함과 철학보다는 그 메세지가 콕 박혀있는 특징도 보인다. 그래서 몇몇 작품은 문학성 보다는 너무나도 교훈성이 치우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킬만큼의 유려하고도 세월이 묻어난 문체는 작가 다운 작가를 만났다는 다행스러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 요소였다. 비록 나이듦의 서글픔과 허무함이 점점 열정의 자리를 대신해가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오롯이 이해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관록이 묻어난 무언가를 접해볼 수 있고 실현해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나이듦의 특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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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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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물질이 더 경외시되는 시대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럴 때일수록 더 뒤를 돌아보고 지혜를 찾게 되는 것은 역시 선인들의 삶에 대한 철학이 변함없는 진리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동양 고전에 대한 공부가 풍요의 한편으로 소외를 겪을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분야임을 이 책을 읽은 후에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개략적으로 그저 시험 대비 위주로 배웠던 단편적인 지식이 다시금 찬찬히 책을 읽으며 살펴보니 비로소 보석같이 반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반성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길을 밝혀주는 든든함 역시 느껴졌다. 서구와 동양의 대립적인 시선에서 지금은 모든게 서구화되고 있고, 서구화만이 현대적이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여겨질지 몰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결국은 지금과 같은 피폐함만 남을 수 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옴을 알게 된 후 더더욱 동양의 조화 사상에 주목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시경」,「서경」에 이어 「논어」,맹자, 주자 등의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그 방대한 동양고전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는 주제로 명심해야 할 구절들만 꼽았기에 실상 이 책에서 보여준 것은 동양 고전을 전체적으로 조망했을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소개된 모든 구절이 주옥같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인간적으로 살아야 하는 방법을 최대한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결핍된 요소 중의 하나가 '관계'라고 할 수 있기에 이 책에서는 유독 관계를 강조했다. 개별적인 것의 중요성이 서구적인 사상의 근원이라면 이와는 달리 관계가 동양적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성이 부각되었을 때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둘의 위치가 동등하고 그 크기가 비슷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과 과학의 관계가 지금은 너무나 비대칭적으로 되어 있기에 사회병리적 현상을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동양윤리를 주목해야 할 때이다. 서구 사상이 발전을 중시했을 때, 정작 그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는 동양 사상에서 비롯될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면, 이는 필히 익혀야 하는 필수교양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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