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4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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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너를 노린다>는 상당히 복잡한 추리소설이다. 어음 사기를 당한 한 회사의 책임자가 그 죄책감에 자살을 하게 되고, 이 사건을 이유로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던 다쓰오와 신문기자인 그의 친구 다무라가 어음사기단의 존재를 파헤쳐간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마치 그저 스펀지 인 줄 알았는데 꾹 누르니 생각지도 못하게 물이 퍼져나오듯 처음에는 누구나 단순한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그 배후엔 거대인물이 조종하고 있고, 더욱 놀라운건 이 사건에 연관되는 인물이 하나 둘 죽어가는 것이다.

사건이 복잡한 만큼이나 쉽게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너를 노린다> 집필 후기에서 기존의 진부한 추리소설과는 달리, 수준 높은 독자들의 수준에 맞게끔 소설을 쓰다보니 이 소설의 원고가 어느새 600장에 달했다고 한다. 가히 복잡할 만도 하다. 아직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수준높은 독자에 맞춘 작품이니만큼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런 나도 실망한 점이 있었으니, 기대 이하로 사건을 해결할 땐 주인공의 우연한 영감에 많은 비중을 둔 채로 해결한 부분이 많아 리얼리티가 다소 결여되고, 이로인해 결말에 이르러서의 박진감에 조금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너를 노린다>는 1957년에 연재된 소설이니만큼 군데군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부분이 보였지만, 사회소설의 특징인 현대사회의 공공연한 이슈를 소재로 하니 최근에 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음사기는 예나 지금이나 발생하고 있는 사건이니말이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나에게 낯선 작가이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 <점과 선>은 익히 들어왔다. 세이초는 기존의 추리소설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그의 작품에서는 동기에 좀 더 사회성을 부여하길 원했고, 그 기점으로 일본 추리소설계에 '사회파 미스터리'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요컨대, 지금 우리가 즐겨 읽고 있는 일본사회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현대 일본 추리소설은 그 무엇보다도 사회소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소설은 좀 더 우리에게 가까운 느낌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만큼 리얼리티가 살아있기 때문에 재미있으면서도 깨달음이 많이 남는다. 그런 사회소설을 오래 전 누구도 쓰지 않았던 때에 과감히 실험적으로 쓴 세이초의 작품은 사회소설이 넘쳐나는 지금 읽기엔 처음 개척했던 분야에의 도전이니만큼 지금의 그것들보다는 흥미면에서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어설픔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흥미가 생겨버렸다. 다른 작품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덧붙임 - 그렇지만... 책 표지가 너무 촌스럽다. 책 제목 또한 진부하고, 내용과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아서 이 점은 마음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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