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윈드노츠 - 제22회 마쓰모토세이초상 수상작
누카가 미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은 후 역자의 말에서 이 책의 작가가 나보다 어리다는 걸 알게 되었다. 90년대에 태어난 작가.... 그래서 이런 섬세한 감정 표현을 했구나 싶었다. 여기서 말하는 섬세한 감정표현이란, 문체의 유려함이나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력이 아니다. 지극히 일본적인 감정묘사이다. 이지메가 빈번한 나라답게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의 교우관계에 대한 묘사를 의미한다. 자아가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 사이의 알력과 신학기때 볼 수 있는 친구관계에 대한 묘사가 사실은 숨이 막힐 정도로 많이 표현되어 있다.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이런 걸 너무 많이 느껴본 터라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고 난 후에는 조금 숨통이 트인 느낌이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책의 내용 역시 지극히 일본적이다. 마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순정만화에 얼마전에 보았단 영화 <치어댄스> 믹스 된 느낌이랄까. 학교 동아리의 관현악부 이야기를 담았는데, 주인공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여자아이이다. 드러머인 아버지가 죽고 난 후, 드럼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그 타이밍에 우연히 관현악부 동아리 부장의 눈에 띄어서 스카웃 된다. 동일본 대회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는 동아리를 그린 책이다. 

 

책을 덮고 이 작품이 어떤 상을 받았다는데, 그 상이 얼마나 저명한지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수상에 조금 의아했다. 상을 받을 정도의 작품성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진부한 내용과 문체의 아름다움은 하나도 없는 이 책이 내게 독특함을 선사한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의 교우관계에 대해 그려진 부분이다. 관계에 대한 묘사에 굉장히 치중한 걸 보면 저자가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꽤 많이 생각을 하고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마치 어린아이가 쓴 책 같다고 느껴졌는데, 역시나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작가의 책이라니... 놀랍지 않다.

 

책을 읽으며 어렸을 적의 나를 다시 보는 것 같아서 조금 오묘했다. 요즘도 가끔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했기 때문이 아니라...돌아간다면 행복한 과거로 만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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