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관하여
샤먼 앱트 러셀 지음, 곽명단 옮김, 손수미 감수 / 돌베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돈이 없어서 굶어본 적은 없었다. 늘 음식에 대해서 부족함은 없었다. 단지 너무 비싼 음식에 대해서는 쉽게 먹지 못할 뿐, 삼시세끼를 먹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또한 자발적인 아닌 굶주림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굶주렸을 때의 생물학적인 기작에 대해서는 생물학을 공부했을 때 간략히 배웠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책에서는 그 보다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생물학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배고품과 관련된 생물학적 지식과 역사속 배고픔과 관련한 여러 사건을 소개하고, 사회적인 의미를 짚어보는 인문학책에 가깝다. 엄청 독특한 책이다. 이런 소재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궁금했던 적도 사실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을 읽으면서 배고픔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책 한 권이 완성될 정도로 이야기거리가 많다는 점에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진부하지 않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책이다. 

 

왜 종교에서는 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단식을 하며, 사회 운동에서도 자신의 의사표현을 관철하기 위해서 단식을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한 거식증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미네소타 기아 실험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실험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증상을 보면 인간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원서가 출간된지가 엄청나게 오래 되었기 때문에 책에서 다룬 많은 지식들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해서 다소 의심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감수자가 따로있는 만큼 책의 번역이나 내용을 까다롭게 편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식하는 사람이 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책이 출간 된 이후 또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아직 신뢰할 수 없음을 각주로 달아 준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쉽게 만들어진 책이 아님은 내가 늘 믿고 읽는 출판사 답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주었다.

 

과체중인 내가 살을 빼기 위해서 많은 다이어트를 시도하고자 하지만 절대 굶주림은 선택해본 적이 없다. 미네소타 실험을 보아도 알지만, 인간의 괴로움은 불행과 같음을 알기 때문에 금식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있을 수 없다. 책을 덮고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이를 다짐하게 되었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는 소재인 굶주림을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동안 굶주림을 상상하느라 심적으로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러나 책을 덮은 후에는 인간에게 굶주림이란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마음의 양식을 듬뿍 먹은 느낌이라 포만감과 행복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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