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에 대한 열두개의 물음
이남희 / 문예출판사 / 1993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대해서 확실히 말하라고 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오묘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연구중이라고 한다. 말로 하나하나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지만, 이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경험을 통해 조금은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가 억지로 강요한다고해서 절대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법이니, 이런 '사랑' 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얼마나 어려울까.... 내가 사랑 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 또한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예전의 난 그랬다. 고백하기 보다는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게 마음 편했고, 좋았다. 내성적이고 소심했기 때문인지, 소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랑을 많이 하게 되다보니 그렇게 지켜만 보는게 익숙해져갔고, 누군가와 연인관계가 된다는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자신이 없는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20대의 난 지금 사귀는 사람이 생겼고 좀 더 서로에게 상처입히지 않고 조금이라도 사랑이라는 것과 연애에 대해 잘 알고 익숙해져 있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노력중이다.
그런 '사랑'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남희가 쓴 소설을 읽었다. 그녀의 소설은 <세상의 친절> 하나 밖에 읽어본 적이 없지만, 여름방학 도서관에 앉아 도서관 끝날 시간이 될 때까지 끝까지 붙잡고 읽을 수 있었을 정도로,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쉽고 흡인력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내가 주목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다 읽어볼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그 두 번째 책으로 93년에 출판된 그녀의 빛바랜 책 <사랑에 대한 열두개의 물음>을 읽게 된 것이다.
읽어보며 느낀 것은 한국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철학과를 나온 작가답게 사랑을 소재로 한 스토리를 열 두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사랑에 관한 철학적인 분석이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처럼 철학적인 사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보다는 소설의 색이 더욱 짙었다고나 할까. 얼마 전 읽었던 그녀의 최신작인 <세상의 친절>과 이 책을 비교해보고는 확실히 세월이 지나면서 작가의 글솜씨가 더욱 나아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책에서는 시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읽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서술방식 또한 썩 훌륭하지는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책 두 권을 읽다보니 어느 정도 이남희 소설만의 색깔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철학도 출신 답게 철학적인 부분이 소설 군데 군데 보인다는 점과, 작가가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은지 음악을 즐겨 듣는 인물이 꼭 하나씩 나오고, 소개된 음악들 또한 추천할 만한 좋은 곡이라는 점이다.
누렇게 색이 바랜 소설을 들고 읽다보니 옛날 사랑은 이랬구나 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낭만도 보였고, 그래서 조금 우습고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오래 흘러도 예나 지금이나 그 정의와 방법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똑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