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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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 때 가장 사랑했던 작가들 중의 하나가 바로 '미야베 미유키'이다. 신간이 나오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부지런히 읽었었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바빠지고 직장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내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마치 내가 한때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듣는 느낌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작품성은 따질 필요가 없다. 그저 이 작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의 추억이다.

 

처음 마난 이후 약 십년이 흘렀을까.... 아주 오랜만에 접한다. <희망장>. 원래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추리소설은 또 다르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일본 추리소설은 단편이라도 주인공이 고정되어 있는 구성이라서 오히려 더 재미나다. 짧은 호흡과 다양한 사건으로 장면 전환이 쉬워서 오히려 더 흡인력이 느껴진다..

 

스기무라 사부로의 1인칭 시점으로 책은 진행된다. 40이 넘은 나이에 재벌가 딸과의 이혼으로 혼자 사는 남자. 낡은 건물에서 탐정사무실을 차려놓고 지나치게 열정적이지도, 너무 안이하지도 않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꽤 담백하고 좋다. 늘 그렇듯이 조금 낯 간지럽긴 하지만 나름의 휴머니즘과 따뜻함을 겸비한 미야베 미유키 표 작품 답게 단편 곳곳에 이런 부분을 느낄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역자의 말을 통해서 사부로가 등장하는 작품이 이 작품 이전에도 두 편이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리즈라고 해야 될까? 간혹 배경을 잘 모른채, 후에 나온 책을 먼저 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책에 상세히 시리즈의 번호가 안 나온탓도 하지만, 내가 작가의 책을 처음부터 부지런히 읽지 않은 탓도 한다. 매우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찌만, 애서가의 사고방식은 바로 그런 것.

 

역시나 십 년이 지나도 흡인력은 여전하다. <모방범>과 같은 대작(?)부터 꾸준히 출간되는 여러 단편 소설들까지.. 나는 배우나 작가가 너무 다작을 해도 싫어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미야베 미유키는 예외가 된다. 많은 작품을 선보이지만 그 어떤 작품 하나도 크게 실망한 적이 없어서일까? 이런 작가가 꾸준히 집필활동을 해 주어서 오히려 고마운 느낌이 든다. 내게 미야베 미유키는 추억과 더불어 믿고 읽게 되는 작가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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