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감동'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어쩌면 수많은 책을 읽고 스토리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 '감동'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일상에서 스스로 감동을 찾아서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그저 앉아서 눈과 머리로 글귀를 쫓으며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 감동을 찾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 또한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게 되며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감동을 쫓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의 고단함을 버텨낸 채 살아가는 걸 느낀다. 이것이 바로 감정이 메말라간다는 것일까. 버티는 삶이 쉽지 않고, 언젠가부터 이 삶이 너무 체화가 된 나머지 '책'과 '여행'조차 귀찮게 느껴진다. 내게는 마치 빛과 소금같은 취미들이었는 말이다. 내 영혼이 혼탁해져 가는걸까. 육체적인 피곤함이 마음까지 지배해버린건 아닐까. 침울해진다.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면 예전처럼 아무 책이나 읽고 싶지도 않게 된다. 시간이 없다보니 읽은 후 후회없는 책만을 고르게 된다. 너무도 쉽게 짜증이 나게 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내게 이 책은 탁월한 선택이었냐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부터 너무 작위적이고 억지스런 감동은 싫어진다. 좀 더 이성적이고 냉정해진 스스로가 되어 버렸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매일 매일의 생활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내게 이 책은 억지스러운 감동은 커녕 오히려 담담한 필체와 이야기로 마음을 녹여준다.

 

나오키상에 대해서는 사실 그닥 아는 바가 없지만 대학생때부터 줄기차게 읽어 온 일본문학을 고르는 잣대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을 고른 이유도 사실은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이유가 작용하기도 하였다. 사실 단편소설은 잘 읽지 않는데 오랜 시간 책을 읽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더해 호흡이 짧은 이야기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질 때면 아주 좋은 책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감동이 숨겨져 있지만 스펙터클할 정도의 감정의 동요를 유발하지 않는다. 뭐랄까.... 혼자 추운 날 외국의 어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그런 평온한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담담함과 소박함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이야기가 이 겨울 날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큰 감정의 동요 없이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 느낌의 책 또한 좋아지니...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좀 더 담백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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