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부엌 -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
류지현 지음 / 낮은산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퇴근길에 주린 배를 안고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자주 슈퍼마켓에 간다. 그날 저녁으로 해 먹을 식재료를 포함하여 이것저것 당장 먹지 않을 것도 함께 주섬주섬 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막 사온 재료들을 활용해서 음식을 해 먹고 남은 재료들은 바로 냉장고로 직행. 그 후 몇몇 식재료들은 상할 때 까지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고 결국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자취를 시작한 후에는 항상 이런 패턴의 삶이 반복이다. 그래서 차라리 배달 음식을 먹거나 외식을 자주 하지만 요즘에는 위생 때문에 조금 피곤해도 내가 직접 해 먹는게 낫다는 판단으로 매일 매일 요리를 한다.

 

이런 내가 한 번도 냉장고에 대해서 의심해 본적이 없다. 되려 냉장고는 인류가 살아온 이래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들 중의 하나라고 여겨왔다. 학생 때 소풍 갔던 경주에서 봤던 석빙고 또한 냉장고의 원시적인 상태가 아니던가? 무해백익(?)하다고만 여겨온 발명품 중의 하나인 냉장고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책의 저자를 이전에 SBS스페셜에서 본 적이 있다. 짧은 분량으로 책에 소개된 여러 음식 보관법을 보았었다. 획기적이라고 여겼었다. 그 뿐이었고, 그 후에도 나는 무조건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해야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살아오고 있었다.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의 보관법은 불가피한 보관법이기 때문에 최대한 음식을 빨리 상하지 않게 할 뿐, 냉장고에서의 보관보다는 빨리 상할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은 알 수 없다.

 

몇몇 채소의 경우는 오히려 냉장고에서의 보관이 신선도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이다.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계란'이다. 생각해보면 마트에서 계란을 판매할 때 냉장고가 아닌 실온에 보관하면서 판매한다. 그런데 누구나 집에 가져온 이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기 전까지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오랫동안 먹기 위해서 노력했는지 여러 발효 음식을 보며 알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와 비슷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바로 여기서 인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이런 지혜를 담은 역사가 냉장고라는 문명의 결과로 대체되어 버렸다. 잠시나마 이 책을 통해서 지금까지는 생각해 볼 수 없었던 음식 보관의 지혜와 역사, 여러 나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