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팝니다 - 미시마 유키오의 마지막 고백
미시마 유키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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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사 회식자리에서 부장이 했던 말이 있다. "회사에서 인정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일을 하다보면 인정을 받게 되어있다." 성실함은 인정하지만, 라인을 내세워서 정치질하는 모습에 위선을 느끼는 요즘이라 그 사람 입을 통한 그 말이 그닥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돈을 쫓으면 오히려 돈이 달아난다라는 말도 언젠가 들었던 적이 있었던 만큼 무언가에 집착하기보다는 주어진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오히려 성취할 수 있는 길임은 사실인 것 같다.

 

이처럼 명예와 돈에 쫓기듯, 인간이라면 사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목숨'에 쫓길 것이다. 오래 살고 싶어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생각해보면 모두 이런 목적으로 우리가 아침에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떠서 무거운 몸으로 일터로 나가면서 돈을 벌어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래 살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수단은 바로 돈이니까.

 

목숨에 대한 집착이 없다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자살에 한 번 실패한 후 자신의 목숨을 파는 일을 하는 '하니오'에게는 그의 입에 총구를 들이대도 심장박동이 빨리 뛰지 않을만큼 죽음에 겸허하다.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산 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될 때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그는 쉽게 죽지 않게 되어가고 어떤 계기로 그는 보통의 사람처럼 목숨에 다시 집착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착이 없었을 때보다 그의 정신은 더욱 피폐해져가고 불행해진다. 이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사유를 해보았다.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견뎌가는 죽음을 앞둔 환자처럼 되려 죽음에 대해 관대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비로소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것일까?

 

끌려다니듯 인생을 살아가고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한편으로는 그 평범함에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고, 결국 이렇게 사는 게 내 삶인가 싶은 마음에 씁쓸함과 서글픔이 차오르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성격으로 끙끙 앓다가 어느날 문득 '결국 나도 언젠가 죽을텐데, 이렇게 살아온 내 역사에 후회가 남지 않을까? 담대해지자'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었다. 하니오와 같은 마음이 아닐런지. 희노애락의 집착이 결국은 삶에의 집착이며 이 과정이 이제는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나이 듦의 증거인 듯 하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적 소설이 아님은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하고 2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가 그 당시 죽음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죽음 후의 삶은 없다. 인생은 한 번 뿐... 이 책을 덮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조금 더 현명해지는지 깨닫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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