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그림자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중국 작가가 쓴 책은 거의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중국인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는데, 정서가 역시 일본과는 많이 달랐다. 어쩌면 한국과 더 비슷한 것일수도....

 

내용은 사실 좀 뜬금 없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다. 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인간과 형사보다 더 뛰어난 사건 해결 실력을 가진 탐정인 모삼과 그의 단짝 심리학자이자 법관인 무즈선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제목 그대로 늘 사건을 예고하고 일으키는 L을 둘은 뒤쫓지만 절대 붙잡히지 않는다. 사건을 늘 예고하지만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은 L이 아니다. 범인은 진짜 악이 무엇인지 보여줄만큼의 악한 인간들을 비롯하여 다중인격자도 존재한다. 모삼과 무즈선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한 후 법의 심판을 받기 전의 범인을 L이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등장하여 죽인다. 이렇게 따지면 L의 존재가 악인인지 정의를 추구하는 선인인지 모호하다. L과 모삼의 대결이 극으로 치달을 때의 내용에서는 로직이 어긋나기도 한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다 읽은 후에도 책을 뒤적이며 스토리를 정리해보지만 허술함을 채울수는 없었다.

 

"그는 자기가 양산의 영웅인 줄 알아. 부유한 자의 돈을 훔쳐서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고 강한 자를 물리쳐서 약한 자를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저 자기의 살인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야. 우리 중국의 5000년간의 도덕 기준으로 따져보면 누구에게나 '죽어야 할 죄'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도덕은 법률이 아니야. 어떤 사람이 죽어야 하는지는 한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p.229-

악인을 처단하는 L에 대해서 묘사하는 구절이다. 생각할만하다고 느낀 것은 매일같이 뉴스에서 보도되는 흉악범죄를 일으킨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시사해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죄없이 희생된 자가 있고, 버젓이 살아있는 범죄자가 있을 때 우리는 그 범죄자에게 인권이란 없으며, 희생자와 동등한 대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또한 그런 의미에서 사형을 찬성해왔고 지금도 찬성하고 있다. 저 구절에서 사람의 죽음을 판단한다는 것에 대해서 한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판사의 판단이 옳지 못할 때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배심원 제도가 보편화 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책의 내용에서 모삼과 무즈선이 L이 예고한 여러 사건을 해결하며 L을 쫓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명확하지 않은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끝까지 모호함이 남았기에 '그저 그렇다'라는 평이 적절한 것 같다. 저자가 여러 시체 사진들을 접한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책을 집필하였기에 시체 묘사가 잔인하고 구체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어쩌면 호러에 더 가까울만큼.....

명확함과 모호함의 경계에서 찝찝함만 남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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