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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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오랫동안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방인으로서 약 10개월 정도 살고 한국으로 왔다. 그 후에 사실 영국에는 딱히 가고 싶지 않다. 지나치게 기대를 하고 가서인지, 막상 가보니 실망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월 쌀쌀한 날씨에 부모님과 함께 영국으로 향했다. 히드로 공항에 도착 후 또 한 시간을 차를 타고 남부의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어찌나 기대에 부풀었는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것 같다. 앞으로 지내게 될 홈스테이 집에 도착한 후 가장 처음 만난 영국 아저씨와 동양인 부인, 그리고 아들. 첫 날 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렇게 나의 영국생활은 시작되었다. 다음날 부모님이 떠날 때 먼 외국에서 혼자 남겨졌던 막막함과 설렘이 교차했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복합적인 감정은 실망감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영어를 가르쳐 준답시고 내게 했던 영국 아저씨의 언행은 점점 이상한 쪽으로 향하게되었다. 곧 그것이 바로 성추행임을 알게 되었고 학원에 즉시 말해서 홈스테이 집을 바꾸게 되었다.

 

그 후 몇몇 홈스테이 집을 전전하게 되며 느낀 것은 이들에게 동양인은 그저 영어를 배운답시고 온 인종들이니 창고같은 방 한 칸 주고 음식으로는 인스턴트 피자 쪼가리만 던져주면 한 달에 100만원을 벌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마치 한국인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온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다를 바 없는 듯 했다. 또 하나 실망 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은 도서관에서 3분 정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노트북이 사라지는 대참사였다. 3분..... 진짜인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때 하필 CCTV가 고장났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은 전혀 이런 외국인의 도난 사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너무 불친절했다. 한국에서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을 가도 왠만해서는 잘 훔쳐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영국은 그야말로 후진국이지 않은가.

 

물론 장점도 많은 곳이다. 그러나 동양인이 서양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흑인보다 못한 존재 취급을 받는다. 그에 비해서 서양인은 동양에서 비교적 살기 쉽다. 태국만 가도 서양인에 대해서 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다소 삐딱하게 보이는 것은 영국인의 눈으로 한국의 여러 문화에 대해서 블라블라 하고 있지만, 왠지 그들의 우월함을 부각하는 듯 해서이다. 아! 물론 이것은 철저히 나만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어쨌든 읽으면서 여러가지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점도 있긴 했다.

 

한 예로 한국의 먹방에 대해서 영국인들이 굉장히 미개하게 느낀다고 한다. 먹는 것을 클로즈업해서 화면에서 보여준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문화충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옥스포드 스트리트에서 영국인들이 길을 걸으며 식사를 하는 걸 많이 봤다. 충격적이었다. 스시, 컵라면 등을 어떻게 걸어가면서 먹지? 내게는 그것 또한 미개하게 보였다. 또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이것은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공감하는 점이다. 영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잘 씻지 않는 것 같다. 일반화 할 수는 없으나 내 경험상 몇몇 홈스테이 집을 전전해보고 느꼈다. 또 그들은 차를 많이 마시는데 컵 속에 차로 인한 찌든때가 없는 집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을 누를 수 있는 워스트는 쓰레기 같은 음식이다.그들에게 이탈리아 음식과 냉동식품은 거의 주식이었다.

 

이런 점들만 열거해도 내가 실망할만하지 않는가? 문화는 상대적이라서 존중해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완벽히 인정한다. 팀 알퍼가 한국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을 지껄였기에 나도 영국에 대해서 조금 끄적여 본 것 뿐이니 선의도 없고 악의도 없다.

 

한국도 영국도 각각의 문화가 있고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단지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나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많아서 영국인 주제에(?) 한국의 몇몇 문화가 충격적이라는 이 책 속의 내용에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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