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의 맛
신이현 지음, 김연수 그림 / 우리나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2009년이 다시 떠오른다. 그 해 가을엔 런던에 있었는데, 스산했던 그 가을 분위기와 냄새가 지금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땐 왜 그리도 외로웠는지.. 그저 너무나도 외로웠던 기억 뿐이다. 런던으로 가기 전 여름에는 워딩이라는 남부지방 6개월 간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영국인 할머니와 둘이서 함께 살았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여름 해가 너무 길어서 지루했던 곳, 더 이상 늘지 않은 영어 때문에 괴로웠던 기억들... 사실 2월에 히드로 공항에 처음 발을 디디고 난 후 삼 개월이 지나면서 모든게 지루해졌고, 한국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함께 살던 할머니들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우리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서 혼자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책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서 프랑스 북동부의 알자스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시부모님과의 음식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읽다보니 영국에서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아들 집에 놀러가고 함께 식사를 했던 때가 자연스레 오버랩되었다. 영국에서는 내세울만한 음식이 몇 가지 없어서, 늘 이탈리아 음식이나 파이 등 갖가지 혼합된 여러 나라 음식을 먹었었다. 항상 함께 나왔던 건 샐러드였다. 지금도 내가 운이 좋다고 느끼는 건 다른 한국인들이 홈스테이하는 집에서와 달리 영국 전통 음식과 문화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던 이유 때문이다.  

 

한국의 주부들과 다를 바 없이 저자의 시어머니도 늘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쉴새 없이 일을 한다. 남편과 투닥투닥 다투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시어머니가 먼저 죽고 손자가 할아버지가 있는 프랑스에 혼자 떠나는 장면은 또한 뭉클했다.

 

알자스에서의 '맛'에 대해서 보여준 책이지만 나는 더 나아가서 삶이란 뭘까? 가족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새로 하게 되었다.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건 무엇일까. 도시의 삶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이 메말라가는 내게 알자스의 삶은 호기심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건강한 삶, 인간다운 삶이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