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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번 홍대 앞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을 가보려고 시도했으나, 홍대 앞을 지리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고 프리마켓도 매일 여는 줄 잘못 알고 찾아간 터라 허탕친게 다반사였다. 이 외에도 홍대 앞이라면 젊음을 동반한 예술과 열정의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았지만, 내가 처음 홍대를 찾았을 때 별로 그런 점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인디 밴드의 나의 음악 코드와는 전혀 거리가 먼 공연을 보고나서의 그 후회때문에 더더욱 홍대를 자주 찾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홍대 앞 놀이터의 벼룩시장과 그 시장에 동참한 여러 예술인들의 만남과 인터뷰를 기록한 이 책을 보고는 내가 얼마나 홍대 앞의 협소한 부분만을 알고 홍대를 다 안다는 식으로 여겼는지를 새삼 느꼈다. 이 벼룩시장과 프리마켓이 열리는 홍대 앞 놀이터는 찾아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이 책은 매주 일요일 홍대 앞의 예술벼룩시장이라는 곳에서 각기 다양한 예술작품을 손수 만들어 파는 예술인들을 한 명씩 만나고 인터뷰를 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원석을 디자인해서 파는 예술인을 비롯 시도때도 없이 뜨개질로 만든 독특한 모자를 파는 사람, 그리고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고 접해보았을 캐릭터인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오나, 나에게는 낯익은 캐릭터이다.) 델로스를 만든 예술인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독특하다는데에 있다. 자기가 손수 만든 작품을 내다 파는 장사꾼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기의 작품이 하나도 안 팔려도 그저 행복할 사람들이다. 거의가 벼룩시장에 나오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다른 예술인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나온다고 하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돈의 굴레와 전혀 무관하다고 하면 거짓말일수도 있겠지만, 이들에겐 돈과 예술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주저없이 예술을 택할 사람들이다.
문화적인 혜택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나지만, 발로 뛰면서 혜택을 누린다면 그닥 부족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왠지 모를 괴리감이 많이 느껴져 문화생활에 돈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 나에게 이 벼룩시장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내가 예술을 등한시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책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북아티스트 박소하다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재활용 예술 그리고 델로스의 깜찍한 캐릭터도 직접 가서 보고싶어졌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진 빛나는 눈의 그들을 보고는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지, 이런 진지한 고민을 안고, 당장 홍대 앞 놀이터로 날아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