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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소가 강을 건널 때 - 한국을 빛낸 102 역사인물
김예나 지음 / 조이에듀넷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오래 전 집 근처 갤러리에서 이중섭전이 열렸을 때가 기억난다. 지금이나 그때나 난 미술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아빠 손에 이끌려 갔던 그 미술전에서 답뱃갑 은박지에 조그맣게 그린 그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런 그가 일본인과 사랑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고, 단지 그 땐 그가 일본 여자를 사랑한 고독한 화가였다는 느낌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이중섭을 소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다. 이중섭의 생애에서도, 일본인 여자 '마사코'와의 사랑이야기가 중점으로 전개되어 중간 중간 그의 작품도 접해볼 수 있었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첨부되어 이중섭에게 관심이 많거나, 혹은 그의 그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게 읽어 볼 수 있는 책일 듯 싶다. 그에 대한 사랑이야기와 그림을 동시에 감상해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니까 말이다.
늘 그림에 우직한 '소' 만을 그려왔던 이중섭은 그렇게도 시도때도 없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보였건만, 시대는 그를 그림만 그리도록 놔두지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지고 결핵까지 걸린 마사코는 아들 둘과 일본으로 가게 되고, 중섭은 아내와 함께 일본에서 살기 위한 경비 마련을 위해 몇 번의 전시회를 열지만 빛을 보지 못한채, 일본으로 갈 비용은 커녕 빚만 더 늘어간 그는 결국엔 정신병을 얻었고, 오랜 세월 투병끝에 숨을 끊게 된다. 그의 나이 고작 마흔이었다.
마흔의 나이로 그 천재성이 그렇게 아쉽게 떠나가는게 너무나도 슬펐다. 시대가 조금만 더 평화로웠다면 그는 마음 편히 마사코의 옆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테고,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명성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천재이기에 빨리 이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닐까?
이중섭.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아직도 고이 숨쉬어 그의 이름을 빛내주고 있다. 한국의 천재화가 이중섭을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색다른 경험이었고,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4392714423460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