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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난 광고에 관심이 많다. 한때는 장래희망이 A.E (Account executive : 광고대행사에서 광고주의 광고를 전담하는 팀을 어카운트 서비스(account service)팀이라 하며, AE는 광고기획 담당자로서 어카운트 매니지먼트(account management) 부분에 속한다.) 이었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TV를 보면 프로그램만큼이나 즐겨보는게 광고이다. 어찌나 톡톡 튀는 발상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은지 광고 보는 재미가 프로그램 보는 재미보다 쏠쏠할 때도 많다.
그리고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난 역사는 싫어하지만, 근현대사는 좋아한다. 7차 교육과정에 처음 생긴 과목인 '한국근현대사'의 첫세대인 내가 이 재미있는 과목을 수업시간에 배울 때마다 주로 느꼈던 울분이 기억난다. 또 조선시대를 경계로 개항이 되기 전 보다도 개항이 되어 조금씩 지금 모습의 모태를 찾을 수 있는 근대이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정말 맛있는 짬뽕과도 같다. 내가 좋아하는 광고에서 근대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찾아낸 책이기 때문이다. 불과 백년이 흐른 지금, 강산이 열 번 변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랜 세월이 흐른거지만, 역사적으로 백년은 고작 백년이라는 느낌에 근대는 아주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백년전의 광고를 찾아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되짚으니 아직 문명의 영향이 많이 미치지 않은 제3세계와 같은 다른나라 사람들을 보는 듯한 느낌은, 백년동안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근거일 것이다.
읽으며 참 신기하면서도 웃겼던 부분도 많았는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너무 무서워서 기절했다는 사람을 비롯, 전쟁중의 탱크처럼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니 자기가 발벗고 나서서 무찌르겠다하여 차에 달려들어 중경상을 입은 사람에 대한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또 자동차처럼 라디오의 처음 등장때에도 라디오 안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 말하는 것인 줄 알고 직접 라디오 뒤에 가서 사람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지금은 꿈도 못 꿔 올 광고를 그 땐 어엿하게 광고를 해댔으니 바로 콘돔과 포르노그래피이다. 유교적 사상이 지금보다 오히려 그때가 더 강했을 때인데 어떻게 이런 광고를 대담하게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면서도 아이러니하다.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오로지 역사적인 큰 사건만 공부했을 뿐이지, 이런 풍속사는 교과서에서 대개 한 장 내지 두 장만 할애한 그저 쉬어가는 부분정도로 다루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난 그런 풍속사가 오히려 더 흥미로웠지만 교과서의 특성상 너무 소홀히 다루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신문기자인 저자가 옛날 신문의 광고를 비롯, 각종 논문과 책 등을 출처로 열심히 연구한 결과물인 이 책을 읽으니 그 아쉬움이 만족감으로 대체될 수 있었고, 시간을 거슬러 내가 직접 그 시대에 가서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만큼 아주 흥미로운 시대였다는 걸 새삼느낀다.
나처럼 근대와 광고를 조합한 이 단어들에 흥미가 생기는가? 혹은 이 둘 중 하나의 단어만 흥미로워도 상관없다. 읽다보면 누구나 점점 빠질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