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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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자유'라는것에 언제나 목말라 하는 내게 미국은 그야말로 내게 지상낙원일 것이라 여겼다. 일주일 정도 캘리포니아의 Laguna hills 동네에 출장가 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그랬다. 바로 천국이었다.

 

이 책이 내게 무척이나 불편했던 것은 한국의 지옥같은 삶을 뉴욕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팩트'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퍼이스트사이드라는 곳은 서울의 대치동과 비슷한 곳인데 그야말로 부촌이다. 돈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여자들이 기본적으로 세 명 이상의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그 곳은 남들보다 돈을 더 쓰고 더 돋보이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지옥이다. 중부지방에서 결혼하고 뉴욕의 최고 부촌이라 불리는 그 곳에서 살게 된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뭐랄까..... 소설은 아니고 인문서적이라고 해야 하나.. 확실한 것은 문화인류학을 접목하여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여자들을 분석했다는 책의 소개와는 달리 분석은 매우 부실하다. 그저 저자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해서 느낀 것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며 양념처럼 인류학적 분석이 들어갔을 뿐이다.

 

소위 말하는 텃세를 지독하게 겪은 책속의 나는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한다. 다른 학부모들의 따돌림을 극복하고 친한 친구를 만들고 자녀의 놀이를 함께 할 친구를 포섭한다. 헉겁할 정도의 돈을 써대며 명품이 아닌 제품은 볼 수 없는 여자들을 곱지 않게 보지만, 어느덧 나 또한 명품에 익숙해지게 된다. 한마디로 '동화'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랄까..... 가장 황당한 것은 책은 마지막이었다. 심각할만큼의 텃세를 부리는 여자들이 어느날 나의 유산소식을 접하게 된 이후 더 없이 친절해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들이 근본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대변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포인트는 뭘까. 인류학적 분석이 포인트라면 좀 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거나 서사적인 것에 포인트를 준다면 좀 더 소설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의 흥미를 끌어야 할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시골에 살던 한 여자가 대치동에서 살게 된 이후 대치동 여자들의 라이프를 그저 묘사하고 질투하고 따라하는 것에 불과하다.

 

뉴욕의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여자들의 삶을 왜 한국의 독자들이 알아야 하는걸까? 어느나라나 부자들은 있고, 부잣집 여자들의 자녀 케어방식은 그닥 다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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