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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시간을 걷다 - 한 권으로 떠나는 인문예술여행
최경철 지음 / 웨일북 / 2016년 10월
평점 :
영국에 어학연수 다녀온 이후로 정말이지 유럽 땅을 다시
밟아보기가 이토록 힘들줄이야. 영국에 있을 때에는 향수병 때문에 하루하루 한국이 그리워서 한국에
있었을 때는 보지도 않았던 온갖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신나게 보며 신라면을 후루룩 했었다.
느끼하고 맛 없는 음식에 질리고 통하지 않는 언어에 질리고 인종 차별에 실망했으며 첫 홈스테이 집의 주인 아저씨가 한 성추행 때문에
이미 기대 만빵이었던 영국에는 일년 가량 있으면서 실망이라는 껍데기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 때 유럽사는 정말 쥐뿔도 모르고 그저 영어 배우러
갔었다. 다들 영국의 장점은 유럽의 다른 나라를 가기 쉽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꼴랑 파리 한 번
가본 게 전부였다. 그 당시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 대한 관심도 없었으며 여행에도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그렇지만 영국 곳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전부 공짜였기에 주말마다 시내의 미술관을 들락
거렸었다. 무엇보다도 내셔널 갤러리를 이틀 동안 돌아 보았던 경험은 그림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조차도 감탄을 연발하게끔 만들었다.
영국 연수를 다녀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유럽에
대해 다시금 목이 마르기 시작한다. 정말 아쉬운 점은 유럽에 있었을 때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갔었다면 내가 가보았던 많은 미술과과 박물관들이 그저 시간을 때우고 갔다 왔다는 의미만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의미와 가치로 남겨졌을
거라는 점이다. 이 책이 내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존재 했었다면..
그리고 내가 읽었다면… 아마 나는 영국에서만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에서만 보았던 작품들과 시대별 예술양식을 직접 접하기 위해서 유럽 곳곳으로 여행했을 것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올 해 내가 읽은 책 중의
베스트 5위 안에는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최고였다. 어쩜
이렇게 간략하고도 알기 쉽게 유럽의 시대별 예술양식에 대해서 잘 알려 주는지....
감동적이다. 지적 감동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느꼈다. 팍스 로마나, 고딕양식,
헬레니즘, 르네상스.....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사는 쥐뿔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건만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했다니....
이 책을 덮자마자 당장 관련 서적들을 찾았다. 좀 더 디테일하게 책에서 언급된 작품들과
시대에 대해서 탐독해보고 싶어서이다.
당장 유럽으로 떠나고 싶다.
직접 유럽의 시간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그 징검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