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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방랑이여
쓰지 히토나리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현대사회에서 대가족으로 살아간다는건 어떤것일까? 세상의 무수한 핵가족 중의 한 가족으로서 그리고 그 가족의 한 가족원으로서 나는, 대가족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일단 자기의 자유를 조금은 억압당하겠고, 불편한 점도 꽤 있겠지만 그런 점들을 다 감수할 수 있는건 외롭지 않다는 점과 그 점을 지탱해주는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핵가족 그것도 무녀독남으로 자라온 처지에 동거했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됨으로써 대가족이라는 전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가족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것도 데릴사위로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주인공이 대가족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내용에 들어가기 전 옮긴이의 말에서 '츠지 히토나리'의 전처를 모델로 했다는 글을 읽고는, 책을 쭉 읽다가 제 13장 '가족해체'라는 소제목에 이르러서 '아... 이 장에서 결국 둘이 이혼을 하는건가?'라는 나름대로의 짐작을 했지만, 주인공이 그의 아내와 약간의 트러블만 느꼈다뿐이지 엔딩에 이르러서는 이보다 더 행복 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의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매듭지었다. 이런 해피엔딩을 읽고, 정말 '츠지 히토나리'가 이혼을 한게 맞는지 약간의 의심이 들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역시나 이혼을 했고, 지금은 다른 배우와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다는 씁쓸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비록 책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아내가 조금은 기가 세고, 성격이 불같긴해도 아버지 없이 네 명의 언니들과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서 가족애를 중요하게 여기고, 성격도 쾌활한점에서는 좋은 것 같은데, 왜 츠지 히토나리는 이혼을 하게 되었을까? 책을 덮고 문득 드는 생각은 책에서의 행복한 결말때문에 더욱 믿을 수가 없는 그의 이혼이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책에서 주인공의 아내로 나오는 인물의 모델이 작가의 '전처'인 것은 확실하지만, 주인공이 '츠지 히토나리'라는 말은 없었기에 주인공이 그가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책의 주인공의 직업도 소설가여서, 자꾸만 자전적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혹 정말 자전적 소설이 맞다면 츠지 히토나리는 굉장히 가족간의 유대를 모르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나 역시 핵가족의 일원이지만, 그처럼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일부러 거리감을 둔 적도 없을 뿐더러, 가끔 친척들과의 만남을 가지게 될 때면 평소 핵가족 내에서만 느껴지는 외로움이 잠시나마 잊혀져 오히려 대가족을 더 부러워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주인공은 대가족을 마치 원시인이라도 보는 양 묘사했고 더 나아가 과거의 남성우월주의가 지금은 사그라들어 오히려 여자의 기가 살아 가정에서 가장은 더 이상 가장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비슷한 내용의 묘사에서, 작가가 여성이 남성의 아래에 있는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은건 내가 과장되게 받아들이는점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느껴볼 수 있었고, 책에서 주인공이 대가족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이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점이 많았지만, 오히려 난 대가족이 더 인간적이고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츠지 히토나리'의 이혼의 이유가 전처의 대가족에 있다면 더욱 안타까울 것 같다. 그의 이혼 자체가 안타깝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