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매일 생각하는 게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뭐 이런 것들. 결국 자본의 노예가 되어서 취업을 했고 회사라는 곳을 꾸역꾸역 다니며 돈 몇 푼 손에 쥐는 대신 자유라는 걸 잃은 내게 행복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일하는 것에 대해서 행복함을 느끼라는 말들을 듣노라면, 그것도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나 싶다. 이런 생각은 사실 학교 다닐 때 부터 했었다. 내게는 자유, 그리고 여행이 가장 행복한 것이니까. 억지로 어딘가에 가야 한다는 것은 그저 비극'이었다. 그런데 그런 비극을 그때도 행하고 지금도 행하고 앞으로도 행해야 한다니. 아 C8.

 

요즘 이런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내게는 짧고 강한 고뇌가 깃든 단상이 위로가 된다. 누군가 내 귀에 메세지를 전해주는 게 아니라 고요히 눈으로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랑과 여행 둘 다 놓치고 있는 내 삶에서 이 책은 위로를 준다. 그리고 내게 강한 깨달음을 준다. '뭐하고 있어?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어렵고 귀찮고 모험적인 것이지만, 사랑을 하란 말야'라고 말이다. 자본의 노예로 살게 되면서 '사랑' 따위는 이미 내 사전에서 빠진지 오래.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스스로는 단순해지고 더욱 슬픔으로 치닫고 우울함과 함께 침잠해버린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의 단상들을 읽노라면, 어려우면서 쉽기도 하고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그러나 사진만큼은 정말 훌륭해서 내가 마치 여행을 간 것 같은 착각을 하게끔 한다. 책의 여러 구절을 인용한 걸 보면, 저자가 얼마나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책'과 함께 '여행'하기. 그러나 가끔 여행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쉬고 싶지만 쉴 틈 없이 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럴 때 책은 그저 짐이 될 뿐이다. 그렇지만 지나고 보면 또 다시 그리운게 바로 여행이 아닐런지.

 

'여행을 하며 깨달은 건 삶은 모험이라는 것.

모험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p.267-

 

여행을 하지 않고 판에 박히 삶을 사는 동안,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을 하는 날들은 판에 박힌 일상보다 현저히 적은 날들인데, 그 많은 날들은 불행히 살고 여행을 하는 동안 행복하다면... 그럼 인생이 얼마나 우울한걸까. 나는 아직도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할런지. 식은 커피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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