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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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부터 나는 여행 없이는 살지 못하는 사람이 된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아마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재직했던 한 회사에서 갔던 해외여행 때문이었던 것 같다.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직원들과 세부 여행을 했었는데, 지금도 그 때의 그 즐거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 내 여권은 일 년에 두 번 이상은 꼭 스탬프가 찍혔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가까운 나라만 여행을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을 갈 때와 비행기에서 내려서 그 나라의 냄새를 맡을 때의 생경함과 황홀함은 내게 큰 즐거움이 된다.

 

여행을 몇 번 하다보니 기대했던 곳이 실망스러운 곳이 될 때도 있고 그 반대가 될 때도 있었다. 방콕이 전자라면 타이페이는 후자라고나 할까. 짧은 시간동안 여행을 하며 그 나라의 모든 사람을 만나고 그 나라의 모든 여행지를 돌아본 것도 아닌데, 여행자는 어쩔 수 없이 자신만의 경험을 진리라고 생각하는 확대해석을 일삼게 된다. 놀라운 것은 비단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멀리까지 여행하고서 실망하는 나 자신을 보며 스스로의 부정적인 모습을 늘 탓했지만, 여행이란 늘 그런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여행 좋아하는 직장인이 직장 때려치우고 여행만 줄창 다니면서 사진 예쁘게 찍고 에피소드 나열해서 만들어낸 책들을 매우 많이 읽는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하는 나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늘 그런 책들을 고르고 읽게 되는데, 사실 이 책도 나는 그런 부류의 책들 중 하나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한 장씩 넘기며 읽고 있는 나 자신에게 이 책은 일종의 충격을 쉴틈없이 주었다. 여행 좀 해 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글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나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주로 '도시'에서 '힐링'을 하는 여행이었다. 좋은 호텔을 잡고 재미있는 책 한권을 함께 하는 여행, 책만 읽을 수는 없기에 그 나라에서 볼만한 것들을 보고 먹을만한 것들을 먹다보면 바쁠 수 밖에 없는 여행이었다. 결국 돌아보면 힐링이었나 싶을만큼. 항상 뭔가 아쉽고 또 아쉽기에 늘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되었다. 요컨대 여행지에 있었을 때는 모든 걸 다 봐야 한다는 조바심과 힐링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조바심이 나를 힘들게 했었는데, 이 책으로 그 마음을 조금 다독일 수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과 주제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게 어떤 여행이 되었든, 그냥 여행이라는 두 글자는 늘 설렌다. 기대와 실망 그 어떤 걸 겪든, 그냥 여행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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