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이기에 아쉬운 걸까?

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책이 출판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이 책을 들 수가 있었다. <지문사냥꾼>이 한창 잘 팔렸던 무렵, 부산의 한 대형서점에서의 쌓아놓은 책들 속에서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걸 직접 볼 수 있었을정도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그 어떤 주저함 없이 성큼 올랐던 책이다.

그룹 '패닉'이 '달팽이'라는 곡으로 한창 떴을무렵, 당시 난 매우 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얼핏 기억나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눈이 쳐진 이적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옆에선 김진표가 색소폰을 들고 부는 모습. 당시만 해도 이들의 음악을 즐겨 듣던 나는 아니었으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패닉의 1집,2집 심지어 카니발이나 이적의 솔로음반에 담긴 곡들까지 굳이 찾아서 즐겨 들으며 난 뒤늦게야 그의 팬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책을 냈단다. 이미 범상치 않은 그라는건 짐작할 수 있었으나, 책까지 낼 정도라니 하는 생각으로 한 장,한 장을 넘겨보니 일단 책의 겉모양 뿐 아니라 속에서의 그림들 또한 이 책속의 내용을 받쳐주는데 큰 공을했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예쁜 책을 본 적이 있었던가....

평소 판타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 속의 단편들도 모두다 재미있게 읽은 것은 아니다. 표제작 '지문사냥꾼'을 읽고 난 후의 단편들은 그저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에 시들시들 책장을 넘기고 말았고, 역시 판타지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만 한번 더 한채로 책을 덮고 말았다. 

그렇지만 한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했으니, 그의 단편속의 한 주인공이 내가 책을 읽기전 나의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바로 '제불찰'씨. 읽으면서 어찌나 놀랬는지 모른다. 나도 책을 읽기 전,  정말 개미만한 사람이 귓구멍으로 들어가 청소를 해주는 상상을 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의 첫 작품, <지문사냥꾼>이 나에겐 판타지는 그닥 환영할 만한 장르가 아닌 이유를 비롯 여러가지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이름이 영향을 준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영향이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로서의 이적의 첫 작품은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둔 듯 싶다.

허나 설령 그의 두번째 작품이 나와서 <지문사냥꾼>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해도, 난 지금처럼 굳이 사서 보지 않고 그때도 역시 오랜 시간이 흘러 도서관에 꽂혀있는 그의 낡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면 빌려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