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울산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이십대초반에 서울에 올라와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란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의 바탕이 된 곳들을 다시 한 번 더듬어보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무조건 서울에 가고 싶은 열망 하나만으로 울산이 얼마나 좋은 곳이었는지, 내가 살던 동네가 얼마나 정감있고 푸근한 곳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충청도에 있는 대학을 다닐 때는 잠깐 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자연과 더불어 살았을 때, 그리고 높은 빌딩이 없는 곳에서 살 때 나는 행복했었고 지금도 그립다. 역시 나는 시골 체질인걸까 아니면 인간이란 자연을 벗삼아 살 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걸까.

 

80년대에 한국의 도시 컨셉은 전형적인 모더니즘이다. 여기 저기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고 고층 빌딩을 세운다. 경제 발전이 곧 이를 대변하기 시작했고, 한국이라고 하면 아파트가 떠오를 정도로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똑같은 구조의 닭장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어느 때 부터인가 이웃과의 소통을 끊고 살아가게 된다. 나 역시 서울에 올라온 후 아파트에서 살 때, 이웃과의 교류는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같은 층에 내려도 아무 말 없이 각자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곤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일에 지친 사람들이 퇴근하고 나서조차 다른 관계를 억지로 맺고 싶어하지 않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저자는 이런 도시의 라이프에 반기를 든다. 그런 맥락에서 성미산 마을을 예로 많이 들고 있다. 공동체 주거가 어떤 것인지, 또한 이웃과의 진정한 교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곳에서 살게 되면 행복할까싶다. 요즘은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엔돌핀이 마구 치솟는다. 내가 사랑하는 내 강아지를 마음껏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된다. 더이상의 인간관계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는 게 나는 더 행복하다. 이런 내가 과연 커뮤니티에 포커스가 맞춰진 마을에 산다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것은 아닐까. 

 

이십대 때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 놀랐던 것은 바로 자연과 함께 하는 영국인들의 삶이다. 그들은 집집마다 정원이 있어서 늘 나무와 꽃을 가꾸며 살았다. 따뜻한 날에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의 여가생활은 내게 천국이었다. 또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할 만큼 자전거 이용이 보편화 되어 있는 그 나라를 보며 진정한 선진국임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요즘 모더니즘의 굴레를 조금씩 벗어나서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이다. 서울 곳곳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게끔 시스템화 해놓은게 한가지 예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잠실은 특히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이 굉장히 많다. 물론 영국인들처럼 헬멧 착용을 비롯한 형광색 옷을 입는 등의 안전 보호 장치는 일절 없으며, 자동차 운전자의 경우도 성격이 급해서 과속을 일삼다보니 한국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과 같음을 곧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한국의 도시에는 정치가 녹아있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지했던 내가 책을 읽은 후 도시의 발전이 생각보다 정치의 입김으로 작용함을 알게 된 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정치하는 인간들의 공약을 들어보면 도시와 관련된 공약이 없었던 적이 없다. 뽑히고 나면 훗날 이름을 알리고 싶은 짓거리를 일삼다보니 점점 상징적인 도시화를 일삼는다.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현명하게 정치인들을 뽑아야 하는 방법뿐이다. 나는 앞으로 좀 더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을 가진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잠실로 이사온지 이제 3개월이 거의 다 되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는 서초동에서만 살다가 이 곳으로 이사를 와보니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이유인즉, 대규모 단지의 아파트에 살다보니 주민들을 위한 인프라가 풍족하기 때문이다. 서초동은 말만 강남일 뿐 대형마트도 없고, 밤엔 온갖 양아치들이 집결하는 강남역 근처에 살다보니 소음공해를 끼고 살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사람을 위하는 환경에서 살 때 가장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는 자연과 더불어서 발전해야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되는 길이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