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 소박한 미식가들의 나라, 베트남 낭만 여행
진유정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수 때는 내키면 여행을 갈 수 있었건만,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여행 한 번 가기가 힘들다. 이렇게 20대를 보내버렸고 30대가 되고 40대가 되려나.. 암울하네.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선택하고 여행하기 위해 직장을 때려친다지. 그렇게 때려치고 여행 좀 다니다가 여행작가로 등단하는 사람들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 그런 작가들이 쓴 여행책이 워낙 많아서 책 나름대로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이는 오히려 여행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호사로운 선물이 되어 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일단 '베트남'과 '국수'를 키워드로 내세우는 책이다.  읽기 전까지 막연히 베트남을 쌀국수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토록 다양한 국수가 있었다니.. 놀라웠다. 사실 이전에도 베트남을 몇 번씩 가보려고 노력했으나 잘 안 되어서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이 책을 덮고난 후 바로 베트남 항공권을 검색해보았다. (역시나 주말은 턱없이 비싸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포기)

 

재미난 에피소드가 다양한 내용의 책은 아니다. 마치 에세이처럼 호흡이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국수를 소재로 한 특징이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베스트 국수집을 소개했는데, 여행 갈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에는 오랜 백수생활과 잠깐의 수험생활을 청산한 후 프롤레탈리아 부속품으로 살면서 '맛있는 음식'과 삶의 관계에 대해서 고찰하게 된다. 도대체 왜 이토록 암울하고 기계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리고 하루의 노동을 끝낸 후 주린 배를 움켜잡고 집에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음식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며 결국 삶의 낙이란 '맛있는 음식'과 연결되어버리는 게 아닌지... 즉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 하루를 버티는 게 결국 삶이라는걸까.

 

이 책 한권으로 너무 멀리 나아간건지도 모르겠다. 결국 산다는 게 이런거라면 매우 단순하고도 비참하고 흥미롭기도 한 복잡한 그 무엇이 아닐런지. 부속품으로서의 삶을 더 살다보면 이런 삶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 알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