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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10대의 나. 그 때의 난 참 삐딱했고, 자존심도 무지 강해서 남 앞에서 꿀리기 싫어했고, 그만큼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의식도 참 많이 했었다. 지금, 갓 이십대가 된 나에게는 그 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도 가끔 그런 내 모습이 남아 있는 나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10대 시절의 내 모습이 비단 나만의 모습은 아니었나보다. 그때의 난 내가 남들과 달리 무지 특이하다고 생각했고, 겉으로만 컸지 속으로는 전혀 어른이 안 되었다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었는데, 또 다른 나를 책에서 만나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또 다른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인 하세가와.
하세가와가 그 때의 나와 똑 닮은데다, 그녀를 주위로 돌아가는 일상들이 그 때의 내 주위와 그닥 다를바가 없어서 그저 공감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120% 정도의 공감을 하며 책을 읽었다. 어쩜 이리도 세밀한 감정 하나 하나, 그리고 학창시절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민감한 인간관계를 이리도 잘 포착했을까... 이는 아마 작가가 무지 젊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는데에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받을만하는 생각이든다.
무엇보다도 일상적인 내용에서의 독특한 캐릭터가 정말 일본소설 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일본소설을 싫어할래야 싫어하지 않을 이유가 더 확고해졌으며, 와타야 리사의 전작 <인스톨>은 어떤 책인지 궁금해진다. 당장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