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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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잊을 수 있을까? 그날 회사에서 잠깐 인터넷으로 한 여객선이 바다에서 침몰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배 안에는 몇 백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텔레비전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인터넷 뉴스로 봤던 신문 기사의 실시간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그 큰 배가 서서히 바다로 침몰해 들어가는 것을 국민이 눈 뜨고 지켜보았다. 곧이어 뉴스에서 '전원 구조'라는 기사를 봤다. 나는 그 때에도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배가 저렇게 침몰하고 있는데도 주변에서 구조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수 백명의 승객을 구조했다고? 아니나다를까. 곧이어 오보임이 밝혀졌다. 오보라는 건 즉, 그 수 많은 생명들이 그 날 그 시각에 국민들이 배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걸 보고 있던 그 순간에 죽어갔다는 것이다. 글로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황당할 따름이다. 어떻게 그 누구도 구조할 수 없을까. 그렇게 큰 배가 침몰하였는데 말이다.

 

사실 나는 세월호 참사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 분향소도 한 번 찾아가보지 못했다. 늘 나 자신이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것은 이 나라에서 아무리 정의를 찾아 울부짖어도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직장이라는 조직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까지 부조리함과 불합리함이 산재해있지 않은가. 그런 걸 깨뜨려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함을 안다. 그런데 기성세대 중에서도 기득권을 가진 수구 꼴통들은 바뀌지 않는다. 이들이 존재하는 한 젊은 사람들이 내던진 계란은 그냥 깨지고 만다. 30년 가량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요즘 청춘들은 고생 할 줄 모른다는 기성세대가 있는 한 대선 때면 무조건 '1번'을 뽑으니 나라가 이렇게 될 수 밖에. 대통령이 주도해서 돈과 권력으로 모든 건 통한다는 걸 보여준 국정농단이라는 극단적인 세태에 지금 젊은이들이 수구 꼴통들이 뽑아 놓은 무능한 인간의 뒤치닥거리를 다 해야 한다. 정말 살면 살수록 환멸이 느껴지는 나라이다.

 

늘 나 스스로도 살아가기가 버겁다보니 이렇듯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점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했던 것은 고작 강남역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남기기 단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간혹 그 후에 올라오는 관련 뉴스들을 보고 서서히 잊던 중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말이다.

 

한 마디로 <거짓말이다>는 그 당시 희생자들을 배에서 꺼낸 민간 잠수사 이야기이다. 4월 16일 민간 잠수사들이 어떻게 사고 발생 지역에 가게 되었고, 어떤 과정으로 희생자들을 데리고 올라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담겨져 있다.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이었던 것은 바로 그 후 그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당시에 민간 잠수사가 한 명 사망하게 되었는데, 아무런 과실이 없던 다른 잠수사를 검찰이 피고인으로 수사하게된다. 이해할 수 없는 국가의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던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고 '김관홍' 잠수사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얼핏 뉴스로만 접했던 사실들이 모두가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정부의 행태로 인한 김관홍 잠수사의 죽음은 뒤늦게 내 마음에 분노가 되었다.

 

책을 덮고도 이렇게 마음이 무거웠던 적은 없었다. 국민의 눈과 귀를 거짓으로 덮어버리는 이 나라에서 살면서 분노를 하는 것 조차 지쳐간다. 언제쯤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정의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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