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500일간 세계를 누비다! 시리즈 2
태원준 글.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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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가족여행을 참 많이도 다녔었다. 지금은 사실 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때가 그리운 것은 지금보다도 훨씬 젊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해가 갈수록 부모님이 늙어가는게 부쩍 보인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겉으로는 티내지 않지만 늘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된다. 아무래도 맏이로 살다보니 지금까지 내 생활패턴은 학교나 회사 혹은 친구와 같은 외부적 요소보다는 철저히 가족 위주였었다. 부모님 또한 맏이인 나를 가장 의지하신다. 특히 엄마는 지금도 늘 내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는다.

 

여행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나지만 사실 엄마랑 둘이서 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늘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즐거움은 버린 채 살아오신 분이라서 여행을 가도 즐기실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다. 그런 내가 어쩌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은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도 사람이고 인생을 충분히 즐길 줄 아는데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해서 착각했던 건 아닐까. 저자는 어머니와 무려 10개월을 배낭여행을 했는데 지금의 우리 엄마와 나이가 같은 저자의 어머니 또한 일생을 작은 가게에서 일만 하시다가 환갑이 되어서 세상 밖으로 배낭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아들보다 더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 스스로가 얼마나 불효녀인지 느끼게 되었다. 아빠는 올해가 환갑인데 이렇다 할 기쁨 한 번 준 적이 없어서 늘 마음 한 켠이 아린다. 나는 늘 '나중에'를 연발하며 언제까지나 부모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곁에 있을거라 믿고 있는건 아닐까. 이성적으로는 아니라는 걸 알지만 늘 마음은 스스로 이를 부정한다.

 

이 책이 다른 여행책과 다른 것은 바로 '엄마와 아들'의 10개월간의 배낭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 때문이다. 여행을 했던 당시에는 카우치서핑이라고 지금의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숙박 시스템이 있었는데 모자는 여행 내내 카우치서핑을 이용했고 호스트들이 하나같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가끔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은 MSG를 과다하게 넣은 요리같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모자의 여행이야기가 늘 즐겁고 좋은 일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은 그렇지 않다. 물론 세계 어디를 가도 나이든 어머니와 아들의 여행에 흐뭇한 마음을 안 느끼는 사람은 없겠지만 지나치게 좋은 모습과 뻔한 여행지만을 다루어서 다소 아쉽다.

 

남동생이 나랑 아홉 살 차이가 나는데 집에는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 가족사진 밖에 없다. 동생이 태어난 후에는 이렇다 할 가족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는 의미이다. 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는데 더 이상은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에게 더 충실한 것은 내 의무이자 숙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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